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회장도 '효성 아메리카' 통해 미국 부동산 매입

효성 아메리카, 총수 일가 의혹의 핵심

아들들의 미국 고가 부동산 구입 정황이 알려진 가운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과거 미국 맨해튼의 콘도를 보유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콘도는 지난 1999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의 콘도 매입에도 어김없이 효성 아메리카의 이름이 거론된다. 효성 아메리카는 효성의 미국 현지법인인데, 조 회장 일가의 미국 부동산 구입 대부분에 이름이 거론되는 곳이다. 총수 일가의 '사적' 거래에 법인이 끼어드는 형태인 셈이다.

조 회장, 1977년 맨해튼 콘도 보유

블로그 '시크리트 오브 코리아(☞ 바로가기)의 안치용 씨는 28일 "조 회장이 1977년 9월 19일 뉴욕 맨해튼 57번가의 갤러리아 콘도(The Galleria Condo) 25C호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블로그에 따르면 이 콘도는 뉴욕시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57층짜리 주상복합콘도며, 235가구가 주거용으로 마련됐다.

조 회장은 이 콘도를 매입 22년째인 지난 1999년 3월 24일 2남 조현문 효성 부사장을 통해 19만 달러에 매도했다.

안 씨는 "매도 당시 기재된 조 회장과 조 부사장의 주소는 뉴욕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 로즐린의 주택으로, 등기소 방문 결과 지난 1978년 7월 19일 효성아메리카 명의로 구입된 주택"이라고 밝혔다. 이 주택은 지난 2004년 8월 10일 115만 달러에 매도됐다.

한편 최근 부동산 매입 사실이 속속 밝혀지며 곤혹을 치르고 있는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전무는 지난 8~9월 보유 부동산들을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이었던 데다, 국정감사 이전이라 조 회장 일가가 부담을 느끼고 급히 관련 부동산을 처분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조 사장은 지난 8월 20일, 2004년 180만 달러에 매입한 샌프란시스코의 콘도를 매입가보다 싼 150만 달러에 급매물로 내놨다. 조 전무는 9월, 하와이의 콘도를 매입가보다 30만 달러가량 비싼 299만9000달러에 매물로 내놨다.

▲조석래 회장이 부동산 매입 당시 주소지로 기재한 뉴욕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 로즐린의 주택. 이 주택은 효성 아메리카가 1978년 매입해 사용하다 2004년 팔았다. ⓒ시크리트 오브 코리아

효성 아메리카는 어떤 곳?

이들 총수 일가의 미국 부동산 매입에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곳이 효성 아메리카다. 조 회장은 물론, 아들들의 부동산 매입 과정에도 어김없이 효성 아메리카가 얽혔다.

효성 아메리카가 본격적으로 화제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조현준 사장의 미국 부동산 매입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조 사장은 효성 아메리카를 통해 지난 2002년 미국 LA의 콘도를 450만 달러에 구입했고, 2004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80만 달러 상당의 콘도를, 2006년에는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빌라 두 채의 지분 1/8씩을 95만 달러에 매입했다.

조현상 전무 또한 효성 아메리카를 통해 작년 7월 24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고급 콘도를 262만 달러에 구입했다. 검찰의 효성 비자금 사건 당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와 같은 사실이 안치용 씨를 통해 확인됨에 따라 효성 아메리카는 총수 일가의 해외 자산 도피창구 의혹을 받게 됐다.

효성 아메리카는 조 회장 일가의 부동산 구입 이전에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시사IN>은 작년 조 회장 일가의 방위사업 비리 의혹을 보도하며 그 중심에 효성 아메리카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효성 오너 일가는 지난 10여 년 간 국내 자체 연구개발 제품 납품을 약속하고 실제로는 효성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에서 방산 제품을 수입했다. 검찰 수사결과 당시 이들의 허위 세금계산서는 64억 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효성 아메리카는 표면적으로는 타이어보강재를 주로 판매하는 미국 현지 법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던 유모 상무가 총수 일가의 미국 부동산 매입에 깊숙이 관여한데다, 방산 납품비리 사건에도 핵심적으로 관계된 회사임이 확인됨에 따라 실질적인 위상은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