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장애인 화장실은 왜 남녀 구분이 없나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장애인 화장실은 왜 남녀 구분이 없나요?"

집단 진정서 제출…"장애 여성을 '여성'으로 존중하라"

#1.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최영은(가명) 씨는 11월께 지하철 5호선에 만들어진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다 낭패를 겪었다. 최 씨가 사용하기 전 장애 남성이 이용해 상당히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 씨는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 남성과 여성의 화장실 이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최 씨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불쾌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2.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배은숙(가명) 씨는 둘째를 임신한 뒤 태아를 위해 보험을 들고자 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엄마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 청약을 거절했다. A 보험사의 경우 보험을 들고 싶으면 종합 진단을 받아 오라고 요구했고, B 보험사의 경우 '엄마가 장애인이라 가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 씨가 들려고 했던 보험은 '아기사랑보험'이라는 상품으로 태아에서부터 성년이 되기 전까지 아이를 돌보는 보험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8개월이 넘었으나 여전히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여성 장애인의 경우 그 차별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애여성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으로 구성된 '장차법 여성 장애인 차별 금지 연대 회의'는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개월 동안 수집한 장애인 여성 차별 실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집된 사례를 진정서로 만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실체는 장애 차별과 성 차별이 맞물려 일상화돼 있다"며 "장애 여성이 '여성'으로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고 집단 진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애여성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으로 구성된 '장차법 여성 장애인 차별 금지 연대 회의'는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개월 동안 수집한 장애인 여성 차별 실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

"여성 장애인을 '무성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진정서에는 피진정인으로 서울 도시철도공사 대표, 일부 보험회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단체는 도시철도공사 대표를 피진정인으로 진정한 이유를 두고 "오랜 기간 동안 장애 여성들은 성별을 구분해 화장실을 설치하라고 요구했으나 여전히 서울 지하철 내 역사에는 남녀 구분이 되지 않은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남녀를 구분해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무성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장애 여성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의 문제는 사회적 인식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별이 분리돼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장애 여성 화장실은 유아의 기저귀를 갈도록 하는 시설이 함께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청소 도구를 쌓아 두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역할로 정해진 것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편견과 장애인 화장실 사용률이 낮기 때문에 청소 도구 보관소로 사용해도 될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화장실 문제가 지엽적이고 사소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여성 장애인을 무성으로 취급하는 화장실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아이는 세상을 나오기 전부터 차별받아"

이 단체는 보험회사의 장애 여성 차별을 두고 "모성권의 심각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례에서 나타난 배 씨의 경우 두 아이를 둔 여성 장애인 엄마"라며 "그러나 여성 장애인 엄마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더 큰 문제는 엄마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직 세상 밖에 나와 보지도 않은 태아도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며 "첫째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상황에서 둘째에 대한 태아 보험을 들고자 했을 때 장애를 이유로 무조건 거절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여성 장애인은 장애 유형별, 지역별로 이동, 교육, 노동, 결혼, 건강, 성 등 전생애주기에 걸쳐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차별의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며 "집단 진정서를 통해 성 정체성, 이동 접근권, 모성권, 교육권, 보험 가입 제한 등에서 여성 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지난 11월 24일부터 약 1개월간 걸쳐 수집한 여성 장애인 차별 사례에는 이동 및 접근,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 부재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남녀 성별의 구분이 없는 장애인 공용 화장실 사용에 대한 사례는 6건, 여성 장애인에 대한 성추행, 성폭력 사례는 5건, 어린이 취급하거나 비하하는 언어 폭력이 4건 등 총 24건이 접수됐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