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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려죽인 책임도 질 줄 모르면서 수사권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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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려죽인 책임도 질 줄 모르면서 수사권 독립?

[기자의 눈] 무책임한 경찰청장과 경찰조직

분노한 농심(農心)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던 농민 두 명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20일에도 농민들은 전국의 시도 경찰청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의 사망에 대한 경찰의 책임을 추궁했다.

무지렁이인 줄만 알았던 농민들의 분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일까.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20일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문책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해찬 국무총리도 덩달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때를 놓친 행동이었다. 분노한 농심은 이 총리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농민대회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난지 무려 한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뜨뜻미지근하게 내놓은 '사과'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농민들은 농민대회를 과잉진압해 사망자까지 발생시킨 데 대한 책임을 허준영 경찰청장에게 묻고 있다. 시위진압의 총책임자인 경찰청장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하나의 시위에서 두 사람이 죽은 것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허 청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허 청장은 이런 농민들의 요구를 끝내 모르쇠로 외면하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사과의 뜻을 간접적으로 표명하긴 했지만, 사퇴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고 있다.

더구나 허 청장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필두로 59명의 수사전담반을 꾸려 진상조사를 실시하도록 했지만, 목격자들이 경찰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제대로 된 조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허 청장뿐 아니라 경찰 조직 전체가 수사의지는커녕 수사능력이나마 갖추고 있는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허 청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경찰청 내부에서는 "'서울경찰청'이 책임져야지 왜 '경찰청'에까지 불똥이 튀느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문책의 대상도 이기묵 서울경찰청장 선을 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허 청장과 경찰청의 태도는 그간 국민의 인권을 보다 분명히 보호하기 위해 수사권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경찰에 대해 호감을 가졌던 많은 국민들 사이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 사회 한켠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군대 다음으로 많은 15만 명의 인원을 거느린 경찰 조직에 독립된 수사권까지 줄 경우 경찰의 힘이 과잉 비대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태도를 보면서 "경찰이 과연 독립된 수사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조직인가"를 더욱 더 의심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걱정한 나머지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경찰의 입장에 동조해오던 사람들도 요즘엔 하나 둘 경찰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다.

시위진압 과정에서 두 사람이나 숨지게 해놓고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는 데 대해 과연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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