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회적 대타협'이 성사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회적 대타협'이 성사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기자의 눈] 현장에서부터 '불신의 벽' 무너뜨려야

또다시 '사회적 대타협'이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내세운 데 이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고 나섰다. 어느새 '사회적 대타협'이 다시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부상한 느낌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타협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그 중요한 축인 노사문제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훨씬 우세하다. '타협'을 하기 전에 충족돼야 할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구심은 노동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사 간 합의 파기 사건을 지켜보면 더욱 그렇다.

***언제든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산별협약'**

최근 GM대우자동차에 차량용 의자를 납품하는 업체인 KM&I 군산공장의 노사분쟁에 금속노조가 총력대응을 선언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금속노조와 금속 사용자 단체 간에 체결된 '산별협약'을 KM&I 측이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KM&I 측은 최근 노조원이 있는 하청업체 4곳과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노조원 102명을 집단 해고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금속업종 노사가 체결한 '산별협약'에 위반된다는 것이 금속노조의 주장이다.

산별협약에 따르면, 사용자는 사내하청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또는 하청업체를 폐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김성혁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KM&I의 폐업 방침은 산별협약을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인 것이 분명하다"며 "금속노조는 이를 사측의 도발적인 노동탄압으로 간주하고 '악질자본 1호 사업장'으로 선정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짓조각 돼버린 현대하이스코와 비정규직 노조 간 합의**

지난해 10월 말 8일 간의 공장 안 크레인 고공농성으로 주목을 받았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비록 법적 효력이 있는 '단체협약'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사회와 노동부가 중간 다리를 놓아 노조는 사측과 '노사확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확약서 체결 3개월 만에 노사 간 합의는 휴짓조각이 돼 버렸다.

'노사 확약서'는 사측에게 △하청업체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해고자를 우선 채용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며 △농성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일을 최소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최근 사측이 고공농성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며 노조 측에 72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빛이 바랬다.

노사 확약서 체결 당시 중심적 역할을 했던 순천시마저도 사측의 약속위반 행위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순천시의 한 관계자는 "실무협상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확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시가 주도적으로 현대하이스코 측에게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기 힘들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한편 이런 노동현장의 실상과 별개로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움직임은 정부 차원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해찬 총리 주도로 준비돼 온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민통합연석회의'가 이달 말에 공식 출범할 예정인 것이 한 예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양극화 해소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 이의를 다는 사람이나 단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추진되는 '사회적 대타협'이 또 하나의 선거용 이벤트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노동계는 현장에서 '합의'와 '약속'들이 배반당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해오면서 더 더욱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대타협' 구호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다른 각 집단 간에 쌓여 있는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 그간 있었던 '약속'과 '합의'만이라도 충실히 이행되도록 해야만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