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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 하도급에 위험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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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 하도급에 위험 떠넘겨"

경제개혁硏 "지난해 세계경제위기 부담을 하도급에 전가"

완성차 업체가 불공정하게 지위를 남용해 하도급 업체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위험은 전가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경제개혁연구소는 2000년부터 지난해 사이 완성차 4개사(현대, 기아, GM대우, 르노삼성)와 하도급 업체 906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하도급 업체 중 대기업은 모두 제외했다.

오랫동안 완성차 업체와 하도급 업체 간 불공정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구체적인 수치로 둘 간의 관계를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도급 업체, 투자 늘리고 안전성은 떨어지고

조사 결과 하도급 업체의 평균 유형자산증가율은 9.97%로 완성차 업체(2.72%)보다 높았다. 유형자산증가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생산설비 투자가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재고자산증가율 역시 하도급 업체의 성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는 "완성차 업체가 압도적 협상력을 내세워 자본비용 및 투자위험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체가 원가절감을 위해 각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아웃소싱 등으로 수요변동 위험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했다는 말이다.

안정성은 하도급 업체가 완성차 업체보다 떨어졌다. 하도급 업체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제조업 평균보다 높았으나 완성차 업체는 낮았다. 다만 완성차 업체와 하도급 업체 간 부채비율 격차는 2005년을 기점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부채비율 추이(단위:만원). ⓒ프레시안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의 경우 완성차 업체는 빠른 속도의 개선을 보이다 2004년 이후 점차 악화되는 반면, 하도급 업체는 100% 수준에서 장기간에 걸쳐 일정하게 유지됐다. 보고서는 "완성차 업체의 체계적인 하도급 관리의 결과이거나 최소한의 단기 지급능력을 보유하려는 하도급 업체의 생존전략의 결과일 것"으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을 근거로 "완성차 업체의 안정성이 하도급 업체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수익성 역시 완성차 업체가 높았다. 완성차 업체의 매출총이익률(매출총이익/매출액)은 평균 19.41%였으나 하도급 업체는 12.83%에 그쳤다.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률 역시 완성차 업체(4.32%)가 하도급 업체(4.19%)보다 소폭 높았다.

하도급 업체 생산성, 완성차 업체 절반 못 미쳐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부가가치/종업원 수)는 완성차 업체가 하도급 업체의 두 배 이상이었다.

하도급 업체의 1인당 부가가치가 가장 높았던 지난 2006년의 경우 완성차 업체의 53.48%에 불과했으며, 지난해에는 19.01%까지 떨어졌다.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 액수(단위 : 만원, %). ⓒ프레시안

자본생산성을 나타내는 총자본투자효율(부가가치/총자본)의 경우 대체로 하도급 업체가 완성차 업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돌연 급락했다. 보고서는 "모든 생산성 지표에서 지난해만 기존의 추세와는 다른 양상(하도급 업체 생산성 하락)이 나타난다"며 "당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담을 완성차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전가한 것 때문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 노동에 분배된 몫의 비중을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 평균보다 높았다.

대체로 하도급 업체와 완성차 업체 모두 일정한 수준(완성차 80%대, 하도급 70%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하도급 업체는 60%선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결국 낮은 수익성 등 하도급 업체의 지불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납품업체가 더 힘들어

하도급 기업을 각 납품 완성차 업체별로 나눠본 결과 현대·기아차 하도급 업체의 재무상태가 더 나빴다.

먼저 성장지표(유형자산증가율)의 경우,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는 11.88%에 달했으나 GM대우·르노삼성은 8.35%에 그쳤다. 보고서는 "현대·기아차의 성장이 나머지보다 더 빨랐던 게 아니라 시장지배력이 큰 사업자가 자본비용과 투자위험을 산하 하도급 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다.

부채비율 또한 현대·기아차 하도급 업체가 190.18%를 기록해 GM대우·르노삼성 납품 업체(169.38%)보다 높았다. 반면 유동비율은 91.21%, 103.65%를 각각 기록해 더 낮은 모습을 보였다. 현대·기아차 납품 업체의 안정성이 더 떨어진다는 뜻이다.

수익성과 생산성 역시 현대·기아차 납품업체가 더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하도급 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부가가치율은 각각 3.70%, 14.50%였으며 GM대우·르노삼성 하도급 업체는 4.37%, 15.58%였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자료상의 한계가 있어 보고서에서는 간접적 증거만을 제시했다"면서 "하도급 구조의 발전을 위해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태 조사의 방법으로 경제개혁연구소는 "일정 규모 이상의 원사업자에 대해 하도급 거래의 기본적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해 제3자에 의한 객관적인 연구 성과가 축적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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