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을 통해 시대를 담은 음악들을 발표하려 준비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은 소위 우리의 저항 음악이 조금이라도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사실 저항 음악이라는 말부터도 이미 낡은 말이기에 진보적 대중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그동안 한국 대중 음악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은 이른바 민중가요가 대부분이었다.
민중가요는 지난 198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 노동운동, 통일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창작곡을 생산해냈다. 이 노래들은 기존 한국 대중 음악이 표현하지 못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과감하고 명료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특유의 미적 질감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과 결의를 북돋우며 민주화 운동의 큰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며 민중음악은 촛불 집회에서 잠시 주목받았을 뿐, 대체로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음악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단점과 유통의 한계, 그리고 민중가요 향유층의 감소라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나타난 이런 침체는 한국의 진보적 대중가요라는 흐름을 더 약화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민중가요 진영 바깥에서도 강산에, 블랙홀, 윈디시티, 윤도현 등의 뮤지션들이 현실 참여적인 음악들을 계속 선보여왔지만 그 수는 너무나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연재를 통해 더 많은 뮤지션들이 음악을 통해 사회적 자기 발언을 진행한다면 한국의 진보적 대중 음악이 그만큼 더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았다.
그 과정에서 진보적 음악이라는 것이 팔을 흔들며 부르는 노래가 아닐 수도 있고, 장르적으로도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으며, 반드시 나가서 싸우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개개의 음악인들이 느끼는 시대에 대한 걱정과 분노와 슬픔 같은 것들이 진실되게 표현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히 저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저항의 방법이 지난 촛불 집회에서 엄청나게 다양해졌듯 진보적 대중 음악 역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우리가 함께 듣게 될 소울스테디락커스의 <The Changing World>는 이처럼 다양한 진보적 음악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매력적인 곡이다. 2008년, 리더인 준백을 주축으로 고등학교 친구 다섯 명이 결성한 레게 밴드 소울스테디락커스는 2009년 이피(EP) <Open The Gate>를 통해 레게 음악의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미 EBS <스페이스공감>의 헬로 루키에 뽑히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 열정적인 라이브를 들려주면서 신예 밴드의 패기를 보여준 이들은 앞으로 더욱 기대해봐도 좋을 유망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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