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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응원 속 최경환, 윤증현과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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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응원 속 최경환, 윤증현과 '힘겨루기'?

연간 세수 규모 2조원의 '임시투자세액 공제' 폐지 놓고 '딴 목소리'

최경환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은 현 정부 관료 중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유일한 친박계 인사인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탕평 인사'의 상징으로 종종 활용됐다. 앞서 최 장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경제2분과 간사로 참여했다. 그래서 최 장관은 '실세'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정부 내에서 나름의 비중을 갖는다. 이런 최 장관이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를 없애면서 공식적인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는 없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경제팀 수장'의 역할을 한다. 이런 논법으로 본다면 두 사람의 '힘겨루기'에서 무게추는 당연히 윤 장관 쪽으로 기운다. 다만 변수가 있다. 산업정책의 주무장관인 최 장관이 재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힘겨루기'의 최종 승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증현 "임투세공제는 기업보조금으로 변질"

두 사람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문제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다. 임투세액공제는 기업이 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할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투자금액 중 일정액(수도권 과밀억제권역 3%, 나머지 지역은 10%)을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깎아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82년 이후 8년을 제외하고 약 20년간 유지됐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26일 세계경영연구원 오찬 강연에서 임투세액공제에 대해 '폐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20년 동안 해 온 임투세액공제는 이미 '임시'라는 것도 맞지 않고, 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변질됐다"며 "원천기술, 신성장동력, 에너지절약시설 등 기능별로 과감히 투자하게 하되 임투는 85%가 대기업이 혜택 받는 만큼 (이를 폐지하고) 기능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최 장관은 임투세액공제에 대해 '한시적 유지' 입장을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 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 경환은 임투세액공제에 대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정부의 재원 내에서 문제를 최대한 풀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계 단체장들은 "중소기업은 물론 지방에 소재한 대기업과 중앙의 대기업의 지방투자를 위해서는 특단의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중소기업과 지방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는 (임투세 유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임투세 유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재계 강력 민원…"내년 투자 3.5% 줄어들 수도"

재계는 앞서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하면 내년 설비투자가 약 3.5%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정부에 계속 압력 행사를 하고 있다.

전경련은 1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연구보고서 '설비투자와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분석'을 통해 "임투세액공제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기업의 설비투자 비용이 1.2% 늘어나 다음해 설비투자를 0.35%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공제율이 10%인 임투세액공제의 폐지는 다음해 설비투자가 3.5%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투자가 감소한다는 얘기는 달리 해석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겠다'는 엄포로 볼 수도 있다. 전경련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 유보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재정부, '구멍난 재정' 메우려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임투세 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감세, 4대강 사업 등 줄어든 세수와 늘어난 지출로 인해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나빠진 '재정건전성'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임투세 감면액은 2006년 2조665억 원, 2007년 1조8249억 원, 2008년 2조1165억 원에 달했다. 올해도 1조9770억 원(잠정)이 예상된다. 매년 2조 원 가량의 적지 않은 액수다.

또 전체 혜택의 과반(54%) 이상이 10대 기업에 돌아갈 정도로 혜택이 특정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폐지 명분으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친서민 정책'의 약효가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임투세 공제 폐지를 연기할 경우 '부자 정부'라는 비난 여론도 부담이다.

지난 2년간 법인세 인하 등 대대적인 감세정책, 금산분리 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등 대기업들이 원하는 정책을 다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가 원하는 투자 및 고용 증대에는 꿈쩍도 안 하는 대기업의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대한통운, SK건설, 두산, 대우건설, 한진 등 대기업 비리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아직 모른다. 정권 차원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접었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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