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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의 장만 안정적이라면 정파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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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의 장만 안정적이라면 정파문제는 없다"

[민주노총 위원장후보 인터뷰] 기호 2번 조준호

침체에 빠진 노동운동의 재도약 여부를 가를 민주노총의 제4기 임원 선거가 다음달 10일 대의원대회에서 실시된다. 그에 앞서 모두 3개 조의 위원장-사무총장 후보가 나서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은 세 명의 위원장 후보를 기호 순서대로 만나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전반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미 게재한 기호 1번 이정훈 위원장 후보의 인터뷰에 이어 기호 2번 조준호 위원장 후보의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조준호 후보는 기아자동차 노조 출신으로 1997년 자동차연맹 위원장을 거쳐 전임 이수호 집행부에서 조직강화위원장을 역임했다. 조 후보는 전임 이수호 지도부와 같은 정파인 민주노동자전국회의와 노동전략연구소의 추천으로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했다. 이른바 '국민파'다. 조 후보와의 인터뷰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운동가들의 전망 상실이 민주노총의 위기 불렀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이 창립한 지 10년이 흘렀다. 지금 민주노총의 현주소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조준호 :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노동자 민중의 삶을 잠식하고 있다. 지금 민중진영의 상황은 위기의 수준을 넘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희망이다. 민주노총은 최일선에서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고 대응해 온 가장 강력한 조직이다.

〈프레시안〉 : '당위'를 말한 것 같다. 지금 민주노총이 과연 '희망'이라고 불릴 만큼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준호 : 맞는 말이다. 민주노총이 외부에서 밀려오는 거센 물결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선 외부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운동을 이끌어야 할 노동운동가들이나 노조 간부들이 점차 힘을 잃고 의기소침해진 현상부터 들고 싶다.

투쟁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좌절을 경험하면서 운동가들이 운동에 대한 확고한 전망을 상실해가고 있다. 신념이 약해지면서 갖은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도덕성은 무너지고, 이로 인해 지난해 각종 비리사건에서 보듯 불미스런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박스 1〉--------------------------------------------------------------------
조준호 위원장 후보 약력

1987 노조민주화와 임금인상을 위한 대중투쟁 주도하다 구속
1993 전국구속수배해고노동자투쟁위원회(전해투) 위원장
1997 전국자동차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1998 전국금속산업연맹 수석부위원장, 위원장 직무대행
2004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민주노총 한일FTA저지 투쟁단 단장
2006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지도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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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지난해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은 충격이었다. 민주노총의 최고 지도부까지 총사퇴해야 했다.

조준호 :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의 지도력까지 약화됐다. 이로 인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할 노동자 조직이 사분오열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프레시안〉 : 노동운동가들이 운동에 대한 전망을 잃어가면서 지도력 위기까지 초래했다는 말인데….

조준호 : 현재 노동운동 진영의 많은 간부나 활동가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0여 년간 임단협 투쟁을 거듭해 온 결과 기술적이고 실무적인 역량은 뛰어나다. 하지만 운동에 대한 비전을 갖고 그에 걸맞은 새로운 운동을 펼쳐나가는 능력과 자신감은 매우 부족해졌다. 신념은 강하되 실무적 능력이 취약했던 과거와는 상반된 상황이다.

***"정파의 역기능, 안정적 회의 테이블만 보장되면 문제 안 돼" **

〈프레시안〉 : 민주노총의 위기와 관련한 담론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정파'의 문제다.

조준호 : 어떤 사회나 조직이든 의견그룹은 존재한다. 의견그룹이 확대되면 '정파'란 이름도 붙는다. 정파가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정파간 정책경쟁을 통해서, 또는 투쟁전략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서 노동운동은 더욱 성숙해진다.

문제는 정파가 이런 순기능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존하는 각종 정파들은 '지도부 장악'을 위한 경쟁을 지나치게 한다. 또는 각 정파가 자기 조직의 확대를 위해 벌이는 활동에서 여러 가지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운동의 대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더 진전되면 정파의 문제는 민주노동운동에 질곡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정파의 역기능이 부각된 이유는 뭔가?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조준호 :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안정적으로 토론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려진 결정들이 강력하게 집행돼야 한다. 그런데 다양한 의견들이 안정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각종 회의 테이블이 불안정하다. 지난해 초 대의원대회 사태를 떠올려보라. (지난해 1월과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사회적 교섭' 안건의 처리를 놓고 강온파 간에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며 무산됐다.)

다양한 의견들이 안정적이고 민주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각종 회의 테이블만 보장되면 된다. 토론의 결과가 각 정파들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강력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각 정파가 지원해야 한다.

사실 이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는 사태를 겪으면서 대다수 조합원들과 전체 간부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박스 2〉------------------------------------------
정책 공약

△ 세상을 바꾸는 투쟁,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1.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와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쟁취, 한미FTA 저지, 무상의료 무상교육 쟁취 총파업 투쟁·민중총궐기
2. 2~3월 전조합원 교육, 현장순회,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투쟁본부로 전환
3. 4~5월 파업 및 총력투쟁, 하반기 전면적인 총파업투쟁 전개

△과감한 조직혁신으로 희망을 주는 민주노총을 건설하겠습니다.
1. 비리근절 규율위원회 재구성 강화, 의무교육 실시
2. 대의원대회 내실화, 선거제도 혁신안 마련
3. 재정구조 혁신과 지역본부 위상 재정립, '21세기 노동운동전략위원회' 설치

△비정규 조직화 사업으로 100만 민주노총의 길을 열겠습니다.
1. 비정규투쟁 전담하는 '비정규투쟁위원회' 설치
2.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3대 방침
3. 5대 부문 전략사업 강화와 비정규 사업재정 확충

△산별노조 건설로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해 나가겠습니다.
1. '2007년 매뉴얼' 및 복수노조 대응 종합계획 수립
2. 6월 산별전환 총투표와 비정규 노동자 산별노조 가입운동 전개
3. 산별교섭, 사용자단체 구성, 산별협약 산업 내 확대적용 강제하는 노동법 개정 추진

△6.15 공동선언 이행과 반미반전 투쟁으로 자주통일을 앞당기겠습니다.

△진보운동진영 총단결로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준비하겠습니다.
1. 진보운동진영 총단결을 위한 상설연합체 건설
2. 노동자, 농민, 빈민 등 기층민중연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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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정파의 문제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라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오히려 조 후보가 다수파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준호 : 글쎄, 나는 원칙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하고, 최소한의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민주적 원리 아닌가? 최종 합의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반보라도 내딛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격렬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는다.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파라기보다 소위 '종파'로 보는 것이 맞다.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준비 안 된 잔치에 왜 들어가나"**

〈프레시안〉 : 26일 국민대통합 연석회의가 출범했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대타협 드라이브에 시동을 건 셈이다. 민주노총은 공식적으로 선출될 지도부가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조준호 : 연석회의에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지금껏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말하면서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는 현재 민주노총의 지도부 공백을 틈타 비정규직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지 않나.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연석회의를 하려면, 먼저 민주노총과 어떤 의제를 갖고 이야기를 할 건지에 대해 사전조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연석회의란 곳이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조차 모른다. 잔치에 초대하는 사람들도 준비가 안 됐고, 초대받은 사람들도 그것이 무슨 잔치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 민주노총이 연석회의에 참여하면 '들러리'밖에 될 것이 없다.

〈프레시안〉 : 연석회의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닌가? 정부는 연석회의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먼저 다룬다고 했고, 이미 지난해 말부터 양대노총에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조준호 : 글쎄, 정부 내에 수많은 위원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원회 공화국'이란 말도 있던데, 그 위원회들 가운데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하나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를 만들었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들어갈 수 있는가? 지금은 하나의 사안이라도 잘 협의해서 노정 간 신뢰를 쌓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노조의 자정노력에 주목해야"**

〈프레시안〉 :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이 많다. 먼저 일부 언론들이 나섰고, 최근에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장상환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은 한국사회 위기의 주범 TOP 10 중 하나로 민주노총을 꼽았다.

조준호 :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 위기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 땅에 사는 민중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그들의 희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조직으로서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 노무현 대통령 등과 함께 민주노총을 위기의 주범 목록에 병렬적으로 올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나뿐 아니라 대다수 민주노총 핵심 간부들은 그런 주장에 분노했다.

〈프레시안〉 : '주범'이란 표현이 매우 불쾌하더라도 장 교수의 문제의식은 유효하지 않나? 대기업 노조 때문에 민주노총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조준호 : 대기업 노조 스스로 정화의 노력을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도 부단히 노력한다. 각종 특별위원회나 전략위원회를 설치해서 정말 눈물겹게 쇄신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몸부림을 보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대기업 노조에 대한 비판만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프레시안〉 : 대기업 노조의 쇄신을 그들 스스로에만 맡겨 둘 수는 없을 것 같다. 내셔널센터(총연맹)에서 적극 개입할 필요는 없는가?

조준호 :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노동운동 전략위원회'를 만들려고 한다. 위원회는 각 정파들을 아우르는 장이 될 것이다. 물론 노동운동에 애정이 있는 학계 인사들도 다수 참여시킬 생각이다. 이 위원회는 당면 과제에 대한 검토에서부터 노동운동의 혁신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주제들을 놓고 논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위원회가 단시간 내에 구성되지는 못할 것이다.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정파들 간에 충분한 사전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총연맹도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이수호 전 지도부, 책임 다했다"**

〈프레시안〉 : 조 위원장 후보 측의 선거대책본부는 지난해 총사퇴한 이수호 지도부의 맥을 잇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임 지도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조준호 : 확인된 것은 지도자 한 명의 '개인비리'다. 하지만 지도부 전체가 총사퇴했다. 조합원과 국민들의 눈높이가 그것을 원했다. 개인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책임을 확실하게 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 지도부와 같은 정파라는 이유로 나의 출마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종파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사퇴했다면, 민주노총 안에서 그 어떤 조합원도 위원장 후보로 나설 수 있다.

***"비정규직 법안, 조합원들이 동의하는 수준 따로 있을 것"**

〈프레시안〉 : 이번에 당선되는 위원장의 임기는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땜질하는 지도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준호 : 올해는 정말로 중요한 한 해다. 보궐 집행부가 대충 땜질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누구든지 당선되는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나로서도 개인적으로 당선되더라도 그 후에 따라올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크다. 1년 이란 짧은 임기 동안 처리하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프레시안〉 : 당면 과제로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이 기다리고 있다.

조준호 : 그 두 가지 사안은 이 땅의 민중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다. 정부는 말로만 사회양극화 해소를 말하지, 정작 이처럼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지는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두 가지 사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두 가지 사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될 경우에는 양보나 타협은 결코 없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프레시안〉 : 일방적이란 표현을 썼는데, 그 구체적인 의미는 뭔가? 처리의 절차나 방법만을 가리키는 말인가, 아니면 법안의 내용까지 아울러 가리키는 말인가? 의미가 모호하다. 예컨대 비정규직 법안의 경우 민주노총의 최종 요구안이 나온 상태인데, 이것이 관철되지 않고 법안이 처리되면 일방적 처리로 볼 수 있는 건가?

조준호 : (민주노총의 최종 요구안과는 별도로)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이 있을 것이다. 교섭에 성실히 임하면서,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까지 협상결과가 나온다면 싸울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재의 정세상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 준하는 협상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강력한 총파업 투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조준호 :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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