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곽영욱 연루설'에 곤혹

침묵 대응…"할 말 있으면 차후에 발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수뢰의혹의 불똥이 튄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대응은 침묵이다.

정 대표는 23일 산자부 장관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석탄공사 사장 지원을 도왔다는 보도와 관련해 "공소장 내용을 입수해 검토해서 혹시 할 말이 있으면 차후에 발표하겠다"고만 말한 뒤 입을 닫았다.

정 대표는 앞서 곽 전 사장이 인사청탁을 위해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 동석했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았다. 사석에서만 "인사청탁과 관계없다"는 식으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박지원 의원 등이 법사위에서 "산자부 장관 퇴임을 앞두고 있었고 후임자도 결정된 시점에 같이 식사한 것을 마치 인사청탁 한 것처럼 요란법석을 떠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대변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관심이 집중되자 이날 오후 노영민 대변인을 통해 "산자부 장관으로서 직무범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추가 해명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이원걸 산자부 2차관에게 "(곽 전 사장이 적임자인지)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노 대변인은 전했다. 석탄공사 사장 인사 추천권은 후임 장관이 행사했으나, 정 대표가 장관 재임 시절 곽 전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으로 눈여겨봤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이는 이원걸 차관이 정 대표의 지시를 받아 곽 전 사장에게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해보라는 권유를 했다는 보도와 일정하게 맞아떨어진다.

다만 공석이 된 공기업 사장 후임을 물색하는 건 주무 장관으로서 직무범위 내에 있는 정당한 활동이라는 게 정 대표의 논리다.


정 대표는 그러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일일이 해명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번 검찰 수사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골프장 의혹에 대한 물타기 성격이고, 야당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농후한 만큼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검찰의 논리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노영민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작이며 공작 정권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 동석한 사실에 이어 이원걸 차관이 정 대표의 지시를 받아 곽 전 사장에게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해보라는 권유를 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민주당은 곤혹스런 눈치다. 그동안 대과 없이 당을 이끌어 온 정 대표 개인은 물론이고 당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국민모임'도 4대강 예산 전쟁이 한창이고 검찰 수사의 기획성을 의심해 22일 열기로 했던 토론회를 연기하는 등 당장 정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양은 피했다. 그러나 이들은 1월 중순 토론회를 열고 조기전당대회 개최 등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정 대표 연루설의 파장과 강도에 따라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