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른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등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 한미 전쟁동맹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결정한 이후 첫 대중 반전 시위가 도심에서 열렸다. 65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11.14 반전평화행동의 날'을 열었다.
"이명박 정권은 결국 한국을 '아류 제국주의'로 만들겠다는 것"
이날 반전평화행동의 날에는 정치인을 비롯해 반전평화 단체 회원이 대거 참석, 이명박 정권의 재파병 결정을 두고 쓴 소리를 던졌다. 포문은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이 열었다. 이 의원은 "재파병은 다시 테러의 늪에 빠져 들겠다는 것"이라며 "영국과 독일에서도 파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마당에 유독 우리만 파병을 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정희 의원은 "파병을 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국회에선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회에서 파병 반대 여론을 모아 파병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65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11.14 반전평화행동의 날'을 열었다. ⓒ프레시안 |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의 발언은 보다 수위가 높았다. 그는 "미국은 또다시 한국에게 전략동맹을 이유로 파병을 강요를 하고 있다"며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파병만을 요구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미국의 모든 전쟁에 한국군이 동원될 판국"이라고 설명했다.
유영재 팀장은 "미국은 더 이상 자국 힘만으론 전 세계 패권을 장악하지 못 한다"며 "그렇기에 동맹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통해 계속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이명박 정권은 한국을 '아류 제국주의'로 만들기 위해 침략자 미국의 앞잡이가 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유영재 팀장은 "큰 흐름에서 미국은 지는 해, 난파되는 배"라며 "왜 한국은 이런 곳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지 않고 들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도 높게 재파병 결정을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온갖 거짓말로 반대 여론 잠재우려 한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2007년 한국 정부는 철군 여론이 높아지자 파병군을 철수했다"며 "당시 철군이라는 국민적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기에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고 재파병 방침의 철회를 촉구했다.
연석회의는 "한국군이 철군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더욱 불안정하고 위험한 장소가 됐다"며 "지금까지 무려 125만 명이 학살됐고 수백만 명이 난민촌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온갖 거짓말로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석회의는 "재파병은 아프가니스탄인들 뇌리에 한국을 미국의 학살, 점령을 지원하는 나라로 각인시킬 것"이라며 "이는 또다시 무수한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연석회의는 "지금이라도 재파병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온 힘을 다해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석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방한하는 기간인 18일, 광화문에서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 한국군 재파병 반대, 한미 전쟁동맹 반대 반전평화 촛불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국회 파병 동의안이 상임위에 상정되는 날에는 규탄 도심 집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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