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서민예산 6845억 증액 요구

민주당 요구 7조5천억의 1/10도 안돼…'4대강 예산' 면피용?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결식아동 급식지원', '저소득층 무상장학금', '노후 공공임대주책 리모델링 지원', '경로당 난방비 지원' 등의 서민 예산 증액에 대해 한나라당도 필요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야당의 요구에 턱없이 밑도는 '찔끔 증액'이어서 4대강 사업 예산 관철을 위한 면피용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여당도 '서민 예산' 살려야

한나라당 서민행복 추진본부(본부장: 정병국 의원)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드시 신규예산 또는 증액예산으로 반영해야 할 10가지 친서민예산'을 발표했다.

우선 2009년 432억 원이었다가 2010년 예산안에 전액 삭감된 '결식아동 급식지원'에 284억 원을, 2009년 추경포함 7444억 원이었다가 2010년도 예산안에서 3000억 원 가량이 삭감된 '저소득층 무상장학금' 등의 사업에 2601억 원을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올해 전액 삭감된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지원'에도 300억 원, 올해 편성이 안 된 '경로당 동절기 난방비 지원'에 100억 원, 역시 올해 전액 삭감된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사업'에 409억 원 등을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정병국 본부장은 "그동안 민생현장 설문조사, 전통시장 방문 및 상인간담회, 농촌현장 방문 및 간담회, 자활시설 방문, 사랑의 연탄배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민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고 10가지 증액 요구안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증액 요구안은 총 6845억 원으로, 정병국 본부장은 "이 사업들은 당 지도부 및 정책위와 협의를 마친 부분이기 때문에 증액을 하는데 큰 문제점이 없을 것"이라며 "어떤 예산보다 우선해서 편성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이 예산 중에는 야당이 주장하는 부분들도 있다"며 "서민을 위한 정치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야당의 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구했다.

민주당 서민 예산과 10배 차이

하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민생예산'에 비해선 규모가 크게 밑돈다. 민주당은 △5세 이하 아동 100만 명 월 10만 원 아동수당 지급(1조2000억 원) △결식아동 급식지원(432억 원) △70세 이상 틀니 39만 개(4900억 원) △저소득층 96만 가구 에너지 보조금 (900억 원) △정규직 전환 지원금(5200억 원) 등 '민생 예산' 7조5000억 원 증액을 요구하는 등 한나라당과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어디서 얼마나 깎아 민생 예산을 늘리냐'도 문제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서만 2조8000억 원을 깎는 등 총 8조9000억 원을 깎아 민생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병국 본부장은 "지역 민원성 예산을 줄이면 된다"는 입장이어서 '서민 예산 증액'도 동상이몽인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009년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이 432억 원이었는데, 한나라당은 284억 원만 증액요청을 했다"며 "경제가 좋아져서 급식이 필요한 아이들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방학 중 16만 명을 지원하려면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걸 절반 정도만 증액 요구한 것을 보면 치밀한 계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책임있는 여당이라면 서민 예산 증액을 위해서는 다른 세출 삭감 항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진정성과 실효성을 의심받지 않을 텐데, 그런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