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지수 8위 국가에서 웬 삽질?
국토해양부는 줄곧 "4대강이 다 죽어가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국토부가 펴낸 <물과 미래>(2008)라는 200쪽 분량의 책자를 보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근거없는 것인지 잘 드러난다.
이들은 이 책 17쪽에서 이렇게 서술한다.
"국가별 수질지수는 우리나라가 122개 국가 중 8위를 차지해 수질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덧붙여 친절하게 UN이 2003년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라는 표를 첨부해 보여준다.
▲ ⓒ홍헌호 |
이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수질지수는 1.27로 UN 조사대상 122개국 중 8번째로 높다. 이 책자는 4대강이 다 죽어가고 있다는 국토부와 청와대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 잘 보여준다.
국토해양부, 물사용량 국제통계 정보 왜곡
물론 이 책자에서도 어김없이 국민들을 속이려는 교묘한 정보왜곡 사례들이 발견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주요 국가(도시) 1일 1인당 물 사용량'에 관한 것이다.
이 책 115쪽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우리나라 1일 1인당 물사용량을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캐나다보다는 많은 편이나, 미국,일본,스위스,이탈리아 등에 비해 적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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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이 자료만을 본다면 우리나라 1일 1인당 물사용량이 매우 적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자료는 국토부가 많은 자료들 중 극히 일부의 자료만을 쏙 빼내어 만들어 놓은 매우 비윤리적인 행태의 부산물일 뿐이다.
세계물협회(IWA, 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의 보고서가 담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세계물협회(IWA)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International Statistics for Water Services" 라는 최근 보고서들을 토대로 진실을 파헤쳐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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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물협회(IWA)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26개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1일 1인당 물사용량은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미국의 오하이오주 통계가 미국 전체 주를 대표하는 통계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1일 1인당 물사용량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 국토부는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근거 없는 거짓말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8억t 이상의 물을 비축해야 한다는 '물그릇론' 또한 잘못된 수요 예측이 가져온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이런 주장은 건설교통부가 2006년 수립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계획은 우리나라 1일 1인당 생활용수 기준수요량을 450ℓ로 설정하고 생활용수 공급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므로 우리나라에 8억t의 물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1일 1인당 기준수요량 450ℓ라는 수치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현실성이 전혀 없다.
국토부, IWA 국제통계 임의 조작
또 하나 세계물협회(IWA)의 통계자료를 유심히 보면 국토해양부가 펴낸 <물과 미래>(2008)라는 책자에 실린 통계자료들이 IWA의 국제통계 자료를 명백히 조작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는 <물과 미래>(2008)라는 책자에서 IWA의 "International Statistics for Water Services"[2004, 이하 IWA(2004)]의 자료를 인용했다며 우리나라 1일 1인당 물사용량이 '346리터'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IWA(2004)에서는 그런 수치들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신 IWA(2004)는 한국의 물사용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수치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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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2004)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일 1인당 물사용량은 서울 370리터, 대구 430리터, 인천 418리터 등으로 5개 대도시 평균은 388리터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수준은 선진국들 대도시들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시급성이 거의 없다는 국토부의 문건
국토해양부의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국토부는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하천은 수해가 발생하면 지방하천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필자가 최근 입수한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이라는 제목의 국토해양부 문건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시급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은 지난해 4월 작성된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하천재해예방사업 투자우선지역에 투자되는 사업비 중 국가하천에 투입되는 사업비 비중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하천재해예방사업이 국가하천이 아니라 지방하천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명백하게 나타내 주는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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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필자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본 결과 특별한 오류는 없어 보인다.
국토부 스스로 이 계획이 2001년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보고서 '치수사업 경제성 분석 개선방안 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또 한국방재협회가 2008년 1월에 내놓은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이라는 보고서 내용도 이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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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재협회는 2008년 보고서에서 1999년과 2003년 전체 하천관련 직접피해액 중 국가하천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작 3.6%에 불과하다고 썼다. 또 이들은 "이런 조사 결과는 (그 동안) 지방하천에 대한 투자규모가 국가하천에 비하여 매우 열악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덧붙혔다.
보를 만들어 수질을 개선한다?
국토부는 또 보를 축조하면 수질이 개선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2007년 3월에 내놓은 <생태하천만들기 10년 계획>(2006~15)에는 이와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 현재 전국의 18,000여 개의 보 중에서 매년 50~150개가 폐기되고 있으나 하천에 방치되어 하천생태계 훼손
- 용도폐기된 보의 철거는 생태통로 확보, 수위저감, 수질오염 저감 등의 편익 발생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지난 해 3월 환경부에 제출한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통한 하천생태통로 및 수질개선효과>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보 철거로 수질도 매우 좋아졌고 하천생태계도 회복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양시 곡릉천 곡릉2보의 경우 보 철거 전 3.4~6.1ppm이었던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는 철거한지 1년 후 1.6~2.1ppm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한탄강 고탄보의 경우도 보 철거 전 3.6~4.0ppm이었던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철거한지 5개월 후 1.3~1.8ppm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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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발전연구원도 지난 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2006년 4월 태화강 방사보를 완전히 철거한 후 생물의 종이 크게 늘어나고 이동성이 증가했으며, 수질도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태화강 태화교의 수질환경(BOD)은 2005년 4.0ppm, 2006년 3.7ppm, 2007년 2.0ppm 등으로 방사보 철거(2006년)이후 크게 개선되었다.
방사보 철거 후 생태환경 변화를 보면 조류는 20종에서 23종으로, 어류는 9종에서 20종으로, 실지렁이 등 저서 대형무척추동물은 2종에서 9종으로 종수가 크게 늘어나 태화강의 종 다양성 및 이동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필자는 이들 보고서들에 흥미를 갖고 '보의 존재와 수질 간의 관계'에 대한 언론사 기사들을 추적해 보았다. 그 결과 '보의 축조는 수질을 악화시키는 반면, 보의 철거는 수질개선에 기여한다'는 많은 수의 보도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국토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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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맺으며
앞에서 서술한 내용을 요약하며 글을 맺는다. 4대강 사업에 관한 정부의 주장은 온갖 거짓말로 포장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모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강을 버려둔 나라는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UN은 122개국 중 우리나라 수질지수가 8번째로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가하천의 홍수피해가 지방하천보다 더 심하다는 국토부의 주장도 전혀 근거없는 거짓말이다. 그들 스스로 2008년 4월 내놓은 <하천재해예방계획>이라는 문건을 통해 홍수피해 투자 우선순위의 98.8%가 지방하천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국토부의 주장도 명백한 거짓말이다. 세계물협회가 집계한 우리나라의 1일 1인당 물사용량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또 8억t의 물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잘못된 수요 예측이 가져온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이런 낭설들은 우리나라 1일 1인당 생활용수 기준수요량을 450ℓ로 설정하고 생활용수 공급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므로 우리나라에 8억t의 물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1일 1인당 기준수요량 450ℓ라는 수치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현실성이 전혀 없다.
유사이래로 거짓말이 공익에 기여한 적은 없었다. 또 거짓말이 정의에 기여한 적도 없었다. 거짓말은 공익을 해치는 사리사욕의 부산물일 뿐이다. 국토부와 청와대가 하루라도 빨리 이런 거짓말의 함정으로부터 빠져 나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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