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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씁쓸한 경제 통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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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씁쓸한 경제 통제의 기억

[기자의 눈] '출장소' 한국은행 만들려는 정부

과거 정부 고위직에 몸 담았던 한 경제전문가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들려준 얘기 가운데 옛날 한국은행과 정부 경제부처 간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옛날에 정부 사람들은 한은을 두고 '중구 출장소'라고 불렀어요. 왜 그런가 하니, 이 양반들이 청와대 가서 보고한 다음 정부청사 돌아가는 길에 잠깐 한은 들러서 청와대 지시 전달해주고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가곤 했거든. 그때 '중앙은행 독립' 그런 게 어디 있었나? 그냥 정부 산하 조직이나 다름없었지. 그러니 한은이 실력을 키울 수나 있었겠어요?"

지금이라고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자료를 근거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 지수에서 한은은 0.25로 28개국 중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겠지만 증거는 또 있다. 현 정부 들면서 한은에 대한 압력은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2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금리에 손을 대는 것(금리인상)은 너무 이르다. 출구전략은 지금 시점에서 논의할 수 없으며 너무 시기상조라는 게 우리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고유 업무인 금리정책을 두고 일개(?) 재정부 장관이 이래라 저래라고 언론을 통해 지시하는 셈이라면 지나친 지적일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 ⓒ뉴시스
현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이미 인수위 당시부터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경제성장률 6% 달성을 위해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며 한은에 통화정책 협력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물가안정이 제1의 목표인 한은으로선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인수위의 경제1분과 간사를 맡은 이는 바로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내면서 한은법 개정안을 진두지휘했는데, 이 개정안의 주내용은 한은의 위상을 완전히 재경원(현 재정부) 산하기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었다. 기준금리 결정기구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에서 분리시켜 재경원의 통제하에 둔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의 1, 2대 재정부 장관이 모두 한은과 마찰을 빚고 있는 셈이다. 윤 장관은 외환위기 이전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을 맡아, 강 전 장관과 함께 재경원의 한은 지배를 추진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전력(?)이 있었던 정부당국자들이 한은을 독립기관으로 여길 리 만무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은의 감독권 강화에 대해 시종일관 재정부에서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제도와 시스템이 변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곳이 예전의 재경원이 아닌데 여전히 그 시절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세간의 비판적 시각은 스스로 자초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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