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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합의' 후폭풍…"한국노총, 노조 죽이기 도장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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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합의' 후폭풍…"한국노총, 노조 죽이기 도장 찍어"

민주노총, 총파업 예고…한국노총도 지도부 성토 '부글부글'

노동부와 한국노총, 경영자총협회가 합의한 복수노조 2년 6개월 유예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6개월 유예를 놓고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두 조항의 3년 유예를 합의했던 2006년의 3자 합의보다 내용적으로도 심각하게 후퇴했을 뿐 아니라, 노사 양측이 각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두 조항을 시기적으로 다르게 시행을 약속해 명분도 얻지 못했다.

3년 전에도 '야합'이라는 비판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노동조합을 서서히 고사시키는 합의문에 노동조합 대표가 도장을 찍었다"는 격한 비판이 쏟아졌다. 단지 두 조항의 별도 유예기간 때문이 아니라, 합의문에 담긴 구체적 내용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노동계에게는 차라리 현행법의 시행이 낫다"는 주장마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갑작스런 '배신'으로 막판 관련 논의에서 순식간에 제외된 민주노총은 6일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시행하기로 한 이번 합의는 추악한 거래조차도 못 되는 한심한 내용"이라며 "총파업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내부도 시끄럽다.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원칙을 주장했던 한국노총이 자신들의 그간 주장과 완전히 다른 내용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장석춘 위원장 등 현 지도부가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까지 약속해…위헌 소지 있는 내용을 시행령으로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노조로 단결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 자체를 봉쇄하는 동시에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까지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라며 "미조직 노동자와 조직 노동자 모두의 권리를 한꺼번에 빼앗고 노동자의 운명을 재벌 정부와 사용자들이 손아귀에 쥐고 농락하려는 속셈"이라고 평가했다.

한 마디로, 현재 조합원이든 조합원이 아니든 이번 합의의 피해자가 된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4일 밤 나온 합의문이 표면적으로는 두 조항을 특정 기간 동안 유예하기로 한 것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노동계에게 치명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노동부와 한국노총, 경영자총협회가 합의한 복수노조 2년 6개월 유예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6개월 유예를 놓고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2년 6개월 유예가 결정된 복수노조의 경우 합의문에 "교섭 창구 단일화"를 못 박았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사실상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해 복수노조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자율 교섭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막판 돌변했다. 끝내 한국노총은 창구 단일화를 명문화해 관련 조항이 시행되는 2012년 7월 이전에 교섭창구 문제를 놓고 다시 줄다리기를 할 틈새조차 스스로 봉쇄시켰다.

"교섭단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설정한다"고 명시한 조항도 문제다. 노동조합이 기업별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이 조항은 산별노조의 교섭 요구에 사용자가 응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현재에도 금속노조 등의 산별교섭 요구에 현대차 등 거대 사용자가 응하지 않아, 산별노조의 힘이 무력한 상황인데 이런 흐름이 더 가속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합의문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처음 밝힌 '아이디어'로 국회의 법 개정을 거치지 않고 창구 단일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수노조의 단결권을 제약해 "위헌 소지가 다분"한 창구단일화를 시행령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법률 전문가들과 국회 입법조사처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젓는 일이다.

전임자 특정 활동만 보장하고 규모별 제한까지…"정부 부당노동행위도 합법화"

전임자 임금 관련 합의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면 노조 간부가 특정 업무를 할 경우 그 시간 동안 월급을 보장해주는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명시해 노조 활동을 보장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합의문에는 "중소기업의 합리적 노조 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사 교섭,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관련 활동에 대해 사업장 규모별로 적정한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타임오프와 규모별 전임자 상한제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가 보고한 공익위원안의 타임오프보다 이번 합의가 더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노동조합의 특정 활동만 인정하는 것은 똑같지만 '규모별 제한'까지 덧붙었다.

또 세부적인 기준을 노사정이 실태조사를 거쳐 합리적 기준을 '시행령'으로 반영하기로 한 것은 정부에게 칼자루를 넘겨준 셈이다. 민주노총은 "노조 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배개입을 더 강도 높게 하겠다는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의 합법화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3년 전 '유예 합의'와 달라…명분도 없고, 독소조항 모두 합의문에 명시

▲비록 노동자의 단결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노조 전임자 임금이라는 '편의'와 맞바꾼 것은 똑같지만, 올해 합의는 단순히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야합'이라는 비판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프레시안
이번 합의가 지난 2006년의 노사정 합의와 다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비록 노동자의 단결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노조 전임자 임금이라는 '편의'와 맞바꾼 것은 똑같지만, 올해 합의는 단순히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야합'이라는 비판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각자의 진짜 속내가 무엇이었든, 노사 모두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3년 전 명분조차 올해는 얻지 못했다. 말을 바꾼 것은 한국노총만이 아니다. 틈날 때마다 "복수노조 허용은 국제 기준"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해 온 노동부도 전임자 임금보다 복수노조를 2년이나 더 유예시키는 데 합의하면서 결국 제 주장을 뒤집었다.

특히 노동계만 놓고 보면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아니, 복수노조를 더 오래 유예시키는 대가로 모든 것을 내줬다. 지난달 30일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이 "복수노조 금지만이 파국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한 것이 진심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대정부 투쟁을 계획대로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8일부터 국회 앞에서 지도부 농성에 들어가고 12일 공공부문 중심의 1차 투쟁, 16~17일 1만 간부 상경 투쟁을 벌인다. 18일에는 전국동시다발 집회를, 19일에는 민중대회를 연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금속노조는 이미 지난 4일 "어떤 야합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인정할 수 없다"며 "특히 복수노조를 유예하면서 전임자 임금을 단계적으로 금지할 경우 현대, 기아, GM대우 등 9만 조합원을 선두로 총파업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 '후폭풍' 잠재울 수 있을까?

대정부 투쟁의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민주노총보다 더 시끄러운 것은 한국노총이다. 한국노총이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전임자 임금을 다 내주고 복수노조는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든 합의안에 도장을 찍은 뒤,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지난달 30일 갑작스런 지도부의 입장 변화 이후 들썩이기 시작한 한국노총 내부는 태풍전야다. 산별연맹들이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런 내부 반발을 무시하고 끝내 도장을 찍었다. 이후 한국노총 홈페이지는 "한국노총을 탈퇴하자"는 등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일에는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을 하러 가는 장석춘 위원장을 일부 중집 위원과 간부들이 막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아직 1년의 임기가 남은 현 지도부가 조직을 추슬러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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