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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노동硏, 단협 해지ㆍ직장폐쇄의 선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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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끄럽다 노동硏, 단협 해지ㆍ직장폐쇄의 선봉장"

노조는 물론 박사급 연구위원들도 "이럴 수는 없다"

노사 잠정합의안이 나온 상태에서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뒷통수'를 맞은 공공연구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 뿐 아니라 박사급 연구위원들로 구성된 연구위원협의회도 1일 "이럴 수는 없다"며 박 원장을 맹비난했다. 8명의 보직자들 가운데 2명은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다른 보직자들도 사퇴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위를 막론하고 박 원장의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이번 직장폐쇄가 위법하다는 인식을 전체 구성원이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와 연구위원협의회는 한 목소리로 "직장 폐쇄 철회와 단체교섭 잠정합의안 수용"을 촉구했다.

"노사 합의 수용 못한다? 박 원장은 처음부터 대화 의지 없었다"

노동연구원지부는 이날 "헌법에서 노동3권을 삭제해야 한다는 박 원장의 소신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기성 원장이 단체협약을 해지해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키고 노조원에 대해 온갖 협박을 일삼아 단결권을 협소화시키더니 이제는 직장폐쇄로 단체행동권마저 위축시키려고 한다"는 이유다.

특히 노사가 1개 조항을 제외한 모든 쟁점에 대해 잠정합의를 이룬 상태에서 박기성 원장이 돌연 잠정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을 놓고, 지부는 "박 원장은 처음부터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가 없었으며 오직 노조를 와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 '뒷통수'를 맞은 공공연구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 뿐 아니라 박사급 연구위원들로 구성된 연구위원협의회도 1일 "이럴 수는 없다"며 박 원장을 맹비난했다. ⓒ프레시안

지부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철도노조 등 공공부문 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한 직후 직장폐쇄가 단행된 것이어서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원장의 직장폐쇄 신고는 연구원 내 주요 보직자들조차 난색을 표하며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와 연구위원협의회에 따르면, 박 원장은 11월 30일 외부 노무사 한 명을 대동하고 직접 서울노동청 남부지청을 방문해 직장폐쇄를 신고했다.

박사급 연구위원 전원도 "더 이상 연구실에 앉아 있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직장폐쇄에 대해 7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지부 뿐 아니라 박사급 연구위원들 전원도 성명에 동참하며 반발하고 있다. 황덕순 연구위원협의회 회장은 "구성원 누구의 동의도 얻지 못한 '날치기 직장폐쇄'"라고 규정했다.

전체 34명의 연구위원 가운데 보직자 8명과 연락이 닿지 않은 1명의 연구위원을 제외한 25명이 연서명하는 형태로 발표한 이날 성명에서 협의회는 "박기성 원장은 노동연구원을 질식시키고 있다"며 "기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묵묵히 연구에 종사해 오던 우리 연구위원들은 이제 더 이상 연구실에 앉아있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직장폐쇄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노사문화의 정착을 바라는 노사정의 기대와 연구원의 정상화를 바라는 연구위원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노동연구원 정상화의 첫걸음은 단체협약을 체결해 파업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박 원장이 단체협약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연구위원들은 더 이상 박 원장의 경영에 협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기성 원장의 직장폐쇄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체 34명의 연구위원 가운데 보직자 8명과 연락이 닿지 않은 1명의 연구위원을 제외한 25명이 연서명하는 형태로 성명을 내고 직장폐쇄 철회와 단체협약 수용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박기성 원장의 직장 폐쇄, 방어적 수단 아닌 공격 수단으로 위법이다"

이들은 이번 직장폐쇄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비춰 보면 노조가 파업 중이라 하더라도 노사간 교섭 태도와 쟁의행위의 양태 등으로 비춰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덕순 회장은 "지부의 파업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번 직장폐쇄는 사 측의 방어적 수단이라기 보다는 지부의 쟁의행위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공격적 수단으로 위법"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평화적이었던 것 뿐 아니라 노조가 노조 간부 징계위원회 구성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양보하면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던 만큼, 사 측의 방어적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지부의 파업이 어떤 폭력 행위도 없고 다른 직원의 출입을 방해하는 것도 아닌 만큼, "사 측의 퇴거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연구위원들은 설명했다.

"일련의 흐름을 노동연구원이 선도하는 것이 가장 부끄럽다"

연구위원들은 무엇보다 국내의 노동 관련 최고의 국책 연구기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발전과 가스, 철도에 이르기까지 현재 공공부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단체협약 해지도 노동연구원이 가장 먼저 했다.

황덕순 회장은 "일련의 흐름을 노동연구원이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조성재 부회장도 "노동연구원을 노사관계의 시험대로 삼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박 원장이 연구에는 관심이 없으시고 노조 때려잡는 것이 목표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부는 노동연구원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9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구위원들도 각자의 연구실을 나와 대회의실을 비상 총회장으로 정하고 모든 업무를 그곳에서 처리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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