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 세워진 거대한 스노보드 램프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광장인가, 시장의 홍보공간인가

길이 100미터, 높이 34미터의 철제물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지어졌다. 서울시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스노보드 월드컵 빅에어 대회를 광화문광장에서 열기로 하고, 이 같은 임시 램프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광화문광장이 시민을 위한 소통의 공간이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의 홍보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 서울시는 10월 20일,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빅에어 대회 개최를 확정하고 대회를 위해 광화문광장에 특설경기장을 만들기로 했다. 11월부터 시작된 특설경기장 설치 작업은 현재(12월 4일)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프레시안

서울시는 전 세계 유명 스노보드 선수들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를 겨울 축제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스노보드 램프 앞 쪽에는 대형 스케이트장을 만들고 있다. 또 행사 기간 중에는 대형 콘서트, 빛의 축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빅에어 월드컵 경기는 점프대에서 도약 후 점프, 회전, 착지 등의 기술을 겨루는 대회다. 빅에어 월드컵 경기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소규모 이벤트 대회로 열린 적은 있지만 광화문처럼 도심 한복판에서 이 경기가 열린 것도 이례적이다.

"광화문광장, 누구를 위한 광장인가"

서울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세 번째로 동계 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국민의 염원을 알리고,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도 '무한 체험 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심어 주리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광화문광장이 "누구를 위한, 어떤 광장인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개장 이후 광화문광장은 서울시 홍보 행사가 아니면 기업 홍보 행사, 정부 주최 행사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11월 2일부터 5일까지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주최로 '대한민국공익광고제'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6일부터 8일까지는 한국방송(KBS) 주최로 '2009년 북 쇼' 행사가 진행됐고, 행정안전부가 11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마운 사람에게 내복 보내기' 행사를 실시했다.

24일에는 농협 주최로 '2009 김장 사랑나눔' 행사가, 11월 19일부터 12월 5일까지는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2009 한국색채대상 수상작 전시회'가 열렸다. 강원도 화천군에서는 '2010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 홍보를 위해 24일 광화문광장에서 '산천어, 서울나들이 행사'를 진행했다.

빅에어 월드컵 대회의 경우, 현대 성우리조트가 후원을 한다. 공식 이름도 '현대카드 슈퍼매치 IX-스노보드 시티점프' 대회다.

▲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빅에어 램프 조감도. ⓒ사울시

"이제라도 광장을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시장의 광장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의 의견을 묻고 광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광장을 사용하고 있다"며 "광화문광장은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팀장은 "대형 램프로 광화문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상당하리라 생각된다"며 "언제까지 광장이 시장의 전유물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 한 번의 집회, 심지어 1인 시위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서울시가 자신의 홍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돈을 써 가면서 광장을 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