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를 계기로 도시 재생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안은 아직 제대로 검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지정의시민연대,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주최로 그간 발표된 대안을 검토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지정의시민연대,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주최로 그간 발표된 대안을 검토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
"다양한 욕망이 결합된 도시 재생 사업, 이원화해야 한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는 "도시 재생 사업은 서민들을 보호하되 우량 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는 사업과 서민들의 생활에 적합한 수준으로 개발하되 공공이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원화해, 특히 후자를 대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도시 재생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정부 △소유 주택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가옥주 △사업 물량을 확보하려는 건설 업체 △신규 아파트만 공급되면 좋다는 시장만능주의자와 보수 언론들 △욕망의 정치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 형태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런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욕망이 결합돼 있기 때문에 무슨 사고라도 터지면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작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취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시 재생 사업의 목적과 성격을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반 시설이 취약하고 노후한 지역에 경제적 약자가 거주할 경우,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공공 지원형 재개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공 지원형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공공 지원을 대폭 늘려 주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반면, 중소형 건축과 공공 임대 주택을 확대 공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주택이 노후하나 기반 시설이 잘 완비돼 있고 거주민의 경제 상황이 비교적 양호할 경우, 현행과 같이 민간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이 시행하더라도 그간 제기된 영세 서민 보호 대책이나 비리 방지 대책은 강화하고, 과도한 개발 이익은 환수해 영세 지역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대안은 이미 수차례 발표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원거주민의 주거 생활 및 생활권을 보호하려면 공공이 나서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그저 한 때 모면하는 방식의 보완책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철저한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용산 참사의 배후에는 토지 불로소득이 존재"
김윤상 경북대 교수(행정학과)는 "용산 참사와 같은 개발 갈등의 배후에는 토지 불로소득이 있다"며 "이것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토지 불로소득을 예방하거나 환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 보유세'를 토지 불로소득 환수 수단으로 제시했다. '지대-이자' 차액을 징수하는 '국토 보유세'를 만들자는 것.
김 교수는 "토지를 보유하는 동안에는 '지대-이자' 차액이 발생하고, 토지를 매각할 때는 매매 차액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려면 토지를 보유하는 동안의 '지대-이자' 차액과 토지를 매각할 때의 매매 차액을 완전히 징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토지 불로소득 환수의 철학적 근거로 '지공주의'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타인에게도 토지를 사용할 동등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게 지공주의"라며 "토지를 모든 국민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는 토지를 단독 사용하는 이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김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토지의 우선권 취득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되 △우선권에서 발생하는 특별 이익을 환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특별 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사회 병폐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것의 시급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내심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은 이미 용산 참사 발생 이전부터 제기됐던 안이다. 김수현 교수 역시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수없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대안을 말해왔다"며 "문제는 그런 대안을 실행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에 있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를 지목하며 "야당에서조차 '세입자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 '개발자들이 여론을 이끈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며 "야당에서도 내심으론 개발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그간 발표된 대안이 채택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이유로 묵인하고 넘어가려 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여태까지 나온 많은 대안을 법제화하려는 정치인들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미 뉴타운이 사기라는 걸 알고 있다"며 "올바른 대책으로 시민에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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