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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임성규 체제' 출범…"다 털고 MB 향해 칼을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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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임성규 체제' 출범…"다 털고 MB 향해 칼을 뽑자"

'간부 성폭력' 이후 민주노총 향배 주목…이석행 "죄송하고 죄송하다"

위원장을 보좌했던 핵심 간부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으로 지도부가 모두 물러난 민주노총이 1일 임성규 비대위원장을 보궐 집행부의 수장으로 선출했다. 사무총장으로는 기아자동차 출신으로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신승철 씨가 선출됐다.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벌어진 보궐 선거였기에 보통의 경우와 달리 이번 선거는 단선으로 진행됐다. 통합지도부의 수장으로 나서 올해 말까지 민주노총을 책임지게 된 임성규 위원장의 일성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털어내고 사회연대노총으로 다시 탄생해 이명박을 꺾는 5·1절 투쟁, 6월 투쟁으로 나가자"였다.

▲ 임성규 위원장은 서울지하철노조 출신으로 1997년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과 2007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에 선출됐다. 공공운수연맹 위원장 재직 중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에 휘말리며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연합뉴스

임성규 새 위원장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자"

이날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에서 5기 임원에 대한 보궐 선거를 위해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임성규 위원장은 유세를 통해 "국민은 지금 나쁜 짓을 하는 이명박보다 민주노총을 더 비난하고 질타하는 듯 하다"며 민주노총의 위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 원인으로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있지 않고 제도 권력 밖의 또 다른 권력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1996~1997년 총파업과 2002년 발전 파업 이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활동을 하지 못했고 결국 끈질기게 우리의 위상을 추락시키기 위해 노력한 그들이 통쾌하게 승리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위기 진단 아래 임 위원장이 내놓은 해법은 "사회연대노총으로의 재탄생"이었다. 그는 "실업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제대로 된 사회보장제도를 가지고 싸우자"고 호소했다.

이런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노동절의 성공"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노동절을 학생, 정당, 단체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대회로 만들어 우리의 사회연대전략의 내용과 전망을 밝히고 5월을 거쳐 6월에 사용할 결정적 무기의 칼날을 시퍼렇게 지금부터 세워가자"고 주장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직선제를 놓고는 "직선제 그 자체가 혁신이라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전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일으켜 성공하는 것이 혁신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규 위원장, 신승철 사무총장과 함께 부위원장으로는 김경자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반명자 전국공무원노조 전 수석부위원장, 배강욱 화학섬유산업노조 전 위원장, 정의헌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연대회의 전 공동의장이 선출됐다.

풀려난 이석행 "감옥에서 수 없이 108배 하며 용서를 빌었다"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에는 이석행 전 위원장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여름 '촛불 총파업'으로 수배된 이후 처음이었다. 이 위원장은 구속 수감 중 발생한 성폭력 사건으로,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옥중에서 사퇴하는 불명예를 입었다.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위원장은 임성규 위원장의 소개로 무대 위에 올라 "나를 숨겨준 것만으로도 큰 부담일 텐데 (성폭력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어 할까 싶어 감옥에서 108배를 수없이 하면서 용서를 빌었다"며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내 부덕의 소치로 민주노총이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며 "30년간 쌓아 온 나의 운동과 나의 길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잘못을) 참회하고자 한다"고 밝힌 이 전 위원장은 이어 대의원들에게 "떨쳐 버릴 건 떨쳐 버리고 이명박 정권과 당당히 맞서 투쟁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결의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며 "민주노총의 생명은 단결이고 실천인 만큼, 실천으로 민주노총이 다시 한 번 국민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 이석행 전 위원장은 여러 차례 "죄송하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내 부덕의 소치로 민주노총이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며 "30년 간 쌓아 온 나의 운동과 나의 길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성평등 미래위' 설치

이번 성폭력 사건은 민주노총 지도부는 물론이고 전체 조직에 '치명타'가 되었던 만큼 임원 선거에 앞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성폭력 진상규명특위의 활동 보고와 이후 대책을 놓고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진상규명특위의 권고에 따라 민주노총은 '성평등 미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1단계로 올해 4월부터 2010년 정기대대까지 설치될 미래위원회는 △성폭력 관련 규정 등 제도개선 사업, △연맹과 지역본부에 성폭력 신고센터 설치 운영 사업, △교육사업 등을 벌이게 된다.

한때 민주택시본부서울지부 조합원 이춘숙 대의원이 "여성위원회가 있는데 별도의 인력과 재정을 들여 성평등 미래위원회를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해 임성규 위원장이 "(미래위 설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비대위원장도 사퇴하고 위원장 후보도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여성위를 통해 성평등 사업을 진행하자는 이 대의원의 주장은 부결됐다.

피해자 고통에 대한 금전 보상 계획에 피해자 "마음만 받겠다"

민주노총은 또 "민주노총 및 피해자 소속 연맹은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보상 조치한다"는 진상조사단의 권고를 받아들여 민주노총은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 회복 프로그램 지원 등을 위해 2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대리인을 통해 사양 의사를 밝혔다.

임 위원장이 대신 낭독한 피해자의 입장 글에서, 피해자는 "민주노총이 사태 해결과 피해자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만 받겠다"며 "금전 보상 대신 일정한 액수를 성평등 사업에 책정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나도 민주노총 조합원…모범적 사태 해결로 교훈 얻기를"

민주노총 '김모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위'가 금전 보상을 권고했고 이에 대해 민주노총이 피해자인 저에 대해 금전 보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사태 해결과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드리며 금전적 보상은 정중히 사양하고 그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민주노총의 조합원이기도 합니다. 저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민주노총이 모범적인 사태 해결 방식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저는 피해자에 대한 금전 보상 대신 일정한 액수를 성평등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으로 책정함으로써 민주노총이 의지를 갖고 안정적으로 성평등 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민주노총은 2일 오전 기자 회견을 통해 5~6월 투쟁 계획 등 새 집행부의 포부를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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