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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눈 감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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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눈 감고 살리라"

[RevoluSong] 스파이키 브랫츠의 <얼어붙은 도시>

무심코 이 기사를 클릭한 당신, 어쩌면 예고도 없이 덮쳐오는 쌩쌩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볼륨을 낮추지는 마시길.

이것은 펑크, Revolusong에서 발표되는 곡들 가운데 유일한 펑크, 활동을 시작한지 7년 된 조선펑크밴드 스파이키 브랫츠의 펑크, 럭스(Rux)의 원종희가 거쳐갔고 서재석과 박병선, 오창래, 우정호, 이동훈, 마혁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파이키 브랫츠의 펑크. 그러므로 이것은 절규하는 젊음의 목소리. 세상에 관심없다고 비난받고 세상을 바꾸지도 못한다고 비난받는 젊음의 목소리.

아니 어쩌면 이것은 젊음의 노래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모두의 패배에 대한 노래이며, 우리 모두의 무기력에 대한 노래이며, 우리 모두의 비겁에 대한 노래일지도 모른다. 술안주로만 오직 술안주로만 현 대통령을 난자하고 용산 참사의 현장에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우리에 대한 노래. 묵묵히 싸우고 있는 언론노조원들에 대한 기사는 읽지도 않고 절대 이길 수 없으리라 포기하고 철도노조가 왜 파업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오지 않는 지하철을 욕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노래.

섹스 피스톨즈(Sex Pistos) 이후 펑크가 얼마나 반항적이며 전투적인 음악이었는지를 새삼 언급하지는 않기로 하자. 마구 내달리는 보컬의 떼창과 시종일관 단순하면서도 긴박한 드러밍, 그리고 거친 일렉기타의 합주가 이어지는 <얼어붙은 도시>를 듣는 것만으로도 펑크가 어떤 음악인지를 파악하기는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순한 팝이 되어버린 한국 펑크의 한 구석에 아직도 이렇게 뜨거운 스트리트 펑크가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등록금과 취업으로 숨가쁜 젊음에게 이렇게 역설적인 분노와 각오가 남아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그러므로 곡에 대한 긴 설명 대신 밴드의 보컬 서재석이 쓴 설명을 통째로 덧붙이기로 한다. 여기 회색도시에서 시간도둑 같은 이들과 맞서 싸우는 모모같은 젊음이 있다. 그러니 우리, 아무리 바빠도 볼륨을 한껏 올리고 3분 48초의 곡을 한번만 더 듣자.



<얼어붙은 도시>

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눈 감고 살리라
고개를 떨구고 침묵하리라
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오물을 쓰리라
Like you, Like you, Like you!

녀석의 탐욕의 칼끝, 당신의 의지를 향한다
그리고 상처뿐인 영광들

잊혀진 진실, 밝혀진 거짓
지속된 탐욕, 허황된 욕망!

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눈 감고 살리라
고개를 떨구고 침묵하리라
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오물을 쓰리라
Like you, Like you, Like you!

역겨운 이념의 싸움, 끝없는 증오를 만든다.
그리고 용서 못한 우리들

잊혀진 진실, 밝혀진 거짓
지속된 탐욕, 허황된 욕망!

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눈 감고 살리라
고개를 떨구고 침묵하리라
얼어붙은 도시의 끝에 나 오물을 쓰리라
Like you, Like you, Like you!

"'punk not politics' 그때의 우리는 그랬습니다. 고 김대중, 고 노무현 대통령이 계시던 그 세상에서 살던 우리는 정치 따위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작은 것에 분노했으며 평화와 자유를 낭비하고 허비하는 멍청한 애새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은 온통 얼어붙은 채 침묵하는 커다란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언젠가 새들도 세상을 뜨던 그 세상이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이 세상을 그렇게 만든 이들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을 국민들에게 당연하게 요구하며 칼자루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행위들은 우리의 무기력했던, 아니 장전될 필요조차 없었던 분노를 한발, 한발, 장전하게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기껏해야 인디밴드입니다. 인디밴드 중에서도 파급력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비주류 펑크 밴드입니다. 변방 중에 변방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침묵하고 있다면 그들의 그 절대적인 힘에 눌려, 눈감고 산다면 결코 행복한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가 많은 정치적 지식과 강한 행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하루, 하루를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어야 할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노래하려고 합니다. 부디 이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조선펑크밴드 스파이키 브랫츠. ⓒ스파이키 브랫츠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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