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라 루 특별보고관은 지난 12일 국제인권네트워크, 포럼아시아 등이 주최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 보고관'은 지난 1993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신설된 공식직제로 특별 보고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에는 명예가 없다"
프랑크 라 루 특별보고관은 이날 심포지엄 인사말에서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가는 명예가 없으며 시민들의 비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상황만이 아닌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최근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이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MBC <PD수첩>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과 잘 들어맞는 비판인 것.
그는 "이는 공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공직자를 비판으로 보호하기 위해 형사법으로 명예훼손을 적용하고 범죄시 하는 것은 검열과 같으며 민주주의의 원칙에 배치되는 권위주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이라는 것은 곧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언제든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면서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비판에 대해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방어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공직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을 걸거나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공직에 대한 모든 비판은 가할 수 있고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라며 "국가가 어떤 특정한 정보에 대한 유해성과 진실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그 '내용'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제협약 20조에 나와있듯 증오나 폭력을 선동하고 타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내용의 경우에만 그 내용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 시민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이번 방문은 학술적인 목적에 따른 방문이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다만 모든 나라에 다 적용되는 원칙을 말하자면 종교나 국가에 대한 명예 훼손은 있을 수 없고 공직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표현의 자유 국제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프랑크 라 루 유엔 특별보고관. ⓒ국제인권네트워크 |
프랑크 라 루 보고관은 지난 25년 동안 인권운동을 해 왔으며, 2004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한 인물. 그는 지난 6월 11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국가가 언론인, 노조원, 인권활동가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특히 독립적인 인터넷매체에 대한 국가의 검열과 감시 문제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14일에는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 표현의 자유 현황 및 유엔특별절차의 활용'에 관한 워크숍에 참석하고 15일에는 외교통상부,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면담할 예정이다.
<동아>, <조선> 유엔 특별보고관에도 '색깔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13일 프랑크 라 루 보고관의 방한을 두고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13일 각각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국 인권상황 왜곡전달' 우려", "'좌파단체들만 면담…한국 인권상황 왜곡 우려'" 등의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가 먼저 '의혹'을 제기하고 <조선일보>가 "<동아일보>에 따르면…"이라며 받아쓰는 식. <동아일보>는 14일에는 "유엔 표현자유 특별보고관과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라는 사설을 내 "좌파 이념에 입각해 민주질서를 흔드는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을 세계에 전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우리는 유엔 특별 보고관으로서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신문은 "유엔의 특별보고관이 방한 기간에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만 접촉하면서 법무부의 면담 요청은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해 프랑크 라 루 특별보고관을 초청한 국제인권네트워크, 포럼아시아 등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들 신문사가 국제심포지엄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사이버 지역의 실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심포지엄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동아일보>에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인용 보도된 참여연대 차은하 간사는 "이런 말을 한 적 없다"며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차 간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동아일보> 기자의 전화를 받은 것은 맞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며 "<동아일보> 기자는 '법무부와 만나기로 한 게 무산됐다는데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에 대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법무부에서 직접 유엔에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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