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늘어나는 자전거 이용자의 수에 비해 자전거 이용 에티켓은 거의 빵점에 가깝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많이 미흡하다. 한 마디로 지켜야 할 '룰'(rule)이 없다.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당장 실현할 수 없는 시설 확충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자전거 이용 문화와 에티켓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적극적인 캠페인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동차 운전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초보' 딱지를 뗄 때쯤에 핸들만 잡으면 포악해진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자출'(자전거 출퇴근)을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많다.
#1. 자전거길 가로막은 현수막
그나마 인도분리 자전거길이 가장 잘 깔려 있다는 목동. 하루는 자전거길을 지나는데 현수막 하나가 떡 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 정확히 자전거 길을 가로질러 설치한 분양 광고 현수막. 자전거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 ⓒ프레시안 |
아파트 분양 광고였는데, 전화를 해서 항의할까 하다가 도대체 이 현수막이 언제까지 걸려 있는지 관찰할 생각으로 두었다.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현수막이 철거돼 분양업체에 직접 전화를 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어이없는 상황 말고도 자전거길에는 수만은 장애물이 있다. 주말마다 다니는 목동 자전거길에는 항상 소형트럭 한 대가 길을 완전 가로막고 순대를 팔고 있다. 다른 호떡 노점 등은 자전거길을 피해 수레를 설치하고 있으나, 이 순대 트럭은 항상 자전거길 위에 있다.
자전거길을 가로질러 불법주차한 차들도 많다. 그리고 목동만의 특성인데, 목동에서는 치킨이나 피자 배달부들이 자전거길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풍경을 종종 목격한다. 일방통행구조라 차도로 가면 동네 한 바퀴를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통까지 설치한 오토바이는 자전거길을 거의 다 차지한다. 한강 자전거도로에도 치킨이나 중국음식 배달 오토바이들과 종종 마주친다.
▲ 자전거길 위에 불법 주차돼 있는 자동차. ⓒ프레시안 |
#2. 우측통행을 가르치자
▲ 좁은 양화대교 통로. 이렇게 좁은 곳은 자전거의 통행 방향도 차량의 방향과 같게 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특히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고 자전거도로에 새겨진 통행 방향도 우측통행이다. 하지만 폭이 좁은 자전거길에서 자전거가 교행할 때는 서로 우측으로 피해가야 하는데, 이런 점을 잘 교육받지 못한 아이들은 좌측으로 피해 당황스러운 경우가 제법 있다. 이는 보행자와 마주칠 때도 마찬가지다.
다리나 일반 도로에서의 통행도 마찬가지다. 양화대교는 인도의 폭이 좁아 자전거 두 대가 마주치면 아슬아슬하게 피해가야 하는데, 자전거도 이와 같이 좁은 통행로에서는 차와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룰을 정하고 캠페인을 한다면 이런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북단에서 남단으로 건너가는 자전거는 다리 우측 통로를, 남단에서 북단으로 건너가는 자전거는 좌측 통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다리 양쪽에 아래로 내려 갈 수 있는 똑같은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성산대교의 경우 다리 좌측과 우측의 출구가 다르다.
#3. 과속은 금물. 횡단보도는 내려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다리에 근력이 붙어 점점 스피드가 빨라지게 된다. 필자도 1시간 걸리던 출근길이 석 달 만에 45분 정도로 단축됐다. 그리고 점점 고가의 가벼운 자전거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스피드를 더 내고 싶어서이다. 그래서인지 MTB(산악자전거) 일색이던 자전거길에도 예전에 '사이클'이라고 부르던 로드바이크가 부쩍 늘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스피드를 즐기는 라이더들이 한강의 좁고 인파가 붐비는 구간에서도 위협적으로 달린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도분리 자전거길에서도 미친 듯이 달리는 라이더도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에는 최고시속 20킬로미터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데, 자전거도로에도 과속방지턱이 필요하다.
▲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고 있는 '질주' 자전거. ⓒ프레시안 |
과속할 경우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들이나 애완견과 충돌할 위험이 높다. 특히 애완견의 경우 자전거도로에 못 나오게 해야 한다. 한강 자전거도로에 종종 자전거에 깔린 생쥐 사체를 볼 수 있는데, 거의 쥐포 수준이다. 작은 애완견은 자전거에 치이면 치명적이다. 또한 이를 피하다 넘어지거나 다른 자전거와 부딪혀 사고가 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한 자전거에 한 번 올라타면 내려오기가 귀찮다. 그래서 횡단보도도 자전거를 탄 채로 건너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위험한 일이다. 보행자에 비해 자전거는 길 위로 튀어나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동차와 충돌하는 경우도 있고, 보행자에게도 위협적이다.
또 다른 특징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뒤를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방향 전환을 할 때 마구 핸들을 꺾는데, 뒤따라오던 자전거에 받히기 십상이다. 특히 운전 경험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 더 심각하다. 자전거 안전 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아직 이런 문화가 부족하다.
한 가지 더 하자면, 자전거 앞과 뒤에 라이트를 달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사고를 당했지만 어두운 곳에서 라이트 없는 자전거는 위협적인 존재 그 자체다. 반대로 요즘은 일반 자동차가 고휘도 헤드라이트를 달아 반대편 운전자의 시야를 마비 시키듯이 자전거에도 너무 밝은 라이트를 달아 마주 달려오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 못해 생기는 오해와 갈등들
양화대교를 건너는데 선유도 초소 부근에 검정색 승합차가 통로의 절반을 가로막고 주차돼 있었다. 하루 이틀은 그냥 피해 지나갔는데, 사흘 째 되던 날도 여전히 차가 세워져 있길래 차 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차 주인은 대단히 미안해하며 차를 옮겼다.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차를 세우면 자전거 통행이 매우 불편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지 않으면 그 불편을 전혀 짐작하지 못해서 생기는 충돌과 마찰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비키지 않는다고 보행자를 욕하고,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가 길을 막는다고 욕하고, 보행자들은 알아서 피해가지 않는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됨됨이를 탓하기 전에 새로운 '교통수단'의 룰을 합의하고 알려나가는 공공적 관점의 논의와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양화대교 남단에 설치 중인 엘리베이터 조감도. 이명박 시대의 자전거 정책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우쳐 있지는 않은가.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녹색성장'을 공언한지 1년이 넘게 지났다. 그 사이 자전거 이용객이 늘었고, 자전거전용도로가 착착 건설되고 있으며, 자전거산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전거 이용문화는 발전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전거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초점을 맞추고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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