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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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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의 경제학

[이정전 칼럼] 수요-공급 곡선으로 설명 안되는 문제들

지난 9월 23일은 성매매특별법(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법은 2002년 군산 개복동의 집창촌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이 피해자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발의하여 2004년 3월 국회 통과 후 그 해 9월 23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법을 놓고 말이 많다. 한 쪽에서는 앞으로 이 법을 더욱 더 강력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법의 폐지 내지는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이 법이 기여하였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 법이 성매매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시키고 악질화시켰다고 욕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집창촌의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성매매사범의 수는 4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경제성장률은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성구매자의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한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0-64세 성인남성 1인당 성구매 회수는 작년에 6회였다고 한다. 성매매가 불법화되면서 공식적으로는 성매매 업소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성매매 여성이 있으며, 정부는 성매매 업소로부터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 성매매특별법 시행 5년을 맞아 이 법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좀 오래전 얘기지만 프랑스에서도 한 때 성매매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는 공인된 매춘지역(소위 공창지역)이 있었다. 이 지역이 파리의 명소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하였다. 이 공창제도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한 쪽에서는 성매매는 부도덕하며 인권을 유린할 뿐만 아니라 나라 망신이니 당장 없애버려야 한다고 열을 내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현실적 어려움과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내세우며 성매매 불법화를 반대하였다.

두 진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어느 경제학자가 수요-공급의 논리를 들고 나와 논쟁에 끼어들었다. 경제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수요-공급 곡선을 떠올릴 것이다. 수요-공급 이론이 경제학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은 각 개인과 기업이 손익계산을 수행한 결과로 나타난 결과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경제학의 수요-공급이론은 각 개인과 기업의 손익계산을 바탕으로 한 이론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늘 그렇듯이 프랑스의 공창제도를 연구한 이 경제학자 역시 성매매를 중심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나누고 이들의 손익계산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는 순서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들 모두의 손익계산에서 핵심은 화대(花代, 해웃값)이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화대는 성행위를 즐기기 위해서 치러야할 대가이다. 그러므로 각 수요자는 성행위의 즐거움과 화대를 비교하면서 얼마만큼의 성행위를 구매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들의 손익계산 결과를 전부 합친 것이 곧 시장의 수요다. 공급자는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포주와 호객꾼 등으로 구성된 매춘조직이다. 매춘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화대는 수입원이다. 각 매춘업체는 화대와 공급비용을 비교하면서 얼마만큼의 성행위를 공급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들의 손익계산 결과를 전부 합친 것이 시장의 성행위 공급이다. 이 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소위 균형가격으로서의 화대가 결정된다. 이와 같이 화대라는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성행위를 사는 사람들과 성행위를 파는 사람들이 각자 손익계산을 하고 이 결과에 따라 행동한다. 가격이란 각 개인의 손익계산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정리하고 요약한 객관적 지표다.

그런데 만일 성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매춘조직이 지하로 숨어버린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암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성매매특별법 실시 이후 성매매 암시장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이런 결과를 어떤 사람은 풍선효과라고 표현하였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온다는 뜻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암시장도 엄연히 시장이다. 성매매 금지조치로 수요는 좀 위축되겠지만, 성욕은 인간의 가장 강한 욕구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매춘에 대한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성매매 불법화는 단지 매춘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손익계산, 특히 공급자의 손익계산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매춘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춘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확실한 돈벌이가 있다는 뜻이다. 한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연간 성매매 거래액은 약 14조 원으로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1.7%에 이른다고 한다. 아주 큰 돈벌이다.

성매매의 불법화는 다만 단속을 피해가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길 뿐이다. 예를 들면, 별도의 비밀장소를 만들고. 감시원을 늘리고, 경찰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원을 고용하고, 단속 공무원에게 뇌물을 바쳐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비용으로 환산된다. 그러므로 성매매 불법화는 공급비용을 종전보다 훨씬 더 비싸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매춘시장에서 화대가 크게 오르면서 성매매는 감소하지만 성매매는 여전히 좋은 돈벌이가 된다. 프랑스의 공창제도를 연구한 경제학자가 강조한 것은, 성매매 금지조치가 매춘시장에서 가격만 높여서 성매매를 감소시킬 뿐 이를 근절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성매매 금지조치의 본래의 취지가 크게 퇴색되어 버린다고 이 경제학자는 주장하였다.

과연 매춘시장에서 성매매가 얼마나 감소하느냐는 단속을 얼마나 강력하게 실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속을 강력하게 실시하면 성매매는 많이 줄어들겠지만, 문제는 단속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많은 단속 공무원이 동원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장비와 시설이 추가되어야 한다. 유치장과 감옥소가 더 많이 필요하고 판·검사도 더 많이 있어야 한다. 결국 이 모두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단속을 강하게 할수록 국민은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단속이 강하면 강할수록 단속 공무원에 대한 뇌물의 액수도 커질 것이며, 따라서 성매매 단속을 둘러싼 부정부패도 그 만큼 커진다는 점이다. 마약범죄에 대한 미국의 액션영화들은 마약단속에 관련된 경찰과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얼마나 뿌리 깊게 퍼져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도덕한 것이라고 해서 성매매를 금지하면 부정부패라는 또 다른 부도덕이 뒷문으로 들어온다. 성매매 금지조치에 대한 도덕적 논리도 퇴색된다.

대체로 경제학자는 성매매의 부도덕성이나 인권유린, 나라 망신과 같은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다. 다만, 성매매 단속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그리고 단속 공무원의 부정부패 등의 사회적 손실을 고려해볼 때 과연 성매매 불법화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하여 프랑스의 공창제도를 연구한 경제학자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이 경제학자는 중요한 사회적 손실 한 가지 추가적으로 부각시켰다. 성매매가 공인되어 있을 때는 법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은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 건강검진 제도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성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성매매가 금지되면, 매춘조직이 불법화되기 때문에 이 여성들에게 공식적으로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된다. 성매매 불법화는 결과적으로 성병의 급속한 확산을 초래하게 된다고 이 경제학자는 경고하였다.

결론은 어떠하든, 프랑스의 공창제도를 연구한 이 경제학자의 논문은 수요-공급의 논리를 바탕으로 성매매를 둘러싼 사회적 이익과 사회적 손실을 체계적으로 잘 설명하였다고 해서 옛날 미국 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생들에게 추천된 논문집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도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도 기본적으로 이 논문의 취지에 동의할 것이다. 이 논문은 성매매 불법화를 은근히 비난하는 논조를 담고 있다.

경제학자는 인간의 욕망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주어진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이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성욕은 인간의 가장 강한 욕망 중의 하나다. 욕망이 잘 충족되기 위해서는 우선 각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최대한 잘 보장되어야 한다. 욕망과 자유, 이 두 가지가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지지하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다. 성매매특별법과 같이 성매매를 제한하는 법적 조치는 이 두 가지 근본가치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발의되었을 때에도 여러 경제학자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하였었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의 본 명칭(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사하듯이 원래 이 법의 가장 중요한 취지는 성매매 관련 피해자의 보호였다. 성매매는 범죄조직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온갖 인권유린이 자행되었다.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발적 성매매를 허용하고 오직 범죄조직과 연결된 비자발적인 것만 처벌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발적인 것과 비자발적인 것을 구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터인데 이 문제는 둘째로 치자. 어차피 성매매가 범죄조직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 파리의 공창제도를 연구한 경제학자가 강조하였듯이(그리고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이 늘 강조하듯이) 성매매 관련 범죄를 퇴치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인적 물적 비용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마도 성매매관련 범죄를 퇴치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성매매가 불법화된 상황에서보다는 자유화된 상황에서 훨씬 더 클 것이다.

비근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즉,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하여 오염시키는 정도에 비례해서 벌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아주 그럴듯하다.

그러나 일찍이 마르크스가 크게 우려하였듯이 이런 식의 경제적 인센티브제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점은 일종의 도덕불감증 확산이다. 벌금을 낸 환경오염업체들은 "돈을 냈으니 오염물질을 배출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며 나아가서 "돈만 내면 얼마든지 환경을 오염시켜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경제적 인센티브제도는 "돈이면 그만이다"라는 금전만능주의 풍조를 확산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행위라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을 때에 비해서 돈만 내면 환경을 얼마든지 오염시켜도 좋다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을 때 환경오염 행위가 훨씬 더 빈번할 것이며 환경오염행위를 단속하는 비용도 훨씬 더 클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이 걱정하는 것은 경제적 인센티브제도가 초래할 도덕불감증의 악영향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제도나 법적 조치가 사람들의 가치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 마르크스는 경제학자들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극렬히 비난하였고 경고하였다. 경제학자들은 근원적인 것은 보지 못하고 피상적인 것만 떠들어댄다는 것이다.

성매매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비슷한 비용은 그렇다 치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사회, 아니면 성매매는 나쁜 짓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사회, 과연 그 어느 사회가 건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인가? 이 점을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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