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앵무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앵무새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엄마 한숨에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를 칠판에 적어 놓고서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들을 향해
잘못된 글자를 찾은 다음 해석하여 보라고 하였다.
". . . . . . . . . . . . "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수 없이 많이 중얼거렸던 노래임에도 잘못된 글자를 찾지 못하였고
의미를 이해하는 학생 역시 한 명도 없었다. 의미도 알려주지 않은 채 가르쳤고
의미도 모른 채 아무런 생각 없이 따라했던 것이었다. 앵무새처럼.

"엄마 한숨에 잠자고"가 아니라 "엄마 한숨은 잠자고"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한숨, 그러니까 걱정 근심은 잠자버려라, 사라져버려라.
그러니까 엄마의 걱정과 근심이 자신(아이)의 재롱으로 인해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일러주었다.
의미를 생각하면서 노래를 불렀다면 좀 빨리 철이 들어 모두가 행복하였을 것을.
아니라면, 학생들 스스로가 이해하지 못하겠노라고 고백하면서 질문하였더라면
좀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알고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을.

주현미라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익히 들어서 가사까지 외울 수 있는 노래였지만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였던 노랫말이 무심코 가슴에 다가왔다.
이전에도 들었었지만 의미는 아예 생각해보지도 못하였었는데.
"…… 만날 때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헤어질 때 아름다운 사랑이 되자, 잠깐만 잠깐만……"이었다.
굳이 해석할 필요조차 없는 너무 쉬운 내용이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노래했기에
맛을 알지 못하였다는 것이 너무 커다란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바보였고 바보였다.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고 중얼거리고 중얼거렸던 바보였다.
음미해 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바보였다. 생각하니 선생님도 부모님도 나도 형도 누나도 모두 모두 바보였다.
의미도 모르고서 중얼거리기만 하였었다.
모른다는 사실도 모른 채 리듬 박자 음정에만 신경 쓰면서 노래를 불렀었다.
생각하였어야 했는데,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면
노래도 삶도 좀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