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 진보신당, 반전평화연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18일 서울 종로구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연석회의는 "학살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다시 파병하면 안 된다"며 한발 나아가 "미국도 아프간 전쟁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민단체는 18일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어느 나라에서도 철군한 나라에 재파병한 경우는 없다"
이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파병 방침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국민과 합의를 거쳐 철군한 나라에 재파병하는 예는 찾아 볼 수 없다"고 재파병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오바마 미 대통령을 두고도 "전쟁을 끝내겠다는 첫 마디로 취임선언을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이 도리어 아프간에 대한 전쟁을 파키스탄으로까지 확장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수만 명의 병력을 증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증파계획을 철회하고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진행될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이들은 "양국 정상은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동북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건설적인 회담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은 '핵 없는 세계', '글로벌 핵군축'이라는 보편적 원칙과 경로에 입각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체제 실현을 앞당길 전향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가 피의 전쟁을 한국에게 강요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들도 입을 모아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반대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피의 전쟁을 한국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정으로 평화를 위한다면 아프간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며 전쟁 종결 선언을 촉구했다.
이용길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날 보도된 정부의 아프간 파병 규모 확대안을 두고 "정부는 150명 수준의 민간 재건팀 보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300명 규모의 경계병력 파견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이젠 여단급 규모인 2000명을 파견한다고 한다"며 "이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용길 부대표는 또한 "국민 전체 합의를 통해 철군을 결정했는데 대통령 본인의 의지대로 고집을 부려 다시 파병을 진행하려 한다"며 "이는 사대 조공이나 다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는 민간 재건팀이 군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나토가 지휘하는 군대로서 군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라크 자이툰 부대와 동일한 개념의 군대를 정부는 군대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아프간 파병 반대하는 미국인도 많다"
주디 리어(Judy Lear) 그레이 팬더스(Gray Panthers) 전국위원장은 "이라크, 아프간에서는 엄청난 인명 살생이 일어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많은 미국인도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하는 걸 반대한다"며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당장 철군해야 한다. 그것이 전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이 팬더스는 노인 복지 및 반전 평화 관련 활동을 하는 미국 시민단체다. 이 단체 주디 리어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맞춰 한국에 왔다. 한국 시민단체와 함께 파병 반대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연석회의는 이날 저녁 명동 아비타몰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과 한국군 재파병에 반대하는 반전평화 촛불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또 향후 파병 동의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경우, 당일 도심에서 항의 시위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 2명이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 '대학생 나눔문화' 회원 2명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방송사 카메라가 영상을 담는 동안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다가 연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산 명령에도 피켓을 계속 들고 있었다"며 연행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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