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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 세계 교육 인사가 카타르 도하에 모인 이유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세계교육혁신회의(WISE) 참관기

2009년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카타르재단(Qatar Foundation)이 주최하는 세계교육혁신회의(World Innovation Summit for Education·WISE)에 다녀 왔습니다.

인천에서 카타르 도하 직항기가 일주일에 4회 운항합니다. 직항이지만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들렸다 가는 관계로 왕복 비행 시간만 30시간에 이르는 먼 나라입니다.

초대자는 카타르재단(1995년 설립한 카타르의 비영리교육단체)의 수장이자 카타르 국왕의 둘째 아내 셰이하 모자 빈트 나세르 알 미스네드(Sheikha Mozah Bint Nasser Al Missned) 입니다.

모자 왕비는 카타르대학교를 졸업하고 18살 때 카타르 국왕과 결혼했습니다. 영어에 능통하고 카타르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카타르 국가 가정부 위원장, 카타르 교육부 부위원장 등 교육, 건강, 가족과 관련해서 자국 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국제적으로도 활동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유네스코 기초·고등교육 특수회의 의원인데 국왕의 다른 두 부인들과는 다르게 국가에서 아주 활동적인 사회운동가라고합니다. (참고로 회교 국가인 카타르 남성들은 4명의 아내까지 둘 수 있습니다.)

카타르 수도인 도하는 '공사 중'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각종 건물들이 쑥쑥 올라가고 두바이처럼 건설 붐이 일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카타르를 방문한 분들도 모두 놀라워했습니다. 길거리에 보행인은 거의 찾아볼 수없으며 차량은 토요타 등 일본 차들과 벤츠 등 고급차들이 많았고 가끔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차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카타르는 국민 소득 5만불이 넘는 자원부국으로 카타르 국민임을 이유로 국가에서 돈을 주는 나라입니다. 노동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에서 들어온다고 합니다. 담배는 허용하는 대신 음주는 금지돼 만찬에서도 술은 제외됩니다. 길에서 여성들은 거의 볼 수 없고 호텔에서 본 남성들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WISE 참가자는 국제적으로 1000명 정도 입니다. 세계 각국의 교육계와 관련된 학계, 교수, 국제기관, 사회단체, 풀뿌리운동가, 교육 사업가, 언론매체, 예술 문화단체 등에서 초대받았습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왜 내가 여기에 초청받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떠도는 말은 초청 대상 선택은 카타르 위원회가 외국 리서치 기관에 아웃소싱을 주어 7개월간 걸쳐 초청 대상자 명단을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인사가 많았고 동양에서는 타이완, 베트남. 일본과 중국 등에서 3~10명씩 왔습니다. 한국은 3명입니다. 저를 포함해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의 이승환 원장님, 서울디지털대학의 홍필기 교수님 입니다. 국제회의답게 통역에도 신경을 써 영어를 공식 언어로 하고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일본어 등 7개국 통역을 하더군요.

▲ WISE 참가자는 국제적으로 1000명 정도 입니다. 세계 각국의 교육계와 관련된 학계, 교수, 국제기관, 사회단체, 풀뿌리운동가, 교육 사업가, 언론매체, 예술 문화단체 등에서 초대받았습니다. ⓒ김명신

카타르 정부는 그 동안 카타르재단을 통해 도하를 국제화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며 이 사업도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카타르는 카타르 과학도시 사업, 카타르 교육 공원사업, 알자리라 방송국 유치와 알자지라 아동 프로그램 제작 지원, 개도국 교육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해 왔습니다.

또 카타르재단은 미국과 서구의 고등교육 국제협력 기관과 손잡고 이 회의를 조직했습니다. 주요 협력 기관으로는 미국의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와 RAND Corporation, 영 연방 대학 연합(The Association of Commonwealth Universities), Agence Universitaire de la Francophonie(AUF)와 국제 대학 총장 연합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University Presidents)으로 대학의 국제 교류 확대와 협력 확대가 이 회의의 주요 목표입니다.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열린 이번 회의 주제는 △다양성(pluralism)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혁신성(innovation)입니다. 이번 회의의 기저에는 '교육을 인권 차원의 권리에서 나아가 투자로 간주한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습니다. 특히 교육의 접근 확대에서 교육의 질 문제를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WISE 첫날 개회식에는 유네스코 신임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카타르재단 이사장 모자 왕비, WISE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였습니다. 영국 블레어 총리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유명 인사들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세계적으로 교육 교역량이 자동차 산업보다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천연가스 이외에는 인적 자원과 농축산업 생산물이 부족한 부국 카타르가 교육을 미래 산업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2009년 WISE 회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의 관련 주요 내용은 이승환 원장님이 정리한 자료를 중심으로 기술합니다.)

1. 교육을 인권 차원의 권리에서 나아가 투자로 간주.
2. 교육의 접근 확대 문제에서 교육의 질 문제로 전환.
3. 교육의 산업화를 기정 사실화 하고 기업과 정부와 시민단체의 적극적 협력 모색.
4. 초등 교육보다 고등 교육에 우선 순위를 줌.
5. 초등·중등·고등 교육의 연계성 강조(초등교육부터 교육의 질 문제가 중요함을 시사).
6. 카타르재단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특히 도하를 교육·과학도시로 만들어 지식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도록 하려는 계획의 일환에서 개최.
7. 양질의 교육 제공이 상당한 예산 투입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 이번 회의에서는 그 목적이 교육의 질에 대한 강조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에 수반되는 자원과 예산 투입에 정부와 사회와 기업의 관심과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독려함. 결국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 자체의 중요 목표가 산업 경쟁력이라는 대세를 교육 차원에서 확인하고 강조하는 데 이 회의가 기여함.

3일간 여러 섹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첫날 오전 개별 섹션인 <세계 불평등>을 소개합니다.

주발제자인 데이비드 아놀드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총장은 학교를 소개한 후 이집트/아랍의 지도자 교육 후 대학생들이 고향을 방문해 교육 봉사를 벌인 사업 성과를 말했습니다. 그는 브루킹스 연구소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하여 아랍의 교육을 실패로 단정했습니다. 아랍 인구의 40퍼센트 이상이 15세 미만이고 아랍 인구의 25퍼센트가 실업 중이라고 합니다. 국제 수준에 맞는 적합한 양질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초등 학령기 학생중 7400만 적령기 학생이 교육에서 소외되며 개발도상국 원조 총액 2퍼센트만 교육 분야에 지원 된다고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역시 학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더군요. OECD 관계자가 나왔는데 그는 교육의 질과 적합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만 15세 학생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시험을 치루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뿐 아니라 비회원국도 참여하며 세계 경제의 87퍼센트가 참여합니다. 학교간 격차, 사회 경제 배경에 따른 격차가 심각합니다. 나라마다 양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교육 양극화는 세계적인 화두입니다. 또한 교육 효율성 제고에 교사의 중요성, 교사의 지위의 중요성, 학교 교육 정책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회의 내내 아프리카의 비극이 그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참석자는 영어를 쓰자니 각각의 민족의 정신과 역사가 실종될 위기이고 다양한 언어를 쓰자니 교육 과정 등의 표준화가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한 아프리카 참가자는 아프리카의 경우 서로 다른 언어 때문에 PISA 시험조차 치를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번 회의는 각 섹션마다 여성은 1/4정도 되었는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아프리카 여성도 있었습니다. 저만의 편견인지 모르지만 여성들은 대체로 관점도 참신했습니다. 소수자이기 때문이겟지요. 튀니지대학의 한 교수는 '시민권과 소수자' 섹션에서 갈등의 원인이 다양성에 있지 않다는 점, 동일 민족간, 동일 국가 간에도 갈등이 있는 것을 보면 균질 집단이 화합과 평화를 보장하지 않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시민권이 가장 중요하며 시민권이 문화권보다 우선시되어야하고 국가의 중요성 강조, 공동책임과 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체성은 결국 국적의 문제이며 국가는 도가니(Melting pot)처럼 시민권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니그로 대학의 한 관계자는 과거 교육은 노예에서 자유민으로 가는 수단이었으며 지금은 자유+경제 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승환 원장님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지만 이는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나 경제력이 없는 상태(개인 차원 및 집단 차원, 국가 차원 모두에서)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인식이 결여된 채 교육의 부족 때문에 가난하다는 인식, 그리고 최근에는 양질의 교육의 부족으로 전가시키고 나아가 많은 불평등과 부정의의 원인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그는 "교육을 받으면 자유로워진다고 했지만 비록 제국주의 무력이나 힘의 논리에서 자유로워도 이젠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도 짚어져야 한다며 이러한 경향이 이번 회의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회의 참가자들에게 제법 공유된 의식인 것 같습니다. 이후 거의 식사 때마다 만난 유네스코 자카르타 관계자도 같은 의견을 피력하더군요.

이번 회의에는 여러 유명인이 참석했는데 특히 슈레더 독일 전 수상의 발언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그는 모두가 최상급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강조하며 "경제 위기가 교육에 영향을 주지만 어디까지나 교육은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다"라고 확실히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교육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질의 교육 제공이 상당한 예산 투입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각국가가 어떤 교육 체제와 철학을 가졌는가에 따라 주장하는 것이 다양했는데 유럽식과 미국 교육의 관점의 차이가 드러나더군요.

두번째 날 저녁에 모자 왕비가 주최한 갈라 디너에는 WISE 어워드(Award)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갈라 디너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부인 브루니가 파티에 참석하여 참석자들을 깜짝 놀래켰습니다. 인기가 최고였습니다. WISE Award는 다원성, 혁신, 지속가능성 분야에 각각 2곳씩 6개 사업에 수상 했습니다.

수 많은 국제 회의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 단체들은 국내 문제가 많으니가 외국으로 눈돌릴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합니다. 저만 해도 교육 운동 20년째이지만 교육 관련 큰 규모의 국제 교류는 이번이 세번째 입니다. 10년 전 일본 PTA의 초청으로 동남아시아국가의 교육 관계자들이 모여 포럼과 방송 인터뷰 등을 진행한 것이 처음이었고 4년 전쯤 한일역사교과서 관계로 서울 서초구의 자매 도시인 스기나미를 민간차원으로 방문한 것이 두번째입니다. 그리고 이번입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WISE 홈페이지(☞바로 가기)를 방문하시면 더 많은 관련 자료와 영상들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흘간 계속되는 강행군 회의, 나는 마지막 날 오후 4시간 잠깐 짬을 내어 인근 사막도 다녀왔습니다. 경기도만한 면적에 80만 명이 산다는 카타르, 내가 딛고 선 사막 바로 옆 바다 건너 보이는 곳이 사우디아라비아라더군요. 카타르가 야심차게 계획한 교육산업, 2년에 한번씩 개최한다는 WISE 그 다음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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