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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분노할 때…용산 참사역에 같이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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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분노할 때…용산 참사역에 같이 내리자!

[화제의 책]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 참사역입니다>

얼마 전, 한 출판사 부탁으로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와 세 시간 가량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노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사람들이 실제로 뉴타운 개발이 진행되자 그제야 파렴치한 개발의 진실을 알고 자신을 찾아온다며 누군가는 이제야 용산 참사의 피해자들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지금 세상의 많은 것들이 달콤한 것이 아니라고, 당신의 것이 될 수도 있는 게 결코 아니라고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을 나누었다.

나는 그날 욕망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도 사용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이란 정당한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싶은 욕망, 조금만 더 편하고 싶은 욕망, 나의 미래가 암흑은 아니길 바라는 욕망. 그것은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것 아닌가.

문제는 그 욕망을 이용해서 원칙을 무너뜨리는 사람들에게 있다. 나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욕망이 아니라 욕심이다. 범죄다.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이 결국은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과 진배없다며 묘한 죄의식을 부추겨 범죄를 공모하게 만드는 자, 결국 세상은 승리하는 자의 것이라며 그 공모된 범죄를 애초에 자연스러운 우리의 것이라고 우기는 자, 그리고 여하튼 나는 명령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 가증스러운 범죄를 실행하는 자. 그들이 바로 우리의 소박한 욕망을 검붉게 만드는 모든 슬픔과 불행의 근원에 있는 자들이다.

이 글을 읽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먼저 제안을 하자면 그들에게 이용당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용산 참사를 생각하면 일단 알지 못할 죄의식이 드는 친구, 혹은 무섭기만 한 친구, 그리고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을 것이라고 애써 눈길을 돌리는 친구들. 그것이 바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라는 걸 사실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감정을 심장에서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바로 분노라고 믿는다.

노회찬 대표와 함께 고민했던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그리고 나와 친구들이 함께 분노할 수 있는 어떤 동력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2009 용산 참사 헌정문집'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 참사역입니다>(작가선언6·9 엮음, 실천문학사 펴냄)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 참사역입니다>(작가선언6·9 엮음, 실천문학사 펴냄) ⓒ프레시안
우리가 현 정부에 지긋지긋해 하며 무언가를 바꿔 보려고 할 때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이 애초에 그를 지지하여 정부를 구성하게 했던 지난 대선의 우리를 바라보는 일인 것처럼, 김해자 시인은 용산 참사를 용서를 구하며 이야기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짓을 용납한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고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이런 세상을 발전이고 진보라고 생각한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일하고 사람이 사람과 함께 먹고 함께 서로 사랑하는 대신,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고 죽이는 뼈아픈 세상을 용납하고 있는 저희들을 용서하세요."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김해자 시인) 중에서

그리고 그 용서는 사실 피해자에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범죄자의 소굴로 몰아넣었던 자신에게 용서를 바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 사과하고, 그리고 희생당한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것. 그것이 분노의 시작이라고 이 책에 참여한 100여 명의 문학예술인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2009년 1월 20일은 어느 덧 2010년의 1월 20일보다 아주 멀리 존재해 버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2009년의 1월 20일이 세상 어떤 1월 20일보다 내 가까이에서 나의 건강하고 순수한 분노와 함께 지속되리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런 결심을 하게 만드는 '2009년 용산 참사 헌정문집'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 참사역입니다>보다 더 세상에 보탬이 되는 문장의 예술이 2009년 어디에 있겠는가. 이 분들의 문장이 우리의 심장을 흔들고 그 흔들리는 심장이 날카로운 분노가 된다면 어쩌면 그것이 2010년의 희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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