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주관사인 외환은행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예비인수 제안서 접수 일정은 확인된 바 없다"며 "인수합병(M&A) 진행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것"으로 밝혔다. 15일은 당초 효성이 예비입찰 제안서 제출 예정일로 발표한 날이다.
외환은행은 아예 다음 달 말로 예정했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도 '금년 중'으로 조정했다. 본격적인 매각 일정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모든 일정이 원만히 진행돼야 하는데 이래서는 시장의 신뢰를 잃을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효성이 이처럼 인수 추진을 미루는 표면적 이유로는 정치적 부담이 꼽힌다. 국감에서 총수일가를 둘러싼 온갖 의혹이 정치쟁점화하는 상태라 여론부담을 인식했다는 얘기다.
비자금 의혹이 마무리돼야 하이닉스 인수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효성이 판단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금융권은 결국 국감이 끝난 뒤인 이번 달 마지막 주가 돼야 효성의 구체적 인수계획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치용 씨 효성 관련 새 의혹 제기
의혹은 마치 양파껍질을 까듯 줄줄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효성 일가의 불법적 미국 부동산 거래를 처음 알린 안치용 씨는 자신의 블로그 '시크리트 오브 코리아'를 통해 16일 오전에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이 블로그에 따르면 효성의 미국법인인 효성 아메리카는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회사자산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주택 한 채를 효성 아메리카 LA지사 이사였던 조장래 씨에게 '선물'했다. 블로그에 올라온 당시 거래내역서를 보면 '선물(Gift)'이라는 표현이 선명히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과 달리 조장래 씨는 총수 일가와 아무런 혈연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며 "회사에서 관사로 사용하던 주택을 편하게 매각하기 위해 조 이사 명의로 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 씨는 지난 1999년 매각 대금을 곧바로 회사에 반납했다"고 덧붙였다. 회사에 따르면 조 이사는 주택 매각 이후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굳이 자산을 개인 명의로 돌렸다 다시 받는 번거로운 서류작성 과정을 거친데 대해서는 "그 내용에 대한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비단 최근 블로그에서 제기된 내용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검찰이 지난 4월 조석래 회장을 비공개 소환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연이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총수 일가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기업의 경제적 문제인 하이닉스 인수 관련 사안이 회사 경영과는 얼핏 상관이 없어 보이는 총수 일가 의혹으로 뒤엉키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조석래 회장이 직접 풀어야 한다.
그룹 총수 집안 문제가 회사의 경영환경까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재벌그룹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나쁜 사례다.
▲효성아메리카와 조장래 씨의 부동산 거래내역서. 한푼도 받지 않고 선물하는 것이라는 내용(This is a bonafide gift and the grantor received nothing in return)이 적시돼 있다. 시크리트 오브 코리아 제공.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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