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개혁과 변화의 상징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사람. 아니 그보다 먼저 1980년대 민주화운동가로, 시원시원한 청문회 스타로, 지역 감정을 향해 우직하게 온몸을 던진 바보로 그래도 우리에게 이런 정치인 하나 있다는 것을 늘 위안하게 했던 그의 대통령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다. 무엇 하나 그의 진심을 인정해주지 않고 끊임없이 발목을 잡은 보수야당과 언론도 문제였지만,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향우한 그의 변화도 컸다. 결국 그는 소위 좌우 모두의 실망과 비판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지었다.
그가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소탈한 인간으로 다시 바라보았지만 우리가 그와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불명예를 스스로의 죽음으로 덮으려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가 떠난 뒤 그의 순수함과 열정과 한계까지를 좀 더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 우리 자신을 아프게 참회했다. 더욱이 그가 이뤄놓은 정치적 성과마저도 되돌리는 현 정부의 파렴치한 태도는 더욱 우리를 눈물짓게 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프레시안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하고 영화 <쌍화점> 음악작업에 참여한 젊은 작곡가 김백찬이 만든 추모곡 <뒷모습>은 누구보다 젊은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통령에게 건네는 소박한 추모곡이다. 김백찬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뒤돌아 걸어가는 그 분의 뒷모습을 상상하며 만든 곡"이라고 곡을 소개하고 있다. "그 분의 발길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그분이 주신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작곡가의 의도처럼 천천히 길을 떠나는 듯한 피아노의 터치로 시작되는 곡은 금세 망연자실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담은 듯 구슬픈 해금 연주로 이어진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른다 해도 아프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별. 그 슬픔을 달래듯 대금 연주가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듯 감싸는 가운데 잘 가라고 잘 있으라고 서로 부둥켜 안고 위로하는 것처럼 피아노와 해금이 다시 어울린다.
▲ 작곡가 김백찬. ⓒ김백찬 |
덧붙여 이번 창작곡 작업을 제안했을 때 노무현 추모곡을 보내온 이들은 김백찬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연재가 이어지는 중간중간 다른 추모곡들도 계속 소개할 것이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 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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