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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는 국가에 대한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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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는 국가에 대한 모욕"

MB정부 인터넷 규제 우려…盧정부도 책임

"우리나라가 이번에 '사이버 모욕죄'를 새로 만든다면 창피하게도 세계 유일의 사례로서 진정 '국가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랬다.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위원장 천정배 의원) 주최로 5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인터넷 통제정책 평가 대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터넷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사실상 사전검열의 효과를 낸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인터넷 옥죄기' 안 돼
  
  최근 정부에 의해 '괴담의 진앙지'로 지목된 인터넷 여론에 관해 각종 규제책이 범람 수준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촛불 집회가 주춤해지자 사이버 모독죄 신설, 조중동 광고중단운동의 위법 결정, 인터넷 허위사실유포 규제 방안, 포털을 언론으로 간주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을 무더기로 내 놓고 있다.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에 대한 사법처리를 공언했고, 검찰은 <PD수첩> 때리기에 총대를 멨다.
  
  '온라인 옥죄기'는 곧 촛불 정국에서 발현된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 정부와 여권의 치밀한 역공인 셈이다. 발제자로 나선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객관적인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는 명예훼손 법리와 달리 주관적인 명예감 또는 체면만을 보호하는 모욕죄는 대부분의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유일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는 "현행법의 적용 가능성이 있다면 굳이 새로운 온라인만의 법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명예훼손 등 현행 형법이 있기 때문에 사이버 모욕죄는 "법의 이중적인 잣대"라고 주장했다.
  
  조중동 광고중단운동에 대해서 박경신 교수는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의 요구사항을 기업에 밝혔을 때 기업이 소비자 만족을 위해 기업행위를 변경한 것을 '위력'이라고 한다면 그 기업은 소비자에게 애용되어야 할 '특권'이라도 있다는 뜻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검찰은 광고주에 대한 업무방해가 아니라 소위 '2차 불매운동'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며 "2차 불매운동금지법은 미국에서 오히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 불매운동은 갑이 을에게 '병과 거리를 하면 당신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포함한다.
  
  미국에서 이 법안이 만들어진 목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정 경쟁을 외면하고 자사의 지배력에 의존해 부당 이득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2차 불매운동 금지는 기업과 노조에만 해당하고 네티즌과 같은 일반 시민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명예훼손에 의한 형사처벌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신 교수는 "지금 당장 형사상 명예훼손의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최소한 세계 각국의 폐지 움직임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패악(정부 부처가 검찰을 동원해 자신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국민을 처벌하는 행태)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법적 강제에 대한 거부감을 밝힌 토론자들은 인터넷 정화의 대안으로 네티즌 스스로의 자율적 규제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임종수 세종대 신방과 교수는 "법, 시장, 이용자 공동 규제가 자율성으로 가야 한다"며 "인터넷은 순수하게 민간영역에서 이뤄져 왔다. 그 부분을 모조리 무시하고 일방적인 규제를 들이대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원리, 이론이 없는 순간순간의 대응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게시물 삭제)임시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기업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 등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게시물 삭제를 포털에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회장도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게시불의 내용이 현저하게 권력비리, 부정부패, 국가적 이익, 정당한 소비자운동 등 공공의 이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에는 누구든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기 위한 사전 임시삭제조치, 영구삭제조치 등을 하지 못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노무현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인터넷 실명제 등 몇몇 법안이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된 것인 만큼 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2005년에 갑자기 사이버 모욕죄 개념이 튀어나왔다"며 "모욕죄는 영미법에서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불법행위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시절이던 2005년 정보통신부가 사이버 모욕ㆍ폭력죄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됐던 점을 꼬집은 것.
  
  장여경 활동가는 "수사 대상이 된 네티즌들이 무죄로 판명나거나, 혹은 기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사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위축적 효과'"라며 "수사 자체로 네티즌들을 위축시키는 것이 (인터넷 규제의) 궁극적 목적이고 이것이 지난 (17대)국회와 (노무현)정부 여권이었다는 점에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회장도 "인터넷 실명제 등은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실행한 것"이라며 지난 정부도 인터넷 규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따져 물었다.
  
  박경신 교수 역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몇 가지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된 것이지만 그 조치의 법적 근거는 이전 정권에서 마련되었고 이전 정권에서도 이미 비슷한 조치가 치러진 경우들이 있다"며 "예를 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사후검열제도가 그렇다"고 밝혔다.
  
  송경재 교수도 "몇 년 전부터 제기된 인터넷과 포털 미디어 규제와 관련하여 17대 국회에서 많은 법안이 발의됐다"며 "민주당이 여당일 때도 인터넷 규제 법률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패널로 참석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정권 때 못한 것은 유감이고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각론의 차이는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원구성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관할로 배치되면서 콘텐츠와 통신망을 관할하는 거대한 상임위가 될 것"이라며 "문광위가 (토론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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