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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실감에 시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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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실감에 시달리는 이유"

[RevoluSong] 타프카 부다의 〈A Sense of Loss〉

다시 가사가 없는 음악이다. 지난 10월 <Revolusong> 연재를 시작한 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레인보우99의 '눈물이 난다'와 김백찬의 '뒷모습'을 소개하고 이렇게 가사가 없는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거의 세 달만이다. 'A Sense of Loss', 그러니까 상실감이라는 제목의 음악을 만든 주인공은 DJ 타프카 부다(Tafka Buddah). 2003년 힙합과 트립합 스타일의 솔로 앨범 [트라우마(Trauma)]를 내놓은 그가 내년에 7년 만에 내놓을 새 앨범에 수록될 곡을 미리 건네주었다.

지금까지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된 곡들 가운데 가장 긴 곡일 'A Sense of Loss'는 그만큼 다양한 소리의 장치들이 묻혀있다. TV와 라디오의 지직거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곡은 성우들이 대신 읽은 뉴스 앵커 멘트로 이 곡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내비치기 시작한다. 비록 만약 있을지 모를 탄압을 우려해 대통령이라는 직책 앞에 이름은 생략되었지만 우리는 그들이 말하지 못한 이름이 누구인지를 금세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멘트가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소리들은 바로 작년 촛불집회 현장의 소리들이다. 당시 현장을 기록하곤 했던 타프카 부다가 직접 찍은 현장 영상 가운데 소리만을 따와 샘플링한 이 현장음들은 잊을 수 없는 촛불집회 현장의 생생함을 되살려준다.

그리고 비로소 DJ 타프카 부다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어떤 긴박함과 격정과 분노와 열정의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 가운데 다시 촛불집회 현장의 소리들이 뒤섞이다가 돌연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무슨 이야기인지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다. 그것은 이 멘트가 타프카 부다가 직접 녹음한 자신의 목소리를 거꾸로 돌려서 녹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자칫 너무나 명확해질 수 있는 메시지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음악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계엄 선언과 키치적인 목소리의 시낭송으로 마무리된다. 이 시 낭송은 45rpm 레코드판 "베르레느 詩集 중 괴로운 시련은"의 낭송 부분을 샘플링한 것이다.

▲ DJ 타프카 부다. ⓒ타프카부다

알 듯 모를 듯 얽혀있는 음악은 대통령의 집권 소식과 대표적인 실정(失政)들에 대한 뉴스, 그리고 촛불집회의 치열한 현장기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의미심장한 멘트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순간들, 그리고 오지 않은 미래를 아우르는 음악은 과거를 기록함과 동시에 과거로부터 현재까지를 말없는 음악으로 대체하고 오늘의 열망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이 곡은 부당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저항하기보다는 부당한 현실을 소재로 음악이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인식과 감정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곡의 가치는 드물게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현실을 말하고자 했다는 장르적 차별성에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간접적인 방식을 병행하며 현실을 기록하고 자신의 주장을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명확한 저항의 목소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명확하지 않은 음악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미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불만과 분노를 기계적으로 반복하기보다는 현실을 다양하게 뒤섞고 재가공하며 미래의 열망을 재치있게 드러내는 방식이야말로 답답한 오늘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저항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음악 속 촛불집회의 순간에서부터 계엄령에 이르는 부분 사이 화자의 목소리를 거꾸로 녹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과, 거꾸로 녹음된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듯 우리가 어떻게 항쟁의 순간을 재현할 수 있을지 아직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상실감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이며 이 음악 속 가상 현실로 우리를 위로하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곡은 기록임과 동시에 환상이며 도피이지만 역설적으로 저항이며 이명박 시대 진정한 리얼리즘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의 나날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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