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수합병(M&A)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효성은 12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의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룹 홍보실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됐던 조석래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 프로젝트는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둘다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시장의 싸늘한 반응뿐 아니라 최근 불거진 조석래 회장 일가의 미국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검찰 수사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이날 인수 포기 발표문을 내고 "중요한 기간 산업이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하이닉스가 국내산업자본에 매각되어야 한다는 대승적인 관점과 당사의 기존사업을 재편해 메모리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그룹으로 거듭나고자 인수가능성을 검토해 왔으나, 당사의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한 특혜시비 등 전혀 사실무근인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 등으로 인해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됨에 따라 인수의향을 철회하기로 매우 안타깝고 힘든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M&A 자문사단 및 주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재무 및 경영능력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 공고를 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M&A 등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연내 재매각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효성ㆍ하이닉스 주가 동반 상승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자 효성과 하이닉스의 주가는 동반 상승하고 있다. 효성은 12일 오전 10시 14분 현재 전일보다 13.50%(9300원) 뛴 7만8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하이닉스도 4.76%(950원) 오른 2만9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효성의 주가는 급락했었다. 총자산은 8조4240억 원 가량으로 재계순위 33위인 효성이 총자산은 13조5393억 원(22위)의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시장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효성이 이렇게 무리한 행보에 나선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그룹 승계 구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이닉스를 인수해 반도체, 중공업, 섬유부문을 나눠 세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었다.
검찰, 수십개 차명 의심 계좌 발견
한편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한 것은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도 주요 원인이었겠지만, 최근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 독립 언론인 안치용 씨가 최초로 제기해 줄줄이 터져나오고 있는 조석래 회장 일가의 미국 부동산 매입 관련 의혹도 부담으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안치용 씨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제기한 13건의 부동산 중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전무가 매입한 7건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
<경향신문>은 12일 검찰이 조현준 효성 사장(41)과 조현상 전무(38)의 금융계좌를 추적해 수십개의 차명의심 계좌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부동산 매입 자금의 출처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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