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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님, '석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구해주세요"

[기고] 오세훈 서울 시장님께 드리는 공개 편지

오세훈 서울시장님,

1000만 서울 시민의 행정을 살피시느라 오늘도 고생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 내에 위치한 '성동 구립 홍익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지현이 엄마입니다.

이 어린이집은 왕십리 뉴타운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홍익 어린이집은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다는 '서울형 어린이집'입니다. 왕십리가 뉴타운으로 지정되고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어린이집 주변이 철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홍익 어린이집은 철거 지역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오늘도 아이들은 위험한 철거 지역 사이를 오가며 등원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오세훈 시장님의 공약 중에 '미세먼지 규제'를 유난히 강조하셨다고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 철거가 시작된 이래 6개월간 방치된 120여 명의 우리 아이들은 비산먼지로 인해서 기침 가래가 끊이지 않았고. 아토피, 탈모 그리고 아이들은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결막염 등 피부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페렴 증세를 보여서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얼마 전 8월 31일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의 검사 결과 끝내 어린이집 실내에서 석면이 검출 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 주변 지역에서는 최고 17%의 백석면이 검출되기도 하였습니다.

석면은 장기간 노출 되어야 암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아주 조그마한 양의 노출로도 10년 내지 30년의 잠복기를 걸쳐 암이 발생하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위험했으면 최근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서 '석면'의 사용, 제조, 판매를 금지했다고 들었습니다.

▲ 서울 왕십리 뉴타운 1구역. 한 어린이가 울타리로 가려진 철거 현장을 지나고 있다. ⓒ왕십리 뉴타운 홍익어린이집 학부모 대책위원회

오세훈 시장님,

전 너무 무섭고 두렵습니다. 우리 아이가 오세훈 서울 시장님께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계신 뉴타운 지역 내의 어린이집을 다녔다는 이유로 30년 후에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해맑은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죄책감과 억울함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서울시가 안심보육을 인증한 서울형 어린이집인 성동 구립 홍익 어린이집을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오세훈 시장님의 나이만큼도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저 눈물만 흐립니다.

오세훈 시장님,

전 너무 슬프고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화가 납니다. 물론 고의는 아니셨겠지만 결국 "석면 어린이집"이 "서울형 어린이집"이 되어 버린 꼴입니다.

오세훈 시장님!

오세훈 시장님은 여성이 행복한 도시, '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계신 줄 압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여성의 한명으로서 저는 서울 시내에서 사는 게 너무 무섭기만 합니다. 한 동네 건너면 뉴타운이고, 한 블록 지나면 재개발인데 우리의 아이들을 어디서 안전하게 키워야 할까요?

뉴타운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안전하게 철거하고 공사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낙후된 주거 단지가 고급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가는 그 이면에 오늘도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서울 시민들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마시고 있습니다. 30년 또는 40년 후에 우리가, 아니 정말 귀엽기만 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재앙을 맞을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미처 석면에 대한 지식을 채 갖기도 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품고 있는 석면들이 지금 대량으로, 서울시민을 향해, 우리 아이들을 향해 '죽음의 먼지가루'가 되어 서울시내 한복판을 휘날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불편한 진실"과도 같습니다. 직면하기에는 너무 많은 숙제를 우리에게 주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아이들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가루를 계속 마시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시장님의 자제분이 만일 석면 철거 한복판인 구립 홍익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다면, 심정이 어떠셨을지 한번쯤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신다면, 오늘도 어린이집 주변에서 자행되는 공사를 '당장' 중지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속히 안전한 곳으로 이전시켜 주십시오.

아이들의 건강이 얼마나 위협 받았는지 '석면 건강 영향 평가'를 실시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이미 6개월간 석면을 마셨을 우리 아이들 모두에 대해서 30년 또는 40년 후에 암 발생 시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십시오.

오세훈 시장님,

부디 우리 아이들을 '석면 어린이집'에서 꺼내 주십시오. 눈물로 호소 드립니다.

'서울형' 어린이집, 성동 구립 홍익 어린이집, 백합반 엄지현 엄마, 류미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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