2009년의 마지막 날 다시 한번 그를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그, 누군가에겐 증오의 대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움의 대상이었던 그. 한때는 기대했고, 한때는 실망했으나 이제는 결코 다시 볼 수 없는 그. 스스로 세상을 떠난 대통령이 되어 올해의 마지막 날 다시 한번 우리 모두의 마음을 시리게 하는 그.
그는 비감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러나 그의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그의 죽음을 통해 한동안 그를 잊고 있던 이들은 다시 그를 생각하며 그가 못 다 이룬 가치를 되새겼고, 그를 넘어서고자 했던 이들 역시 그에 대한 전국민적인 추모의 의미를 되새기며 대중들의 의식과 꿈, 그 힘과 한계를 이해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후로도 여전히 지리멸렬한 시대이지만 그의 죽음은 어떤 불길처럼 타올라 우리의 지리멸렬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을뿐만 아니라 그 빛의 그림자까지도 더욱 선명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뮤지션 복태의 '잘 가세요'를 고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선택이다. <Revolusong> 연재를 시작하던 초기에 보내주었던 곡을 거의 세 달만에 소개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곡이 여러 곡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죽음이 한해를 마감하는 오늘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만큼 큰 사건으로 계속되고 때문이다.
이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부른 복태는 지난해 말 직접 제작한 음반을 내놓고 이런 저런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인디 뮤지션이다.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이 이런 저런 레이블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반해 앨범의 제작과 유통까지도 스스로 다해내고 있는 복태는 말 그대로 알짜배기 인디 뮤지션이라고 할만하다. 기교가 없고 꾸밈이 없는 그녀의 노래는 일견 동요처럼 순수하고 순박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곡에서도 이같은 그녀의 착한 스타일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동요처럼 반복하는 가사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듯한 어조를 속삭이는 노래는 다소 서툰 기타 반주로 이어지지만 그에 대한 위로와 배려, 다시 말해 사랑의 마음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흡사 그를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같은 가사, 특히 '아무도 잡지 못하게 아무도 먹지 못하게 더 높이 더 깊이 올라가세요'라는 노랫말은 그의 죽음을 아프게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어눌한 기타 반주를 감싸는 왕양의 멜로디언은 추모곡의 질감을 포근하게 안아주며 듣는 이를 위로한다.
곡을 쓴 복태는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래도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살아가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너와 내가 손 잡았을 때, 너와 나의 눈이 마주쳤을 때, 그리고 너와 나의 마음이 만났을 때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합니다."고 노래의 의미를 설명했다. 부디 그녀의 마음처럼 내년에는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이렇게 아픈 죽음 다시는 없기를. 그리고 그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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