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3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와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발제자로 내세워 뉴민주당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화두는 '생활정치'였다.
한국적 '생활정치'란
우선 '생활정치'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 대해 김호기 교수는 "'생활정치(life politics)'란 말은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에 의해 본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불평등과 억압에 저항하는 '해방정치(emancipatory politics)'에 대응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쟁점과 관련된 윤리를 탈전통적 질서 속에서 실존적 문제들을 배경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제3의 길'로 통용되기도 하는데, 전통적 해방정치가 고전적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목표를 담고 있다면, 생활정치는 현대적 사회민주주의와 여성·평화·환경운동 등을 포괄하는 신사회운동의 목표를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 열풍을 일으켰다고 평가되는 '생활정치' 역시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환경운동, 평화운동 등을 포함한 일본식 신사회운동의 등장에 기반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 일본의 혁신세력인 가나가와네트워크로 발전했고, 이들은 민주당 창당과정에 개입해 생활정치 이념을 수용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 ⓒ프레시안 |
김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생활정치는 유럽적 맥락보다는 일본적 맥락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생활정치의 영역을 △경제영역(성장과 일자리) △사회영역(주거, 노후, 양성평등, 환경보호 등) △문화영역(교육과 능동적 문화생활) △세계화영역(노동력의 국제적 이주와 다문화주의)로 구분했다.
김 교수는 "생활정치에 대한 한국적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는 예를 들어 '민주적 생활정치' 또는 '생활정치 민주주의'를 추구해 생활정치에만 치중하지 말고 민주주의 수호라는 이중과제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민생정치와 생활정치의 차이를 부각시켜야 한다"며 "민생정치가 경제적 시민의 생활에 주목한다면, 생활정치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시민의 생활을 포괄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생활정치의 폭을 경제 문제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문화적 욕구의 영역으로도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양이 아니라 일자리 질을 따져야
이어 발제에 나선 박주현 소장은 "패러다임 싸움에서 확실히 이겨야 한다"며 "대립각만 세우는 패러다임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로 바꿔야 하다"고 강조했다. '토목이냐 교육이냐'가 아니라 '토목에서 교육으로', '과거냐 미래냐'가 아니라 '과거에서 미래로', '소수의 부자냐 다수의 서민중산층이냐'가 아니라 '소수의 행복에서 다수의 행복으로'와 같이 대안을 제시하고 이끄는 긍정적 방향으로 슬로건을 정립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진영은 영남에 토목 예산이 몰리면 호남에도 따오는 식으로, 강남이 개발되면 강북도 개발시키는 식으로와 같이 보수 특권층이 제시하는 패러다임 안에서만 싸워왔다는 진단이다.
결국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로 집약되는데, 박 소장은 "좋은 일자리 컨셉이 '만병통치약'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과 상관없이 몇 개를 만드느냐에 집착하고 있지만, 질도 따지는 일자리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자리 예산도 개수로 따지지 말고 전체 인건비 예산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곳은 교육과 복지 분야의 사회서비스"라며 "인적자원개발과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전은 명확하게 목표는 구체적으로
이어진 토론에서는 보다 구체적 주문들이 제기됐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민주당플랜은 한 마디로 일부만 잘 살지 말고 다 같이 성장하자는 것인데, 좌우를 넘어선다든가 좌와 우가 다르다는 것 말고, 좌도 우도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방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실 일본 민주당과 자민당은 매니페스토 내용을 보면 언어만 다를 뿐 정책 체계는 비슷하다"며 "문제는 비전의 분명함과 구체성의 차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민주당은 '중학교 졸업시까지 월 2만6000엔', '출산수당 55만 엔', '고령자 연구수당 7만 엔', '향후 3년간 시간당 최저임금 700엔에서 1000엔으로 인상' 등과 같이 분명한 수치를 목표로 세웠기 때문에 사람들이 민주당의 정책체계를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치목표들이 제시돼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10년을 가져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액션플랜과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국민들이 움직인다"며 "구체적이지 않으면 감동도 없다"고 역설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이 기성정치가 싫으니 반대격으로 생활정치를 찾는 것"이라며 "그러나 선거용 1회성으로 끝나 잊어버리면 국민들이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정 교수는 "보통사람들,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빅텐트' 돼야
김부겸 의원은 '반대야당'으로서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김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잘 될 가능성은 3년 전보다 커졌지만 실제 부딪히는 민심은 결코 녹록치 않다"며 "현재 우리 지지층 24~25%로는 못 이긴다. 지방선거 간단하게 보지 말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김 의원은 "지금 보수층은 조직화된 정도가 예전 권위주의 정부 시절 관변단체와는 수준이 다르다"며 "자기 이데올로기와 자기 세계관을 갖고 우리와 맞서고 이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견제야당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근본주의적인 운동권 정당의 티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택문제, 교육문제, 일자리문제 등 구체적 문제에 대한 민주당표 대안이 뭐냐고 물을 때 아프다"며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 같은 실현 되지도 않는 무모할 만큼의 도적적 아젠다를 던져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소득의 양극화보다 자산의 양극화에 대한 국민들의 허탈감은 감당이 안 되는데, 원죄는 다 우리에게 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문제 등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당 내에서 토론 하다 대통령 고함 소리 한 번에 주저 앉았었다"고 반성했다.
김 의원은 또한 뉴민주당플랜에 대한 '우경화' 비난 등에 대해 "토론도 하기 전에 논쟁조차 못하고 자칫 쓰레기통에 갈 위기에 처했었다"며 "우리 민주당이 미국 민주당처럼 좌파부터 중도까지 모두 포함하는 '빅텐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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