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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먹기 장으로 변질한 민주노총 혁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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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눠먹기 장으로 변질한 민주노총 혁신하겠다"

[민주노총 위원장후보 인터뷰] 기호 1번 이정훈 후보

민주노총은 지난 20일부터 제4기 임원 선거에 돌입했다.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다음달 10일 대의원대회에서 투표로 차기 임원단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3조의 위원장-사무총장 후보가 나섰다.

이번 민주노총의 선거 결과는 위기에 빠진 노동운동이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거듭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느냐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더욱 진전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모두 현재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을 나름대로 내놓고 있다.

〈프레시안〉은 25~26일 세 명의 위원장 후보를 기호 순서대로 인터뷰 하고, 그 내용을 26일부터 잇달아 게재한다. 첫번째 인터뷰 대상은 기호 1번 이정훈 위원장 후보다. 인터뷰는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민주노총, '노동관료'들 간의 자리다툼의 장으로 전락해"**

〈프레시안〉 : 출마동기부터 말해달라.

이정훈 :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혁신되는 건 아니다. '사람'만의 문제였다면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상층 지도부까지 올라오는 길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 이 구조에 도전하기 위해 출마했다.

〈프레시안〉 :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상층 지도부까지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이정훈 : 민주노총은 현재 대기업 노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현장에서 분투하는 동지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민주노총 의사결정 구조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규약상 현장 조합원의 의견이 소통될 수 있는 유효한 통로는 대의원대회다. 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의원들은 현장 조합원과 괴리돼 있다.

현재 규약·규정상 민주노총은 조합비를 내는 조직이나 노동자들에게만 대의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 돈이 항상 부족한 비정규직 노조원은 대의원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 반면 대기업 노조는 조합비를 꼬박꼬박 내니까 할당된 대의원 수를 모두 가져간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는 셈이다.

-----------------〈박스〉----------------------------------------------------------------------------
△이정훈 위원장 후보 약력

1993년 한국합섬 입사
1994년 민주노조 결성 및 대의원, 선전부장
1996년 민주노조 사수투쟁으로 1년6개월 실형
1998년 노조 사무장 및 구미 노동자의 집 사무국장
2000년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발기인
2003년 구미노동청년회 대표, 전국노동자대회 투쟁으로 1년6개월형(집행유예 2년)
2004년 한국합섬노조 위원장, 화학섬유연맹 대경본부 수석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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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지금 대의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정훈 : 수 년간 여성 비정규직 조직화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여성연맹은 조합비를 제때 못내 대의원을 고작 1명만 배출하고 있다. 반면 돈이 철철 넘치는 KT 노조는 50명의 대의원을 중앙에 파견하고 있다. 현재 운동 지형을 고려할 때 이런 구조에서 과연 민주노총이 계급적 대표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기업 노조의 이해관계에 민주노총 전체가 매몰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상층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정훈 : 이런 구조에서 상층 지도부는 노동 관료들 간 자리다툼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선거시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자기 정파 소속 사람들로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한 정파가 민주노총의 중앙권력을 다 가질 수 없으니 정파 간에 권력을 배분하는, 다시 말해 나눠먹기 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수호 전 지도부의 총사퇴 뒤에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보라. 정파 나눠먹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위원장 직선제 도입하고, 비정규직 대표자는 당연직으로 대의원 돼야"**

〈프레시안〉 : 내놓은 대안은 뭔가?

이정훈 : 계급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위원장 직선제의 도입이다. 또한 조합원 500명당 1명으로 할당된 대의원을 300명당 1명으로 해서 대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조의 대표자들에겐 당연직으로 대의원 자격을 줘야 한다. 더불어 이들의 의결권에 할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조합비도 제대로 못 내고 수적으로도 부족하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만큼 이들에게 전폭적으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노총은 돈 내는 조합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1000만 노동자의 대표조직이다. 민주노총은 주식회사가 아니지 않은가? 계급 대표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박스〉-------------------------------------------------------------------------------
〈공약〉

△이념
1. 기만적인 '산별체계 전환 투표' 반대, 참 산별노조 건설운동 제창
2. 한국노총과 통합 반대 - 민주노조 운동의 정체성 회복
3. 정치적 경제주의와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

△조직
1. '지역본부'와 협의회에 '연합조직'의 지위 부여
2. 지역 산별에 기초한 전국 산별연합 건설
3. 대의원 직선, 대의원 구성에서 소수자 대표성 과감히 배려
4. 임원 직선
5. 조합원 20~30명당 1인의 현장위원(shop steward) 위촉
6. 조직활동가(organizer)의 대대적 양성 및 투입으로 천만 노동자 조직화

△투쟁
1. 간부만 동원되는 중앙집중 투쟁에서 대중이 참여하는 지역연대 투쟁으로
2. 가열찬 선도투쟁도, 힘있는 대중투쟁도 아닌 어정쩡한 지도부 투쟁 지양
3. 주요 현장 투쟁에 전국/지역 지도부 직접 끝까지 결합
4. 파업 결정 및 주요 투쟁 요구안은 70만 조합원의 직접 투표로 확정

△기풍
1. 운동원칙에서 어긋난 어용조직에 단호하게 '규율' 적용
2. 임원 임기 2년 이내, 상층임원 연임 제한, 중간평가로 수시 소환제
3. 열사정신 계승하고 해고자, 구속자 후원사업을 민주노총이 책임
4. 전평, 70년대 민주노조, 전노협의 선배 운동가들을 명예조합원으로 위촉해 의결과정에 참여토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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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교섭 논란, 정파들간의 권력투쟁에 불과"**

〈프레시안〉 : 지난해 각 정파간 뜨거운 논란이 됐던 사항 중 하나가 사회적 교섭이었다.

이정훈 : 노사정 교섭 테이블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각 정파들이 교섭 테이블에 참여 여부만을 놓고 벌이는 논쟁을 보면서 참으로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섭 테이블에 들어가더라도 어떤 의제를 이야기할 것이며, 이에 대해 민주노총 내에서 얼마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가가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이에 대한 논의 없이 마냥 사회적 교섭을 하자고 하면 개량주의라고 비판하고, 반대로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면 정파적 공격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다.

한마디 더 하면, 지난해 초 사회적 교섭에 반대한다는 소위 좌파란 사람들이 대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좌파가 그렇게 할 일이 아니었다. 정말 노동운동이 개량적 흐름에 매몰됐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우파와의 전선을 치면서 아래로부터 '합의주의'를 넘어서는 운동의 동력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결국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좌우파 간 대립도 앞서 말한 운동 상층부 내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한 전형에 불과했다는 생각이다.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에는 반대**

〈프레시안〉 : 그와 별개로 정부는 연초부터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결과로 국민대통합 연석회의가 곧 출범한다. 연석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입장이 엇갈리는데, 어떻게 보나?

이정훈 :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에 반대한다. 우리의 준비상태가 매우 미흡하다. 또한 연석회의의 실체도 매우 불명확하다. 오히려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직 법안을 밀어붙이기 전에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느낌도 든다.

〈프레시안〉 : 지난해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행위가 드러나면서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민주노총의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지게 한 사건이었는데, 현재 그 사건에 대한 입장이 정파별로 분분하다.

이정훈 : 대의원까지 모두 사퇴할 문제였다.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개인비리로 한정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 사건을 계기로 철저하게 구조적 혁신을 추진했어야 했다.

지도부 사퇴를 그토록 요구했던 좌파들이 이후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들어갔지만, 비대위 활동 내내 제대로 한 것이 뭐가 있나. 비대위 내에서 구조혁신을 위한 내부투쟁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강승규 전 수석 비리 사건과 지도부 사퇴 국면을 자신들의 집권을 위한 계기로만 활용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이런 행태를 보면서 분노했다.

***"민주노총, 운동의 기풍을 되살리자"**

〈프레시안〉 :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가 그치지 않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의 대응은 여전히 수세적이다.

이정훈 : 운동의 기조가 자꾸 후퇴하면서 대응력이 약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거시적 문제에 대해 좀더 투자하고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에 쌓여 있는 돈을 대거 끌어다가 정책연구부터 실력투쟁까지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노동 관료'들이 대기업 노조의 등에 업혀 권력을 장악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총연맹의 역할은 뭔가?

이정훈 : 총전선을 쳐줘야 한다. 오늘날 자본은 노동을 겁내지 않는다. 단위노조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사용자는 상급단체 임원을 만나려고 한다. 상급단체 임원들이 투쟁을 지원하기보다는 빨리 사태를 정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사용자들도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의 투쟁부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으로 단위노조 대표자들은 모두 구속됐다. 하지만 상급단체 임원이 감옥 갔다는 말은 못 들었다. 상급단체가 합리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아래로부터의 투쟁열기를 가로막고 '타협' 위주로 활동하는 것이 오늘날 상급단체 임원들의 활동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상급단체를 불신하는 이유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전국구 후보 1순위다. 모두들 그렇게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민주노총 위원장 자리가 국회의원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전락했다. 운동의 기풍은 당연히 퇴락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할 사람은 많다. 감옥 갈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위원장이 앞장서서 투쟁을 지휘하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다가 구속되면, 또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하자. 이것이 3년 정도 반복되면 운동의 기풍이 달라질 것이다. 타협적, 개량적 운동에서 변혁적,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운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정훈 :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다.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더라도 민주노총을 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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