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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복지관'이 정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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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복지관'이 정답인가?

[이제는 '풀뿌리 정치'] 거점센터와 생활 네트워크로 이원화하자

2010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지난 4월부터 <프레시안>은 <생활정치연구소>와 함께 기획연재 '이제는 풀뿌리 정치'를 연재하여 왔습니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일단락하고 내년부터는 <2010 지방선거를 위한 생활정책 10대 과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제는 풀뿌리 정치'에 관심을 보여주신 많은 풀뿌리 네티즌(Netroots)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편집자>

문제는 복지 서비스의 연계이다

얼마 전에 장애인 복지 시설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어느 장애인 부모로부터 으리으리한 대규모 장애인 복지관을 짓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대규모 복지시설은 사실상 그 시설이 존재하는 지자체나 인근 지역에서만 혜택을 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 문제의식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가 지역사회복지를 전공하시는 분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생겼을 때 여쭤보았더니 일리 있는 주장이며 학계에서도 논쟁 중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이해하기 쉽게 내가 살고 있는 부천을 예로 들어보자. 부천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작동에 있지만, 같은 부천시민인 송내동 주민은 거리가 멀어 그곳까지 이동하기가 쉽지 않고 이용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소규모 시설을 지역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에는 이동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시설이 분산되면 접근성은 좋아지지만, 서비스의 내용과 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규모 시설을 곳곳에 짓는다면(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그런 방식을 요구한다), 예산도 예산이거니와 관리에도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생활 복지 서비스(1차)와 복지거점 센터(2차)의 연계로 문제를 풀자

두 가지 요구를 충족시키는 시스템은 없을까를 궁리하던 중에, 종합병원과 동네의원의 연계진료시스템을 원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그 후, 지역의 노인복지관을 방문하여 면담하는 과정에서 노인복지관의 사업 중에 '경로당활성화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계가 되는 경로당을 방문해서 복지관에 오지 않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몇몇 프로그램을 방문하여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물론 노인복지관의 주된 사업은 아니지만, 잘 원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프레시안

그래서 장애인복지서비스든, 노인복지서비스든 지역 내의 많은 소규모시설을 네트워크화하여 통합·지원하는 사업을 대규모시설의 기본 사업으로 삼으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즉 대규모시설은 주변지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하는 소규모 시설들을 네트워크화 하여 통합·지원하는 거점센터로서의 기능을 기본사업으로 설정케 하는 것이다. 3차 진료기관인 대학병원의 역할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간단한 서비스는 거주 지역의 소규모시설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좀 더 전문화되고 규모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거점센터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연계를 체계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장애인복지관에서 지역 내의 다양한 소규모 장애인 시설과 그룹홈 등에 대한 연계서비스를 개발하고 프로그램도 지원하면서 몇 개의 소규모 시설 합동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소규모시설 이용자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그 연계망을 통해 전문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것이다.

노인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역 내 경로당과의 연계서비스를 개발하고, 프로그램 지도와 긴급대응서비스 등을 통합·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경로당은 '대한노인회' 소속이고 노인복지관은 지방정부 사회복지과 소속이므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개재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지서비스 수혜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관계를 조율하면 서비스체계를 통합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강동구의 파파넷 플라자의 시사점

서울시 강동구의 경우, 강동어린이회관에 '파파넷플라자'란 것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구립어린이집과 함께,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부모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파파넷이라는 온라인 보육정보포털도 운영하고 있다. 보육서비스의 경우도 이 거점센터와 네트워크 방식을 통한 연계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더 나은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입소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민간어린이집, 특히 소규모 가정보육시설 어린이집들의 경우 아이를 믿고 맡기는데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보육교사의 수도 부족한데다 시설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민간 및 가정보육시설의 시설기준을 심사하여 평가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부천시 보육정보센터의 경우도 행정지원과 평가인증 및 온라인 정보제공 중심의 행정지원센터 기능에 머물고 있다. 이를 규모 있는 거점센터로 만들고, 거기에서 인증을 받은 민간 및 가정보육센터에 대한 다양한 연계서비스를 제공토록 한다면, 아이를 맡기는 부모 입장에서 가까운 시설을 이용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보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거점센터와 네크워크 방식의 연계서비스 시스템은 시설의 연계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네트워크 사업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사업인 만큼, 열린 자세와 협력적 태도, 그리고 열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용두사미로 끝나기 쉽다. 시설과 공간, 예산 지원도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네트워크를 활성화함으로써 많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질 높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열의가 확산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여러 개의 대규모 시설을 짓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철학과 실험이 바로 양질의 서비스를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저비용고효율'의 생활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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