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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건강 챙긴다고요? 소금부터 바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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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건강 챙긴다고요? 소금부터 바꾸세요"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소금 전문가 조득제 씨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야 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남녀노소, 취향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단식 중에도 먹어야 하는 것, 바로 소금이다.

온갖 식품 안전 사고의 지뢰밭 같은 시대 속, 국내 식품 산업은 웰빙 열풍을 넘어 명품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유기농이니, 건강식이니 하는 수사는 이제 과자에도 필수다. 그런데, '좋은 소금'을 찾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소금' 키워드 가이드의 주인공 조득제 씨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조득제 씨와 같은 소금 전문가는 드물다. 그는 1978년 대한염업조합에 입사해 2006년까지 30년 가까이 그곳에서 일했다. 염산업 구조 조정을 주제로 논문을 써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말마따나 "소금에 젊음을 다 바친 셈"이다.

조득제 씨는 많은 이들이 소금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고 했다. 하기야, 공기처럼 소금도 생존에 필수불가결하지만, 절실해지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를 잊고 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무심하게 먹는 소금에 얽힌 이야기가 무궁무진했다.

▲ '소금' 키워드 가이드의 주인공 조득제 씨. ⓒ프레시안

"비싸도, 싸도 '적정량'을 먹어야 하는 소금"

프레시안 : 어떻게 소금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에 종사하게 됐는지.

조득제 : 특별히 소금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어느날 문득, 항상 먹고 있는 소금인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더라. 물에 소금이 녹는데, 소금이 물에서 나오다니. 대학을 나와 한국은행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만두고 회사를 옮겼다.

프레시안 : 30년간 어떤 일을 했나.

조득제 : 염관리법과 염업조합법 개정안 골격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염산업 구조 조정에 주력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공업화가 이뤄져 왔는데, 염전이 있는 서해안에 공장이 많이 세워졌다. 인천 앞바다, 서산 당진, 전북 군산 앞바다 등등. 공장 쓰레기가 바다로 가는데, 미세한 것에 영향을 받는 염업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또 노동자 문제가 있다. 염업의 노동 강도가 워낙 높아서 노동자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탄광의 끝이 막장이라면 세상의 끝은 염전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육지의 끝에 염전이 있으니까. 뙤양볕 받으면서 일을 하는데, 정말 고되다.

더군다나 GATT 협상 이후 염업 구조 조정이 더 필요해졌다. 2005년까지 10년 동안 구조 조정을 했고, 상당수 염전이 줄어들었다.

프레시안 : 천일염을 좋은 소금이라고들 한다. 언뜻 보기에 구조 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생산을 보조하고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득제 : 소금은 경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과일, 쌀 등은 생산을 많이 하면, 소비가 늘도록 장려할 수 있다. 그런데 소금은 싸다고 많이 먹는 식품이 아니다. 생산이 많이 되면 값이 싸지는데 소비를 촉진할 수가 없는 거다.

즉, 아무리 비싸거나 싸거나 해도 적정량의 소금을 먹어야 한다. 기본적인 경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대체재가 없다.

소금의 생산비 중 90%가 인건비다. 그 비용이 우리나라 경제가 발달하면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소금은 바닷물, 태양열, 바람이 원료인데 그건 다 공짜니까. 염업자들끼리 경쟁만 하다보면, 소비량은 제한돼 있는데 출혈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소금만의 특성이 있다. 깊이 들어가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된다.

"젓갈, 발효 식품엔 수분 많은 우리나라 천일염이 으뜸"

▲ "우리나라는 젓갈 문화가 발달돼 있고, 발효 식품을 많이 먹는 식문화다. 여기에 천일염이 알맞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우리나라 천일염이 좋다고는 하지만, 왜 좋은지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

조득제 :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천일염은 10% 내외의 적당량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외국 소금은 수분 비율이 0.2~0.3% 밖에 안 되어 순도가 높은 소금이다.

우리나라는 젓갈 문화가 발달돼 있고, 발효 식품을 많이 먹는 식문화다. 여기에 천일염이 알맞다. 수분이 많아서 김치에 뿌려도 알맞게 간이 배인다. 설렁탕에 외국 소금을 넣으면 잘 안 녹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광 지방 소금은 특히 수분이 많다. 영광 굴비가 좋은 이유는 그 지방 소금과 바람 때문이다. 적당한 수분이 있는 소금이 들어가니까 딱 맛이 있다.

외국 사람들 중에는 순도가 낮은 소금을 먹는다고 우리나라 사람을 '미개인'이라고도 하는데, 단순히 순도만 가지고 말할 순 없다. 그게 우리나라 식생활에 맞는 것이다.

프레시안 : 간혹 외국의 '명품 소금'이라며 비싸게 팔리는 소금이 있는데, 우리나라 천일염과 비교한다면?

조득제 : 서울 강남 같은 데에 가면, 시베리아 어디서 나온 소금이라며 목욕용품으로 비싸게 파는 소금이 있더라. 그런 소금에는 황, 유황이 많다. 화산 활동 때문에 바다였던 땅이 육지가 되면서 소금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소금에는 중금속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먹는 데는 적절치 않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이라는 것도 '명품'이라고들 하는데 10킬로그램에 몇 만원씩 할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금이 사실 더 좋다. 만들어지는 방법이나 품질은 똑같다.

게랑드 소금이 유명한 이유는, 외국에서는 천일염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데 그 지방에서 유독 천일염을 만들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 염전에서 만든 거니까 인건비가 당연히 많이 들지 않겠나. 그만큼 비싸게 파는 것뿐이다. 이에 더해 장인이 생산한 소금이다, 천연 소금이다 라며 마케팅을 잘하는 편이다. 요즘엔 또 그런 걸 좋아하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천일염에는 게르마늄 같은 여러 성분이 많아서 더 좋은 점이 있다. 요즘엔 일부러 머드팩 축제를 열어 개펄에 들어가던데, 그런 서해안 개펄의 좋은 성분이 들어가 있다. 일부에서는 개펄 성분 때문에 시커먼 소금이 나오면 지저분하다고 안 먹는데 그게 아니다.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까지도 그런 마케팅 사업을 해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 지금이라도 홍보를 잘 하면 좋을 텐데.

"죽염의 효능 처음 발견…천일염도 얼마든지 상품화 가능"

프레시안 : 우리나라 소금 가운데에는 마케팅에 성공한 소금이 없나?

조득제 : 죽염이 바로 그런 경우다. 사실 죽염은 내가 처음으로 발견했는데 상품화는 다른 회사가 해서 떼돈을 벌었다.

그건 정말 우리나라 특산품이다. 죽염을 만든 사람은 우리나라 민속의학자인데,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그 아들이 상품화를 해보려고 했는데 법적으로 유통을 못하게 돼 있어서 어려웠다.

죽염은 대나무에 소금을 넣어 아홉 번 굽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러다보니 소금에 대나무의 재 같은 성분이 들어가서 '소금'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 대신 약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식약청 같은 데서는 숯덩어리를 가지고 가서 약이라 하니까 기가 막히지 않았겠나. 대부분 서양 의학을 전공한 이들이니까.

당시에 그래서 일단 내가 자체 임상 실험을 했다. 위궤양을 20년 동안 앓았는데, 죽염이 거기에 좋다길래 먹었다. 그런데 정말 완전히 병이 나았다. 기가 막혔다.

소금은 원래 중성인데, 죽염은 약알칼리다. 바닷물에 못을 담가 놓으면 금방 녹이 스는데 죽염에 담그면 녹이 슬지 않는다. 몇몇 체험을 거치면서 좋은 제품이라고 확신이 들었고, 의약용으로 관리하는 소금은 예외라는 조항에 따라 유통이 가능해졌다. 지금은 법이 개정돼 용융소금이라는 항목이 만들어져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보조식품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

프레시안 : 천일염 역시 장점이 알려지면 상품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조득제 : 죽염은 정말 한국의 특산품으로 했으면 좋겠다. 또 천일염도 청정 해역을 마치 '절대 농지'처럼 '절대 염전' 지역으로 지정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게랑드 염전이 바로 이런 경우다.

게랑드 지역에서는 소금을 그냥 비싸게 파는 게 아니다. 업자들이 지역 상인과 연계해서 그 지역에 절대 공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운동을 해서 막았다. 누가 와서 봐도 깨끗한 지역이다. 그런 걸 좀 본받아 가면서 해야지 막연히 제품만 좋은 것 가지고선 안 된다.

▲ "게랑드 지역에서는 소금을 그냥 비싸게 파는 게 아니다. 업자들이 지역 상인과 연계해서 그 지역에 절대 공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운동을 해서 막았다." ⓒ프레시안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천일염을 애용하라"

프레시안 : 소금 전문가이신 본인은 어떤 소금을 먹나?

조득제 : 당연히 천일염을 먹는다. 천일염을 구입해서 가능하면 겉에 묻은 먼지를 한 번 씻어서 물기를 뺀 다음 6개월 이상 놔뒀다 먹으면 제일 좋다. 바짝 마른 소금을 후라이팬에 살짝 볶으면 더 좋다.

요즘 주부들이 김치를 많이 안 담그는데, 사실 소금이 가장 많이 소비될 때는 김치다. 30킬로그램 한 가마에 1만5000원 정도 하는데, 이 정도면 1년 동안 먹고도 남는다. 수박보다 더 싼 거다. 그런데 이마저도 소비를 안 해서 우리나라 천일염이 자꾸 위축되고 있다.

공장에서 소금을 쓰면 괜찮은데 문제는 공장에서 싸게 만들려다보니 좋은 소금 보다는 저렴한 기계염이나 중국산 소금을 쓴다. 또 소금물을 한 번 쓰고 버리는게 아니라 계속 같은 물을 쓰니까 아무래도 가정에서 김치를 담글 때와는 다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득제 : 다른 것보다 국산 천일염을 애용해줬으면 좋겠다. 단순히 소금을 간 맞추는 데만 사용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꼭 천일염을 구입해서 드시라.

예를 들어 기계염을 녹인 물에 물고기를 넣으면 다 죽는다. 천일염을 녹인 물은 짠물 역할만 하는게 아니라 미량의 요소들이 있어서 고기가 그걸 먹고 산다. 단순히 그것만 비교해봐도 간단하다. 일부 일본인들은 기계염 없애기 운동을 하기도 한다.

주부들이 소금에 관심을 가지면, 천일염처럼 천연적인 식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얼마나 좋나. 전국민이 먹고 살 만한 소금이 있는데 안 먹으니 사업자는 그들대로 죽을 맛이다. 우리나라 좋은 천일염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프레시안 : 당장 집에 있는 소금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키워드 가이드'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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