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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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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

[RevoluSong] 한음파의 <소용없는 얘기>

한해가 저물어가는 10월 말, 아직 한해가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올해의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용산 참사와 전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용산 참사가 현 정부의 무지막지한 개발과 반인권적인 공권력에 의한 필연적인 타살이라면 노무현의 죽음은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어떤 가치의 실패와 좌절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노무현의 죽음은 단지 노무현의 실패와 좌절이 아니라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운동 세력의 선거 패배와 목숨과도 같았던 도덕성의 몰락 같은 것들이 함께 작용한 사건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는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지나치게 솔직한 스타일과 정체성을 바꾼 듯한 정책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의 비판을 받으며 대통령직을 마감해야 했다. 하지만 그가 정치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시골의 보통 사람으로, 전직 대통령으로 제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의 진가를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진심을 확인한 때는 끝내 보지 못한 그의 마지막 모습 뒤였다.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스스로의 좌절과 실패와 오욕을 모두 껴안으며 그의 진심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이해하고 받아주지 못한 우리를 한없이 아프게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 <프레시안>을 통해 창작곡을 발표하겠다고 했을 때 노무현을 추모하는 곡을 보냈거나 그의 이야기를 담은 곡을 보낸 뮤지션이 네 팀이나 된 것은 그만큼 그의 죽음이 드리운 상처와 충격이 아직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쉼없이 돌아가고 오늘은 또 새로운 사건들이 우리를 밀고 가지만 예술가들은 가장 먼저 울고 또한 가장 늦게까지 우는 사람들. 한음파의 곡 <소용없는 얘기>는 그의 죽음을 되새겨보는 음악인들의 안타까움이 은유적으로 표현된 록 넘버이다.

<소용없는 얘기>는 노랫말만 봐서는 평범한 사랑 노래 같은 곡이다. 가사는 새로운 그를 만나 나를 버리고 가겠다는 연인 앞에서 나를 믿어달라는 것이 다 소용없는 얘기라며 쓸쓸해하는 마음을 표현한 곡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의 화자를 전 대통령 노무현으로 하고, 떠나는 연인을 국민으로, 그를 현 대통령 이명박으로 대입해보면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임기 말 지지율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한 이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을 바라보며 노무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노래의 가사처럼 그의 사랑은 서툴렀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이 돌아서버린 국민들의 마음 앞에서 그는 얼마나 큰 아픔과 좌절을 느꼈을지를 상상해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밴드 한음파는 노무현의 퇴임 즈음 바로 그런 노무현의 마음을 사랑 이야기에 빗대 표현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곡을 썼던 한음파 역시 그의 좌절이 이렇게 아픈 죽음으로 종지부를 찍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후렴구의 "내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이렇게 모든 것을 끝내버릴 순 없어"라는 가사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오늘과 맞물려 한없이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소용없는 얘기>

이젠 떠날 거라고 말하는 너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거짓말을 했어.
더 힘들게 했다는 너의 마지막 말에
잊을 수가 없는 난 많이 아팠어.

그 어떤 기억도 이제 내겐 더 이상
의미 없다는 걸 알아 (널 채울 순 없겠지)
내 서툰 사랑이 널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그는 아냐.

내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그대만이라도 나를 믿어줘.
이렇게 모든 것을 끝내버릴 순 없어.
내게 조금 더 기회를 달라 해도
소용없는 얘기

모두 변할 거라며 그는 너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거짓말을 하고 있어.
네가 알고 있는 그의 선한 웃음 뒤에는
항상 너를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

그 어떤 기억도 이제 내겐 더 이상
의미 없다는 걸 알아 (널 채울 순 없겠지)
내 서툰 사랑이 널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그는 아냐.

내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그대만이라도 나를 믿어줘.
이렇게 모든 것을 끝내버릴 순 없어.
내게 조금 더 기회를 달라 해도
소용없는 얘기

인상적인 멜로디를 반복하는 <소용없는 얘기>는 정통의 록킹한 사운드를 통해 한음파의 음악이 충분히 대중적일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한음파 특유의 음울하고 중독적인 사운드는 노래가 은유하고 있는 슬픔을 반쯤 감추며 드러내는 묘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쩌면 유언과도 같은 노래를 만들어 보내준 한음파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밴드는 아니지만 록음악 팬들에게는 이미 명성이 자자한 밴드이다.

10년 전인 1999년에 등장했을 때부터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로 음악팬들을 압도했던 한음파는 2001년 자체 제작한 EP 한 장만을 내놓고 이듬해 활동을 중단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들은 2007년 다시 재결성해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언제적 한음파냐고 생각했던 팬들에게 한음파는 그 어느 밴드도 흉내내지 못할 묵직하고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다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한음파는 2008년 연말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 루키' 결선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올해 내놓은 정규음반은 네이버 '이주의 앨범'으로 뽑히며 그 진가를 널리 인정받았다.

이들은 관록의 음악인들답게 록의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데도 결코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한음파는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자신들의 힘을 보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인 선언 등의 행동에도 기꺼이 함께 했다. 또한 오는 11월 7일 홍대 라이브클럽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Red Siren' 콘서트에도 함께 참여해 음악의 사회적 역할을 강렬한 사운드로 충만하게 들려줄 예정이기도 하다.

사실 이들의 음악안에는 이처럼 은유적으로 표현된 메시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의 대표적인 노래인 <2000만 광년으로부터의 5호 계획>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 노래가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더라도 음악을 통해 오늘을 말하고 있는 한음파야말로 더 많은 주목과 박수가 필요한 밴드이다. 게다가 이들의 1집은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결코 빠트릴 수 없는 수작으로 대중음악평론가들과 록음악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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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 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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