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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단 1년 만에 지지기반 구축한 3가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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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단 1년 만에 지지기반 구축한 3가지 비결

[의제27 '시선'] MB는 '정책'으로, 진보는 '말'로 정치를 했다

소심한 진보와 대담한 보수의 명암: 감세와 복지

시민경제연구소 박주현 소장의 추계에 따르면 MB 정부의 감세 규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24조씩 무려 98조에 달한다. 물론 감세 중 대부분은 고소득층이 부담해야 할 법인세, 소득세, 종부세가 81.1%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의 감세는 한국의 역대 정권은 물론이고 부시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경기진작을 위해 2008년에 단행한 감세 총액이 1,070억 달러였음을 고려할 때 선례를 찾기 어려운 막대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대규모 감세가 뭐가 그리 부럽냐고 물을 것이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필자는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로 인해 단 한 푼의 이득도 못 보는 비정규직 시간강사이다. MB 정부를 재평가하는 속내는 소리 소문 없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집권 2년 만에 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데 있다.

이쯤에서 되돌아보자.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서민들의 일자리와 복지는 얼마나 늘었을까? 『빈곤변화 추이와 요인분석』이라는 KDI 보고서(2009)에 따르면 도시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1992년 7.7%에서 2008년에는 14.3%로 증가하였고, 반면 같은 기간 동안의 중간층 비율은 75.2%에서 63.3%로 감소하였다. 사회복지지 지출은 1997년 29조 1,310억(GDP 대비 5.9%)에서 2005년에는 55조 7천억(GDP 대비 6.8%)으로 꾸준히 증가하였지만 복지사회로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 대비의 오류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장장 10년 동안 민주정부가 갖은 생색과 죽는 소리를 해가며 늘려놓은 24조원의 복지 예산을 MB 정부는 단 1년만의 감세로 자신의 지지 기반인 기득권층에 고스란히 돌려주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G20 한국 유치 등 순방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이 지점에서 진보개혁진영의 사회개혁을 대하는 자세와 인식의 과감한 전환이 요구된다.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정부와 여당의 유명정치인들은 개혁을 실행함에 있어 지나치게 소심하였고 유약하였다. 복지국가와 생태사회로의 체질 전환을 못하는 이유를 수 없이 열거하면서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예산의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두 정부 모두 지지자들을 향해 관료적 저항, 예산의 제약, 취약한 세력 관계 등을 들어 점증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조하였고,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하였다며 위안하였다. 막연히 스웨덴을 부러워하거나 강력한 복지동맹의 부재를 탓하는 것도 진보진영의 고질병이다. 정치세력은 추상적 유토피아가 아니라 현실에 근거한 이익의 공유와 체험에서 구축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민주정부 하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였던 서민들이 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경부대운하가 안 되면 4대강이라도 판다, 보수적 책임정치의 구현

나는 환경론자가 아니지만 제발 4대강만큼은 말리고 싶다. 헌법 버금가는 말뚝이라던 종부세가 정권교체 1년 만에 뿌리가 뽑혀나갔듯이 감세 정책은 새 정부가 집권한다면 바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돌릴 방도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럽다. 나로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사업이지만 그것은 MB와 그 정부를 지지하였던 사람들의 이익과 기대에는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단 없는 성장을 기대하였던 지지자들에게 4대강 사업은 상습적 재해 예방과 경제성장, 그리고 지역 발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다목적 프로젝트이다.

그동안 진보진영은 민주정부를 비판하고 견인하는 이론적 개념으로 책임정당정치와 책무성(accountability)을 주장하여왔다. 골자는 좋은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선거를 통해 유권자와 지지자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활용하여 공약을 실현하는데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MB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신을 선택하였던 당원과 지지자들의 이익과 기대에 부응하는 매우 충실한 책임정부이자 정당이다.

MB가 정치를 모른다고? 진보가 MB를 모른다

대북정책을 보나 시민운동에 대한 인식을 보나 MB는 중도실용주의자가 아니다. 용산사태의 처리와 천문학적 감세가 그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듯이 친서민 정책은 심한 말장난이다. 그러나 MB 정부는 정치 전략과 처세술의 관점에서 보면 비판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노회하고 숙련된 정권이다.

임기 중반까지의 MB 정부의 국정운영의 특징은 본질과 형식, 이익과 담론의 철저한 이중성이다. 감세정책, 4대강 사업, 방송과 통신 융합(미디어법), 인사정책, 대북정책 등 지지 세력의 정치경제적 이해와 직결된 의제에 대해서는 당과 정부가 일체되어 비판적 여론은 물론이고 야당과 일체의 타협 없이 강경하게 돌진하여 왔다. MB와 보수 세력을 연결하는 강력한 고리는 물질적 이익의 극대화이다. 한편 이러한 공세조치가 낳을 사회적 후유증과 갈등의 처리에 있어서는 서민 담론과 포용적인 레토릭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녹색성장이나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사회통합위원회, 친서민 행보와 중도실용주의가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MB 정부의 본질은 수사나 담론이 아니라 입법과 정책에 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정치담론은 급진적이었고 언어는 날이 서 있었다. 그러나 계층적 이해와 직결된 핵심 정책의 입법화와 실행력은 그만큼 공격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정책의 본질과 이를 정당화하는 담론이 분리될 수 없지만, 선택하라면 지지자들의 실질적 삶의 개선에 기여하고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을 가능하게 할 정책의 일관된 추진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담론과 수사는 반대자들과 중간층을 설득할 통합적이고 온건한 것이라도 상관이 없다.

바로 여기에 MB의 국정운영에 대한 안정된 지지도의 비밀이 숨어 있다. 즉 전체 보수진영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의 조율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MB 정부는 확고한 감세정책으로 기업은 물론 중산층 이상의 성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4대강 사업으로는 확고한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은 물론 지역의 발전 심리에 부응하고 있다. 보수언론에게는 한국의 공론장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구조적으로 재편할 미디어법을 선사하였다. 물론 서민들은 중도실용과 친서민이라는 립 서비스만을 받았을 뿐이다. 아무튼 민주정부는 2년차에 들어 양극화를 놓고 내부에서부터 분열되었고, MB 정부는 성장을 통해 이견을 잠재우고 단합되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진보개혁진영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서거 국면 이후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였다. 쌍용차 이후 정권퇴진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동당은 이정희 의원을 제외하고는 원내 정치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생 진보신당은 독자적인 정당 정체성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일부 스타 정치인들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참여 정당과 시민주권모임으로 분화된 친노그룹이 복잡한 정국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아무래도 벅차 보인다.

해답은 하나이다. 복지와 생활정치, 생태와 시민참여의 깃발 아래 다단계 정당통합을 이룩해야 한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정당의 무용론과 한계론을 말하는 것은 이적행위이거나 순수한 낭만주의자이다. 합의 가능한 최소강령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연합, 민주당-친노신당-DY(정동영)의 개혁연합이라는 1단계 정당통합이 필요하다. 대선까지는 개혁정당과 진보정당의 2단계 선거연합이 필수적이다. 물론 연합의 전제 조건은 교육-노동-환경의 3대 의제와 선거 및 개헌에 대한 멋진 정책협약이다.

이러한 단계별 연합은 소위 정치를 한다는 이들의 자기 정당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통합을 가로막는 여러 조건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이유는 하나이다. 그게 변화와 희망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지금 진보개혁진영의 정당이 할 일은 생활정치와 같은 새로운 깃발 아래서 지지자들에게 '담대한 희망'을 제공하면서 정치 통합의 능력을 축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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