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10일 충청북도 충주시 충주리조트에서 열린 대의원 및 단위사업장 대표자 수련대회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 근거를 가진 통합 요구를 진보정당들이 계속 외면한다면 민주노총 출신 지자체 및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탈당을 권유하겠다"며 통합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또 11일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직선제 유예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의식한 듯 "차기 임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진보정당 통합,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70%
민주노총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산하 연맹 간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1%가 "진보정당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필요하다"는 대답은 9.8%에 그쳤다.
진보정당 분열이 민주노총 또는 현장의 노조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69.3%)는 생각 때문이다. "큰 영향은 없다"는 의견은 23.2%, "전혀 영향이 없다"는 의견은 1.5%였다. 때문에 "진보정당의 통합을 위해 민주노총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대답도 70.1%나 됐다. "진보정당끼리 알아서 할 문제"라는 의견은 25.2%였다.
그러나 진보정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60.5%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답은 35%였다.
'통합에 동의하지 않는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다"는 의견이 14.9%, "통합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이 79.4%였다.
적절한 통합 시기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9.5%가 "2010년 지방선거 전"이라고 대답했고, 17.7%는 "2012년 총선 전"을, 4.5%가 "2012년 대선 전"을 꼽았다. 10.5%는 "통합 시기를 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2010년 지자체 선거와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진보정당 통합을 통한 단일한 대응"(41.3%)과 "정당 간 후보 단일화를 통한 대응"(44.3%)이 비슷한 응답율을 보였다. "분열된 조건을 인정하고 각자 노력해야 한다"는 대답은 11.5%로 나타났다.
'진보정당이 통합되면 현장과 조합원에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0.5%가 "변할 것"이라고 답했다.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은 16.3%였다.
지난 1~7일 사이 진행된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임성규 "통합하면 30% 가입운동…거부하면 새 진보정당 설립 추진"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11일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당의 단결과 통합 문제는 민주노총이 역사 속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 하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고 있다"며 "단결과 통합에 동의하지 않는 진보정당은 지지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부 진보정당에서 대의원대회 개최 전부터 "무조건적인 통합 요구는 폭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성규 위원장이 이날 수련대회의 말미 발언을 자청해 강도 높게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10일 "합리적이고 객관적 근거를 가진 통합 요구를 진보정당들이 계속 외면한다면 민주노총 출신 지자체 및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탈당을 권유하겠다"며 통합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연합뉴스 |
임 위원장은 "80만 조합원과 모든 간부들이 제 아무리 똘똘 뭉치려고 노력해 본들, 분열된 진보정당이 통합되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이 옆구리에 연결된 보이지 않는 실 하나만 당기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미 대중조직으로서의 민주노총 혼자서는 단결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 안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노동운동이 진보정당을 뒷받침해주는 토대가 되어줬다면 지금은 양 측이 협력하지 않으면 둘 다 망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그런데도 진보정당은 이 문제를 별개로 보고 조금만 섭섭한 말을 하면 민주노총이 협박한다고 한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더 크게 압력을 넣고 더 큰 협박을 하고 싶다"며 "진보정당이 내년 지자체 선거 전까지 통합을 가시화시킨다면 나는 전체 조합원의 30%를 그 통합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한 제2의 정치세력화 운동에 몸을 던지겠지만 우리 요구를 외면한다면 민주노총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 위한 제3지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새 진보정당 창당' 주장에 대해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진보정당 통합의 절박함을 강하게 드러내기 위한 발언일 뿐,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직선제 유예' 둘러싼 논란 의식한 듯 임성규 '불출마 선언' 지난 2월 핵심 간부의 성폭력 사건으로 지도부 총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거치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민주노총 수장이 돼, 보궐선거에서 통합지도부 위원장으로 당선된 임 위원장은 이날 차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올해 말로 예정된 임원 직선제를 앞두고, 지도부가 "현실적으로 직선제가 불가능하다"며 제출한 '직선제 시행 유예안'에 대한 표결을 하루 앞두고 여러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위원장은 "나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매우 부족한 사람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비대위원장까지만 수행하는 것이 적절했겠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욕심 없이 민주노총 혁신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며 "바꿔야 할 제도가 있다면 당장은 못해도 바꿔야 한다는 과감한 말을 하기 위해 이후를 기약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느꼈던 "비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올해 딱 한 번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했는데 공안대책기구도 소집되지 않고 지도부 사법 처리 얘기도 나오지 않는 것이 그렇게 기분 나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엔 정파는 없고 종파만 있다"며 "일반 조합원은 정파가 '패권'만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만큼 다른 정파라 하더라도 민주노조 운동 부활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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