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날 오후 4시 김 의장의 집무실로 4가지 요구사항을 준비해 찾아갔다.
이들이 밝힌 4가지 요구사항은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의 위법행위 인정 및 재발방지 약속 △미디어법 폐지 및 재논의 즉각 실시 △요구사항 거부시 국회의장의 의장직 사퇴 △모든 요구 거부시 의원직 사퇴서 처리 등이다.
이들은 이어 "김형오 의장은 본인의 입으로 '먼저 의장석을 점거한 세력에 불이익을 주겠다', '대리투표는 어떠한 경우든 용납될 수 없다'고 했고, 수차례 자신의 직권상정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해 왔다"며 "김 의장이 자신의 약속만 지킨다면 국회가 처한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미디어법을 의장 직권으로 재논의 하든가, 아니면 자신들의 의원직 사퇴서라도 처리해달라는 것이다. 배수의 진이다. 이들은 이 요구사항을 두고 1시간 20분 동안 보좌진도 없이 완전 비공개로 의장과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나 논의에 진전이 없었고, 결국 김형오 의장은 화가 난 채 자리를 박차고 다음 일정을 위해 의장실을 떠났다.
▲ 의장실로 들어서는 민주당 '사퇴 3인방'. 완쪽부터 장세환, 천정배, 최문순 의원. ⓒ프레시안 |
김 의장이 떠난 뒤 장세환 의원은 의장 비서실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4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헌재 결정에 대한 이견 차이만 확인했다"며 "대화의 진전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에서 7월 22일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인정했고, 헌재 결정의 취지도 국회에서 재논의하라는 것이 밝혀졌으므로 현재의 미디어법을 무효화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 의장은 "헌재는 무효확인 요청에 대해 기각을 했기 때문에 법률안은 유효한 것이고, 권한침해 지적은 인정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먼저 재논의에 대한 협의를 해보고 안 되면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직 사퇴서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기본적으로 여야 원내대표가 의사일정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인신에 관한 것은 (자신이) 처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장 의원은 전했다.
의원직 사퇴서의 경우 회기 중이 아닐 경우 국회의장의 결재로 처리되지만,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 회부해 의원들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김 의장은 자신이 단독으로 사퇴서를 본회의에 회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양측은 1시간 20분 동안 언쟁을 벌였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진전된 결과를 얻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고 자리를 지켰고, 결국 김 의장은 "정치적 목적이냐. 농성을 하겠다는 것이냐.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라고 화를 내며 의장실을 먼저 나섰다.
장 의원은 "일단 의장을 기다려볼 생각"이라며 "농성이 오늘 면담의 목적은 아니나 아무 진전도 없이 이대로 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의장이 오늘 안 들어오면 여기서 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실상의 '의장실 점거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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