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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5명, 구 남영동 대공분실 점거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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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5명, 구 남영동 대공분실 점거농성

"전두환 경찰이 죽이면 살인이고, 노무현 경찰이 죽이면 실수냐"

15일 오전 11시 40분 경 평화인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4개 단체 소속 인권운동가 5명이 구 남영동 대공분실 6층의 경찰인권보호센터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별다른 제지 없이 구 남영동 대공분실로 들어선 이들은 "농민집회 살인진압 허준영은 사퇴하라", "민중생존권 짓밟는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 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습적으로 경찰인권보호센터로 뛰어든 뒤 대형 현수막을 6층 창 밖으로 내걸었다.

***"전용철 농민 살해 책임지고 허준영 청장 사퇴하라"**

이들이 진입할 때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과 잠시 몸싸움이 잠시 벌어졌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고 전용철 농민의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경찰들이 제지에 나서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결국 분향소는 설치됐다.

그러자 경찰이 건물 앞마당에 에어매트리스를 설치하고 119 구급대를 부르는 등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오후 3시경 기자회견에 나선 인권운동가들은 "인권은 (경찰) 자신들의 반인권적인 역사와 본질을 가리기 위한 치장물에 불과했음이 지난 11월 15일 여의도 농민대회 진압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전용철 농민 살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허준영 청장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용철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진지하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이종우 기동단장의 직위해제로 모든 것을 덮으려는 미봉책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용철 농민과 위독한 상태에 빠진 홍덕표 씨에 관한 모든 자료 공개 △11월 15일 농민대회 당시 현장 책임자들과 가해자의 색출과 처벌 △1001부대, 1002부대, 1003부대 등 기동단의 진압훈련 공개와 해체 △전용철 농민의 사망과 관련한 조작은폐 과정의 규명과 문책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지난 7월 이종우 기동단장 처벌했으면 이런 사태 발생 안 했다"**

이때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구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했지만 경찰이 이들의 출입을 불허했으며, 이들 가운데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만이 대표 자격으로 경찰청인권센터로 들어갔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재경 총경은 이들 인권단체연석회의 대표단과 면담에 나섰다. 안재경 총경은 "다른 기관도 아니고 인권보호센터에 들어온 것이니 만큼 다르게 대할 것"이라며 강제진압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같은 시간 건물 앞에 설치되었던 에어메트리스도 철거됐다.

면담 자리에서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인권센터를 도입하는 것은 좋지만, 전국 24개 대공분실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냐"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인권단체들이 이미 지난 7월 평택 시위 강경진압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서울시경 이종우 기동단장을 문책하라고 했는데 경찰청은 버텼고 결국 그 사람이 또 진압에 나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강경진압으로 농민이 사망하고 나서야 이종우 기동단장 직위해제라는 미봉책을 들고 나오는데 어떻게 진정성을 믿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전두환 때 경찰이 국민을 죽이면 살인이 되고, 노무현 정부의 경찰이 시민을 때려죽이면 실수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안재경 총경은 "하루아침에 다 바뀔 수가 있겠냐"며 "경찰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분명한 만큼 많이 가르쳐 달라"고 답했다.

***경찰청, 지난 10월 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경찰인권센터 설치**

한편 "강경진압으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11월 15일 농민대회 이후 전·의경에 대한 구체적 인권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재경 총경은 "내년 1월 경찰 인권 워크샵을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15일 저녁 현재 농성은 계속 진행 중이다. 농성단 소속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활동가는 "경찰청 측의 구체적 응답이 없으니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상열 활동가는 "전용철 농민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편한 신세"라고 덧붙였다.

인권운동가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구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 1987년 당시 서울대 학생이던 박종철이 물고문 끝에 사망하는 등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고문당한 곳이다. 지난 10월 4일 경찰은 이곳을 인권기념관 등으로 시민들에게 내놓겠다며 6층에 인권보호센터를 설치했다. 이와 함께 '1004!! 인권경찰 비전 선포식'을 갖고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공포하면서 매년 10월 4일을 '인권경찰 1004의 날'로 기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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