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인 경고파업의 이유는 "철도공사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다. 철도 노사는 지난해 시작된 단체협약 협상을 1년 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업에는 철도노조와 발전노조, 가스노조가 오는 벌일 예정인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공동파업'의 사전 분위기 탐색전의 성격도 있다. 일종의 '간보기'인 셈이다. 3개 노조가 공동파업을 벌이게 되면 지난 2002년 이후 7년 만에 공공부문 거대 노조가 함께 하는 파업이 된다.
철도노조 "기관사 하루 파업, 철도공사의 성실한 교섭 촉구 위한 선택"
철도노조는 6일 "오는 8일 0시부터 24시까지 시한부 경고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대전역 철도공사 신규사옥 앞에서 4000여 명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노조는 "철도공사의 성실교섭을 촉구해 단체협상의 타결을 유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경고파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는 "철도공사가 지난 7월 20일 이후 44일이 넘도록 본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허준영 사장 취임 이후 6개월 동안에는 상견례를 포함해 단 2차례의 본교섭밖에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철도 노사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도록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을 벌이고 있다.
노조가 기관사를 중심으로 하루 경고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오는 8일 KTX와 전동차 등의 운행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철도가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점에서 노조는 출퇴근 시간의 100% 등 시간대별로 일정 인원의 필수유지업무 담당자를 파업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기태)이 8일 경고파업을 벌인다. 이번 파업에는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제외한 기관사 조합원 전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철도공사 "성실히 교섭해 왔다…정당한 쟁의행위 될 수 없다"
철도공사는 "최대한 성실한 교섭을 해 왔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는 "지난 5월 25일부터 현재까지 총 49회에 걸쳐 교섭 및 현안협의를 진행했으며 서로 입자확인을 거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파업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철도공사는 "이번 파업의 주된 목적은 △철도 선진화 저지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중단 △철도 공공성 강화 등으로 이는 공사의 경영권 외의 사항들로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0월 말 예정된 철도·발전·가스의 7년 만의 공동 파업, 가능할까?
이런 철도공사의 주장에 대해 노조는 "이번 파업의 목적은 △성실한 교섭 촉구와 △단체협약 개악 철회 등으로 철도공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공공부문 선진화 저지 등을 위한 공동투쟁은 오는 9월 말 다시 별도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10월에 진행할 계획"이라며 "철도공사의 이런 주장은 이번 경고파업에 불법의 색을 씌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실제 철도노조가 속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도환)이 계획하고 있는 "기만적인 공공부문 선진화 저지,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공동투쟁"는 10월 말 진행될 예정이다.
공공부문 공동투쟁의 핵심은 철도·발전·가스 3사다. 이들은 각각 오는 28~30일, 17~18일, 23~25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공동 파업 준비에 들어간다.
3사의 공동투쟁은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움직임' 때문이다. 가스는 지난 5월 지식경제부가 입법예고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으로 압박을 받고 있고 철도와 전기도 비록 민영화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고 있는 탓이다.
이번 철도노조의 경고파업은 단체협상 타결을 위한 것으로 이 공동투쟁과는 형식적 포장이 다르다. 그러나 그 안에는 7년 만의 3사 공동투쟁을 앞두고 철도노조 내부의 분위기를 점검하고 3사의 공동 총파업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한 성격도 존재한다.
철도노조의 하루 파업이 안팎으로 예상치 못한 강한 벽에 부딪힐 경우 3사의 공동파업도 수위가 조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는 8일 철도노조의 경고파업 양상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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