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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2차 붕괴'온다…개미들이여, 저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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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2차 붕괴'온다…개미들이여, 저축하라"

[이야기가 있는 경제] 김항주 전 와무 트레이더 "주식은 다단계상품"

지난해 9월 15일, 158년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메릴린치는 상업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피인수됐다. 모두가 "월 스트리트의 시대가 끝나고 다시 메인 스트리트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돈이 일하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1년, 미국의 오늘은 당시와 판이하다. 1일(현지시간) 주요 실물경제지표의 하나인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을 넘어섰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다. 우리의 방향이 올바르고, 그 동안 취한 조치들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만 해도 900대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어느새 1600선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실적 관련 보도는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지난해 세간을 시끄럽게 한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 전을 회복했고,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묻는다. 과연 위기는 끝났나? "아니다"라고 단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명한 투자자가 알아야 할 돈에 관한 진실>(청림출판)을 쓴 김항주 씨가 그 중 하나다. 그는 지금의 회복세는 대공황 때와 마찬가지로 파국 이전의 '반짝 회복'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김항주 씨와 전화인터뷰로 책의 내용과 그의 생각을 전한다.


재미동포 김항주 씨는 2002년 얼라이언스 캐피털의 모기지 채권 헤지펀드 매니저로 월가에 첫발을 내딛은 후, 한 때 미국 최대 저축은행이었던 워싱턴 뮤추얼(와무)에서 모기지 채권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약 3년간 일했다. 월가의 흥망성쇠를 누구보다 생생히 지켜본 사람이다. 금융위기의 진앙이었던 서브프라임은 대표적인 모기지 채권상품이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거주하는 그는 현재 소규모 금융 부띠끄 회사에 출근하는 가운데,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에서 미뤄뒀던 박사 학위(통계학)를 밟고 있다.
▲ 김항주 씨. ⓒ청림출판사 제공

"현 주식시장 반등, 폭락 직전 마지막 희생자들의 힘"

프레시안 : 책이 강조하는 내용의 핵심은 '앞으로 30년은 힘든 시기가 온다. 주식투자 하지 마라'는 것이다. 지금 주식시장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등하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항주 : 나처럼 헤지펀드 매니저를 했던 한 사람이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스카이 점프'라는 말을 했다. 한 번에 올랐다가 곧바로 급락한다는 얘기다. 나는 기름이 떨어지기 직전 자동차 엔진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힘차게 펌프질하는 모양을 예로 들겠다. 주식시장이 폭락 직전 마지막으로 희생자들의 힘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

두 가지 증거를 들겠다. 먼저 중국 상하이 증시를 보라. 지난 8월 한 달 동안만 20%가 빠졌다. 미국 증시 역시 조만간 상승세를 멈출 것이다(1일 다우·나스닥·S&P500 등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증시가 과거 폭등 장세로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다 먼 과거로 돌아가보자. 대공황기인 1930년 말 주가가 165포인트까지 떨어져 고점대비 반토막 나버리자 사람들은 '이런 기회는 다시 없다'며 주식을 열심히 사모았다. 그러나 2년 후 60까지 떨어졌다.

이전 최고치는 대공황 직전인 1929년 381포인트다. 다우존스지수가 1896년 첫 선을 보였으니 30년 동안 오른 걸 불과 4년 만에 까먹은 셈이다. 대공황 이전 주가를 회복한 건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난 1956년경이다. 지금 한국에서 '투자의 적기'라고들 하는데 이걸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프레시안 : 당신의 의견도 전망일 뿐이다. 세계 주류 언론들은 금융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정부도 서서히 희망적인 얘기를 하지 않나?

김항주 : 나도 내 말이 틀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주식에 대해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은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상품이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보통 잘해야 한해 6~7%를 넘지 않는다. 미국과 같이 큰 나라는 한해 2~3% 성장도 힘들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한해 20~30%도 오를 수 있다. 경제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주식은 아무리 따져봐도 신자유주의가 개발한 다단계상품에 불과하다. 내가 산 주식을 더 비싼 돈을 주고 살 사람이 있어야 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단계판매처럼 사람들의 낙관적 희망이 없다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돈을 준다는 약속도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도박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현실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지만 투자전략가들이 주식 매도를 얘기하지 않는 이유다.

주식시장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월가의 유명 펀드매니저와 원숭이가 그 해 가장 크게 오를 종목 10개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을 <월스트리트저널>이 30년간 진행했다. 매해 원숭이가 이겼다.

"실물경제 회복, 보통 서민에게 물어보면 된다"

프레시안 : 단순히 주식시장만 회복세를 타는 게 아니다. 제조업지수, 재고지수 등 전반적인 실물경제 지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할 건가?

김항주 : 신호가 섞여서 나온다. 정부에서 미친 듯이 돈을 퍼부은 데 따른 효과일 뿐이다. 대부분 지표에서 실물과 금융 간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는 게 보다 정확한 진단이다. 실업률은 아직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의 회생 여부를 확인하는 법은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보통 서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금융경제는 고소득자들의 잔치일 뿐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푼 돈은 고소득자 사이에서만 돌지 저소득층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부자가 10만 달러짜리 페라리를 산다고 한들, 서민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나?

프레시안 :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트리클 다운 효과(낙수효과, 부유층이 혜택을 입어야 가난한 계층의 소득도 늘어난다는 이론)'에 비판적인 듯하다.

김항주 : 나는 소위 말하는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먼(시카고학파의 거두)을 싫어한다. 내 스승인 샌포드 그로스먼 교수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폴 크루그먼 교수 등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IMF, 월드뱅크는 사기꾼들에 불과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자유주의는 이미 실패했다. 인간의 탐욕을 콘트롤할 매커니즘이 없다. 레이건과 슐츠, 그린스펀, 프리드먼 네 사람이 신자유주의를 퍼뜨린 후 세계가 어떻게 됐나?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세계에 만연한 빈부격차를 보라.

악어의 눈물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악어는 먹을 게 없으면 자기 자식도 잡아먹는다. 결국 종이 망한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파탄 냈다.

자유주의에 따라 소비주의가 확산됐다. 마약과 같다. 소비라는 마약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입하면서 '모든 게 괜찮다'는 착각들을 만들었다. 마약을 끊으려면 고통이 가득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땀도 흘리고 신음도 내고, 죽을 듯한 고통을 맛봐야 끊을 수 있다. 지금은 고통을 받을 차례지, 다시 마약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활동할 때가 아니다.

"나는 오바마를 믿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한 때 '월 스트리트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유행처럼 나돌았다. 투자은행으로 대표되는 월가의 금융모델이 완전 붕괴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지금은 조용하다. 요즘 월가는 어떤 모습인가?

김항주 :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살아남은 투자은행들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들은 개혁 모델 논의가 언제 있었냐는 듯 옛날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려 한다. 당장 괜찮아졌으니 다시 돈놀이에 나서려는 것이다.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다. 문제다.

프레시안 : 오바마 정부의 개혁은 지지부진한가?

김항주 : 나는 오바마를 믿지 않는다. 그도 빌 클린턴과 마찬가지로 말만 번드르한 듯 하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 오바마가 꾸린 내각을 보라. 모두 월가의 간판을 달고 나왔다. 오바마의 승리는 월가가 만들었다.

▲신자유주의는 과연 안녕한가? ⓒ신화=뉴시스

미국과 세계, 재벌과 한국 국민

프레시안 : 책에서 일본을 이번 위기를 잘 이겨낼 국가로 꼽았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미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는 지난 20여년 간 침체를 겪어온 일본의 미래를 매우 암울하게 본다.

김항주 : 일본은 오랜 침체기 동안 내성을 키웠다. 서서히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공황의 정도가 미국보다 덜하다. 다만 그렇다고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곧바로 나아지리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바로 최근 강화되는 엔화 평가절상이다. 금융위기로 모든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엔화가치는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가고 달러캐리 트레이드 가능성마저 거론될 지경이다. 일본 돈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 모든 나라가 알고 있다.

프레시안 : 고성장 국가인 중국의 미래를 당신은 매우 비관적으로 봤다.

김항주 : 신자유주의가 무너진 것은 곧 그 동안 세계를 지탱하던 소비경제가 무너졌음을 뜻한다. 이 소비경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은 국가 경제에서 세계 소비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일각에서 중국의 외환보유고와 미국 채권시장의 강자로서 중국의 힘을 거론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동전의 한 면만을 보고 말한 것에 불과하다. 중국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미국이다.

프레시안 : 한국은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IMF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경제지표가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찾아가는 게 사실이다.

김항주 : 먼저 하나 전제할 게 있다. 미국이 망하면 세계도 같이 망한다. 어느 나라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의 재벌의 부패를 모두가 욕하지만 재벌이 없으면 경제를 지탱할 큰 기둥이 무너지는 딜레마와 마찬가지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미국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소비를 줄여버리면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무슨 수로 실적을 내겠나?

"상업 모기지·회사채 시장 망가질 것"

프레시안 : 당신의 말은 매우 비관적이다. 침체가 오랜 기간 이어지리라는 뜻인 듯하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나?

김항주 : 그렇다. 지난 2007년 중순경 이미 망할 신호는 감지됐다. '언제'가 될지 측정이 어려웠을 뿐이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현재 감지되는 문제는 두 가지 분야다. 하나는 상업모기지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채 시장이다. 둘 모두 소비 침체와 관계가 있다. 서브프라임은 기껏해야 300~400조 원 시장에 불과했다. 상업모기지 시장은 줄잡아 수천조 원 규모다. 그 동안 아버지(정부)가 메워준 돈으로 아들(민간경제)이 버텨왔는데, 이제 그 돈도 바닥이 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

프레시안 : 사람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김항주 : 과거 새마을운동 시절로 돌아가라. 투자할 생각 버리고 저축하라. 키코와 같은 사기적 상품은 못 팔도록 정부에서 규제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마라. 월급쟁이라면 월급의 25% 이상은 절대 부동산 대출로 물리지 말라.

프레시안 : 한국 정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개혁노선을 취하고 있는데?

김항주 : 한국이 미국처럼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사회 풍토가 미국식 능력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에 돈을 굴리고 공장을 세우는 모델은 미국만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당신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혹시 당신은 대규모 주택담보대출에 묶이지 않았나?

김항주 : 큰 집을 처분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버는 돈의 20% 미만을 담보대출에 지출한다.

생활은 괜찮다. 일주일에 이틀 뉴욕으로 출퇴근한다. 경제위기가 온 참에 미뤄뒀던 공부를 시작했다. 필라델피아의 템플대학에서 통계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오랜 기간 하려고 생각만 하던 것이다.

프레시안 : 당신 주변 사람들 중에는 타격이 큰 사람도 있을 듯한데?

김항주 : 내 은사인 그로스먼 교수는 수천억 자산가지만 주식은 경멸하는 사람이다. 이번 위기에도 별다른 타격이 없다. 학교(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동문의 아버지가 역시 학교 선배인 도널드 트럼프이다. 그의 사업은 타격이 크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돈이 없는 마당에 카지노 사업이 잘 될 리가 있겠는가. 물론 개인 자산이야 큰 문제 없겠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확실히 홈리스들이 늘어났다. 명문 MBA를 나온 사람이 가족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등의 소식이 매일 뉴스를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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