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1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공기업 중 일반입찰을 대안입찰로 변경한 기관과 이로 인해 낭비된 예산을 조사, 발표했다.
경실련은 "신행주대교 붕괴사고 이후 크게 줄었던 대안입찰 방식이 2004년부터 급속히 증가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발주 건수도 급증하고 낙착률도 대폭 상승했다"며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대안입찰로 변경해 약 1조9995억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안입찰은 발주기관(정부 및 공공기관)이 상세 설계를 완료한 후 원안설계보다 더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대안을 제시한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주는 입찰 방식이다.
경실련은 대안입찰 방식이 한 공사에 설계를 이중으로(발주자 원안설계, 건설업체 대안설계) 시행해 설계예산을 낭비하고, 입찰담합으로 건설비용이 증가한다고 비판했다.
대안입찰 발주를 하면 발주기관이 총공사비의 3% 수준에서 발주한 원안 설계는 폐기된다. 경실련은 정부의 원안 설계 가격 자체가 시장가격보다 2배 이상 부풀려져 있을 뿐 아니라 대안입찰 발주를 하면 가격경쟁방식을 통해 발주하는 경우보다 30%정도 높게 공사비가 책정된다고 지적했다. 가격경쟁방식은 입찰 참여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우선적으로 보고 낙찰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가격경쟁방식은 낙찰률이 55-60% 수준인데, 대안입찰은 낙찰률이 85-90%로 높아진다. 가격경쟁방식으로 발주하면 20-30여개 업체가 경쟁을 하지만 대안입찰로 발주하면 2-3개 업체만 참여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업체간 가격 담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턴키입찰과 마찬가지로 대안입찰에 중소업체들은 자금력이 취약하고, 설계심사위원에 대한 로비능력이 낮아 낙찰 가능성이 없어 참여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 ⓒ경실련 제공 |
5년간 2조 원 낭비…MB 정부 들어 1조 가까이 낭비
경실련은 지난 5년간 정부 및 공기업 36개 기관(기관장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건(8.3조 원)을 대안입찰로 발주방식을 변경하여 발주했고, 이로 인해 약 2조 원이 세금이 낭비된 것으로 추청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안입찰로 발주한 건수는 28건에 달한다. 한국도로공사는 10건에 2조 2700억원,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8건에 7900억 원, 한국토지공사는 5건에 7100억 원, 부산광역시 건설본부는 5건에 5500억 원을 발주했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 대안입찰 발주 사업의 평균 낙찰률은 85.7%로, 조달청의 낙찰률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5-8% 높아졌다. 그만큼 공사비가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9110억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으로 추산했다.
또 경실련은 5년간 대안발주로 낭비된 설계 예산은 2219억 원, 이명박 정부 들어 낭비된 설계 예산은 1043억 원으로 추산했다.
경실련은 "대안입찰 발주는 입찰방식을 변경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예산 낭비이며, 대형건설업체에 특혜를 주는 제도"라면서 "발주기관과 해당 기관장을 대상으로 발주방식 결정과 배경, 설계부실의 원인과 책임자, 입찰과정의 로비와 담합 등에 대해 사정기관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의 담합 조사, 검찰의 뇌물과 로비 조사,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 조사, 감사원의 집행실태조사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예산 낭비와 담합을 조장하는 대안입찰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대선 당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가격경쟁제도 확대 시행'을 당장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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