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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시간을 주어야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61>

교사가 되기 전, 개인과외를 하였을 때
학생에게 문제를 풀어 놓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였지만
열에 일곱은 거의 매번 예습을 하지 않은 채 나를 맞이하였다.
현실적으로 예습할 시간이 없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기에 야단칠 수도 없었다.
과외 받는 그 시간에라도 혼자서 풀도록 시간을 주고
고민할 시간도 넉넉하게 주어야 실력 향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또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서도 학생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게 되면 과외 선생인 나는
놀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과외비를 받을 명분을 잃어버리게 되었기 때문에
아닌 줄 알면서도 시간 내내 내가 가진 지식을 신나게 토해내곤 하였었다.
선생이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당연히 이해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사고력 향상이 되는지 되지 못하는지 따져야 했지만 여유가 없었다.
진도를 나가야 했다. 열심히 가르쳐야만 하였다.
학생의 실력을 키워 점수를 향상시켜야 과외를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성실하고 실력 있는 선생으로 인정받아야 과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하였다.
많이 배워야 많이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 스스로가 강의에 취해서 열심히 그리고 많이많이 가르치곤 하였었다.
성적은 올라가기도 했지만 내려가기도 하였고 결국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깊이깊이 생각해야만 지식이 성장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생각하여야만 실력이 커져가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과외 선생을 계속하고 싶어, 많이 가르치고 싶어 생각할 시간을 빼앗아버렸던 나는
나쁜 과외 선생이었다.

대학생들의 1주일 수업 시간은 20시간을 넘지 않는다. 대학원생들의 1주일 수업 시간은 10시간을 넘지 않는다. 1주일에 20시간만, 1주일에 10시간만 공부하면 된다는 의도에서가 아님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보통의 학생들은 1주일에 20시간이나 10시간 이상의 강의 내용을 소화시킬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강의 받는 시간이 공부 시간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스스로 진짜 공부를 할 시간을 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강의 듣는 것이 공부의 전부가 아님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강의를 듣는 일, 가르침을 받는 일, 배우는 일이 실력 향상에 필요한 과정인 것은 분명하지만 핵심은 결코 아니다. 아니 진정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싶다면 강의를 들으려 애쓰기보다 스스로 연구하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실력 향상에 결정적인 것은 선생님의 가르침이 아니라 책을 통한 스스로의 탐구와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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