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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경제, 몰핀경제, 빨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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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경제, 몰핀경제, 빨대경제

[의제27 '시선'] 한국경제여, 환상에서 깨어나라

강시경제, 몰핀경제, 빨대경제!

슬픈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표현이 거칠어 자주 거론하지는 않지만, 이 세 단어만큼 한국경제를 잘 설명하는 묘사도 없다.

강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정운찬

많은 경제학자들이 구조조정을 이야기 한다. 이때의 구조조정은 흔히 이야기하는 인력구조조정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강시기업을 빨리 정리하라는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좀비(zombie)라는 표현을 쓰는데, 얼마전 크루그먼은 레이거노믹스나 신자유주의를 좀비에 빗대, 무덤에나 가 있어야할 사고가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현실을 탄식하면서 사용한 비유법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강시론의 가장 강력한 주창자는 정운찬 국무총리 지명자이다. 그가 저술한 책 제목인 '한국경제 죽어야 산다'는 바로 이런 강시론을 적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강시들이 떠돌아다니면서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고갈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완전히 죽어서 강시들이 모두 무덤으로 들어가고 나면, 새싹들이 뻗어나갈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론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경제특보 ⓒ문화체육관광부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슬프다. 살아서 권력을 휘두르던 강시들이 죽어서도 여전히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들이 자금을 모두 가져가니 미래의 유망한 기업들이 가져갈 자금이 부족하다. 이자율을 올리면 무너질 강시들을 염려해서 한국은행은 기를 쓰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이자율을 올려도 강시들은 살아남고 멀쩡한 기업들만 무너질 것 같아 경제학자들도 이자율을 올리라는 소리를 못하고, 멀리서 구조조정하라고 메아리 없는 외침을 10여년 째 하고 있다.

강시경제의 실상을 잘 아는 정운찬 지명자가 강시가 지배하는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그가 강시들을 무덤으로 보낼지 아니면 그 스스로 강시가 되어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무너지는 몰핀경제

강시들이 들끓는 경제는 아프다. 썩은 곳을 도려내는 아픔을 피하기 위해 권력은 몰핀을 주사한다. 재정부의 예산 몰핀, 한국은행의 돈 몰핀, 금감원의 나몰라라 몰핀, 국토해양부의 부동산 몰핀, 지경부 정통부 과기부 등등의 스테로이드 몰핀,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쏟아내는 규제완화 몰핀으로 강시들이 더욱 날뛰고, 열심히 경쟁력을 쌓아야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이 전부 몰핀의 단맛에 취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한국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반면 국가채무와 개인채무는 눈덩이 불어나듯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빚을 늘려 흥청망청해도 성장률이 점점 떨어지는 이 무서운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벌써 20여년 째 몰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원조라는 국가적 치욕을 당했음에도 전혀 정신 못 차리고, 여전히 빚내서 여기저기 개발한다고 열을 올리는 데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죽어도 4대강 개발은 해야겠다는데 어떡하겠는가? 빚으로 나라 팔아먹은 지 언제라고 다시 몰핀에 취해 부동산 거품 일으키는데 어쩌란 말인가?

몰핀 정책을 이어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탓에 서민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니들도 했던 몰핀 좀 더 세게 한다는데 누가 막겠는가? 정확하게는 이 모든 정부에서 일관되게 경제정책을 주물러온 모피아 탓인데, 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포진해 있고 의사결정을 장악한 현실에서 누가 감히 반론을 제기할 것인가?

최후의 타격, 빨대경제

원래 빨대경제는 지방에 돈 풀면 며칠이면 모두 수도권으로 환수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필자는 재벌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현상을 빗대서 칭했고,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그 과실을 곧 대기업이 모두 가져가 버리는 모순된 현상을 알리기 위해 칭했다.

이런 유의 빨대가 거미줄처럼 드리워져 있는 한국경제의 모습을 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사교육비 지원하면 그 돈이 어디로 가겠는가?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으면 서민지원자금의 대부분은 곧 사교육업체로 다 들어간다. 방만하게 경영하는 대학이 빨대를 턱 대놓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그대로 두고 등록금만 지원하면 서민들은 빚더미에 올라 설 뿐이다.

집값 잡을 생각은 안하고 서민 집사는 것 지원하면 그 돈이 어디로 갈지는 뻔하다. 집사라고 부추겨 투기꾼들이 여기저기 집 사두고 빨대를 척 걸쳐놓은 후에, 전세금 올랐다고 전세금 지원 하는 것도 역시 빨대경제 한 마디면 이해된다. 부동산 거품으로 서민들이 열심히 투기해 봤자 결국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건설족과 투기꾼들뿐이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헛고생하는 것도 빨대경제의 단면이다.

서민 돕는다고 유류보조금 지원하면 석유회사가 다 빨아가고, 서민 지원한다고 빚 늘려주면 금융기관이 소득을 좍좍 빨아간다. 노후생각해서 연금 들면 펀드들이 수수료를 빨아댄다. 우리만 뒤질소냐라는 듯 부지런한 이동통신업체, 카드업체 등등 서민 빨아먹는 흡혈귀가 넘쳐대는 한국경제다.

역시 가장 큰 빨대는 가계빚에 대한 이자다. 가계부채가 800조원이 넘어섰고, 개인가처분소득의 1.4배가 넘었으니 개인소득의 상당액은 금융기관이 좍좍 빨아가고 있다. 나머지는 사교육업체, 이동통신사, 카드사, 재벌 등등 아주 신나게 빨아댄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 친서민 정책의 본질이다.

오해는 말자. 필자가 정상적인 경제행위를 빨대행위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만들어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유지하는 정관경 유착을 비난하는 것이다. 정부의 비호하에 기업간에는 담합을 조장해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반면 개인의 권리 추구 행위는 철저히 막는 경제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구조적 빨대를 지칭하는 것이다.

한국의 이동통신요금이 국제수준에서 높지 않다면, 설사 요금이 높아도 충분한 경쟁이 보장된다면 그걸 빨대로 지칭하지는 않는다. 카드 사태 때 카드회사들을 제대로 정리했다면 카드사의 빨대행위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방만하게 카드를 발행해서 문제가 생겼음에도 정부가 카드채를 사주고 지원해서 한 회사 외에는 모두 책임을 면하게 하고, 반면 개인들은 파산하거나 아니면 카드사들이 두고두고 괴롭히는 것을 방치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리키기 위함이다. 그런 구조로 인해 다시 카드사들이 겁 없이 방만한 경영을 하는 상황을 빨대경제로 지칭하는 것이다.

가계 빚이 터졌을 때 경제관료들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임원을 비롯해 금융기관과 그 기관의 임원들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빨대경제는 종식된다. IMF사태 이후에 이미 그렇게 했다면 벌써 한국경제는 회생의 돛을 높이 올리고 순항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경제를 수술대에 올려라

제발 한국경제가 회복 중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굳이 하고 싶다면 그렇게 회복된 2009년 상반기 개인가처분소득이 얼마인지부터 알려 달라. 왜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빚 비율은 밝히지 않는지부터 알려 달라. 재정지출로 쏟아 부은 그 돈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부터 알려 달라. 왜 그렇게 경상수지 흑자가 많이 났는데 아직도 환율은 1200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부터 알려 달라. 그런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

강시경제, 몰핀경제, 빨대경제.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무너지는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응급실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몰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통을 참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거품붕괴의 아픔을 담담히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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