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에서 열린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최근 미국과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른 파장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프레시안〉이 공개한 국정상황실의 문건에서 나타난 대통령에 대한 보고 지연 의혹 등도 이에 맞물려 거론됐다.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 안돼"**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 이 내정자는 "동북아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고 만일 발생한다 하더라도 역내 분쟁에는 주한미군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나 다 동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내정자는 "이번 합의는 한반도가 동북아 주한미군 개입의 발진기지가 돼 우리 안보가 어려움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우리 입장과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을 서로 이해해서 만든 것"이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내정자는 기존의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전략적 유연성을 부정하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간 지속적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 조항에 '사전협의' 문구 대신 '존중'이란 문구가 들어간 경위에 대해선 "당초 사전협의를 넣자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은 미국 대통령 외에 어느 나라와도 군사이동에 대해 동의나 허락을 받지 않는다"며 "사전협의 문구를 넣으면 결국 유연성을 제도화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내정자는 "우리(NSC와 외교부)는 충분히 논의했고 대통령의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발언도 우리가 다 이야기해서 넣은 것"이라며 "이번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사전협의라는 문구는 빠졌지만 대통령의 발언 정신은 다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유연성, 용산기지 이전과 무관"**
이 내정자는 이어 "용산기지 이전 등의 문제와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아무 관련이 없다" 반복해 주장했다.
이 내정자는 "기지 이전 문제는 노태우 정부 때부터 국민의 정부까지 기지를 평택으로 보내고 돈은 한국이 낸다고 약속한 것이어서 그것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며 "GPR(전세계 미군 재배치)은 2003년에 나온 것이어서 기지이전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용산산기지 이전은 GPR과 연관된 것이다"며 "정부 문건에는 이것은 동맹 재조정의 하드웨어라고 되어 있고 전략적 유연성은 동맹재조정의 소프트웨어라고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 내정자는 "어디서 나온 문건인지 모르겠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넘어갔으나, 이 문구는 지난달 22일 NSC 사무처와 외교통상부가 청와대 국정브리핑에 게재한 전략적 유연성 성명 해설에 명시돼 있었다.
***"2005년 1월 대통령 지침에 따라 협상 전개"**
또한 이 내정자는 대통령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 진행사항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서는 "누락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각종 문건마다 다르지만 해명자료에 나온대로 2004년 3월에 보고했고 이는 국정상황실 측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외교부에서 2003년 10월 각서 초안을 (미국에) 보냈다고 했는데 그건 몰랐고 그 초안에 따른 답이 2004년 1월에 온 내용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내정자는 또 대통령에 대한 보고 지연과 관련한 국정상황실의 문제제기에 대해선 "외교안보라인은 충실히 논의도 했고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청와대 쪽에서 '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후 청와대 측의 문제제기에 우리가 답을 하는 정상적 과정이었다. 외교 안보시스템이 아니라 (청와대의 문제제기에 답을 하는) 과정에 기밀 누출 문제가 생겼다"고 답했다. 국정상황실의 내부문건에서 드러난 문제제기는 사전 토론 자료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권영길 의원은 "노 대통령이 2004년 11월 미국에서 '주한미군의 융통성 있는 운영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지만 내가 말하는 유연성은 동북아에 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고, 2005년 3월 공사 졸업식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데 (전략적 유연성 합의 내용과 비교해 보면) 대통령이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몰랐던지 아니면 유연성을 수용해놓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내정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대통령이 2005년 1월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하지만 동북아 지역은 안 된다고 지침을 줬고 모든 것은 그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는 '사상 검증' 논쟁**
한편 이 내정자는 과거 논문과 저술을 바탕으로 사상적 편향성을 집중 거론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논쟁을 벌여야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과거 논문과 저술들은 김일성 체제와 주체사상에 대해 미화한 것이 아니냐"고 따져물으며 "현 시점에서 친북 좌파가 통일부 장관이 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나는 아주 비판적으로 박사논문을 썼다"며 "국민들이 제가 대단히 빨갛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친북 좌파'라는 공세에 대해서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 북한 체제를 찬양해본 적이 없다"며 "지금도 대학원생들이 내 책을 많이 보고 있는데 친북좌파라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내정자는 특히 "참여정부가 자주국방을 위해 매년 9%의 국방비 증강을 추진했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했다"며 "80년대 이후 이런 국방비 증강이 없었는데 그런 친북좌파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또 1988년 '분단올림픽'을 반대했다는 내용의 논문에 대한 전여옥 의원 등의 질의에는 "31살 때 쓴 글에 대해서는 논문이 아니고 잡글이라도 책임지겠다"며 "젊은 시절 폭이 좁았고 편협한 것을 인정한다"고 정면돌파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단독올림픽 반대 전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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