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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MB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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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이 MB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

[기고]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정치 연합을 제안한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정말 터무니없다. 논리적·실증적 근거도 없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빈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맬서스 사후의 역사가 그의 말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이론이 마치 주술처럼 당시의 학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헨리 조지는 그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그 중에서 세 가지가 주목되는데, 첫째, 동식물 세계에서 인구론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저임금과 실업을 인구 압박으로 인한 경쟁 탓으로 생각하고 있던 노동자 계층의 관념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 셋째, 현존하는 빈곤과 불평등의 책임이 인간의 제도가 아니라 자연법칙에 있다고 함으로써 기득권층을 위로하고 안심시켜 준다는 것이다.

즉 인구론이 '성공'한 것은, 유력한 논거로 활용할 수 있는 현상이 자연계에 존재하고, 대중이 수용하기 쉽고 기득권층이 적극 환영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가 '승리'한 이유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도 터무니없기는 인구론 못지않다. '투기가 일어나도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투기는 투자와 구별할 수도 없고 또 부동산 값의 변동 폭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에 억제할 필요도 없다, 부동산 시장의 모든 문제는 공급에서 비롯된다, 부동산 보유세는 투기를 억제하기는커녕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는 주장을 대담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이 우리나라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당시 학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이유와 비슷하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시장에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 작동한다고 전제한다. 그러고는 정부가 투기를 억제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각종 규제를 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경우,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 저해되어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자신 있게 펼친다.

논리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따져보는 것이 당연한 순서임에도,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그들은 아마도 "일반 생산물 시장에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할 것 같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일반 생산물 시장에 존재하는 시장의 자기조절 현상을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유력한 논거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 시장 원리에 대해 배운 사람이라면 이들의 주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인구론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도 대중의 관념과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 있다. 대중은 집값 상승을 부동산 투기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부가 공급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은 후자와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가 투기를 정당화하고 불로소득 환수를 반대하는 등 부동산 기득권층의 이해를 적극 옹호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발호하기 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기는 망국병이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정의롭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동산 기득권층이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맬서스의 학설이 빈곤이 불가피하다고 함으로써 개혁에 대한 요구를 얼버무리고 양심의 추궁으로부터 이기심을 보호하는 효과를 발휘했듯이,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투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함으로써 투기 근절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마음껏 불로소득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부동산 기득권층의 이기심을 보호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참여정부 임기 중에 부동산 기득권층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던 조·중·동이 거의 매일같이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대서특필했던 것을 생각하면, 부동산 기득권층이 얼마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정책 방면에서도 만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보유세 강화 및 양도세 중과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거래규제·대출규제·가격규제·재건축규제 등 모든 규제를 무차별적·급진적으로 완화하고, 도심 및 그린벨트 내 공급 확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정과 기득권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면서 평소의 주장을 거의 완벽한 형태로 정책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부동산 시장만능주의가 마침내 찬란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 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노무현 정부에 도입된 각종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모조리 풀어줬다. 금융위기가 조기에 수습되면서 이런 조치는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가 폭등을 '시장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안

서서히 불어오는 투기 광풍

그러나 외관상의 찬란한 '승리'를 가지고 바로 진정한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경제정책의 성패는 종국적으로 시장이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내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과열 현상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승리'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그토록 신뢰하는 부동산 시장이 그들을 배신하기 시작했으니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강남 지역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2006년 하반기의 최고점 수준을 이미 넘어섰고, 이런 집값 상승세는 강북과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의 LTV(담보인정비율) 하향 조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택 담보 대출은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잠잠하던 땅값도 4개월째 오름세를 보이면서 들썩이고 있다. 더욱이 서울 지역의 전세 가격도 언론에서 '전세대란' 운운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하락했던 부동산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아무래도 조짐이 심상찮다. 광풍을 예고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009년 2월 필자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심포지엄 발제문에서 이명박 정부의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세 가지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즉, ①미국발 금융위기가 엄청나게 심각해질 경우,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빠질 것이고, ②금융위기가 조기에 수습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다시 투기 광풍이 불어올 것이며, ③경기회복 속도가 느릴 경우, 부동산 시장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거품 조정의 시기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작금의 현실은 바로 ②에 해당한다. 금융위기가 생각보다 조기에 수습되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기 광풍을 유발하는 쪽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도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이 투기 광풍으로 이어진 예가 많아서 어지간하면 바로 대처할 만도 한데,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서 이명박 정부에 그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정상화'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고, 시장이 과열되고 있음에도 도심 및 그린벨트 내 공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대출규제 정도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도심 내 공급확대 정책이 전세값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철저하게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시험대에 오른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이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부동산 투기의 근본 원인인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않고도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지,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앵무새처럼 외쳐온 공급 확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부동산 투기를 괴물에 비유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이 괴물과 씨름했고 임기 말에 가서야 괴물을 우리 속에 가둘 수 있었다. 참여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싸워서 간신히 우리 속에 가두었던 그 괴물을 이명박 정부는 아무 두려움 없이 다시 우리 밖으로 불러냈다. 그 정도는 시장만능주의라는 요술 방망이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번에 다시 걸어 나온 괴물은 참여정부 때의 그것보다 더 고약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집값 상승에 전세값 상승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80년대 말의 상황과 대단히 비슷하다.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 전세값 폭등이 더해지면서 서민들은 한계 상황으로 내몰렸고, 여러 명이 주거 문제 때문에 자살했다. 오죽하면 당시 노태우 정부가 보수 정권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토지공개념 카드를 꺼내들었겠는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투기 광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면 몇 년 동안은 잠재울 방법이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마련해서 실시해도 그 때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올바른 정책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답이다. 정답을 말해도 이명박 정부가 들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이상적인 부동산 정책이란 어떤 내용인지 말은 해줘야 할 것 같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정치 연합이 필요하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 철학, 정권의 소재와 시장의 상황에 관계없이 유지해야 할 장기 정책,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단기 정책, 그리고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주거 문제로 고통 받는 주거 빈곤층을 위한 주거 복지 정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림 1>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그린 이상적인 부동산 정책의 체계도, 즉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기본 철학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 체계도이다.
<그림1> 부동산 정책 체계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와 자연자원이 모든 사람의 공공재산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토지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게 하고 사용료 수입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는 제도이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거나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편과, 국공유지를 확보하고 그것을 민간에게 임대하여 임대료를 징수하는 토지공공임대제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제도를 떠받치는 양대 장기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안정시킬 단기 정책으로는 대출규제, 즉 미시적 금융대책을 중시한다. 그리고 주거 빈곤층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실질적인 주거 복지 정책을 마련하여 장단기 정책을 보완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와는 달리, 토지와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한다. 그리고 공급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모두 중요하게 취급한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해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그리고 시장 경제와 정부의 정책이 훌륭하더라도 주거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주거 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시장친화적 토지 공개념은 시장 원리 자체를 중시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재 부동산 투기의 광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아니 설사 포기하고 투기 해결에 적극 나선다고 하더라도,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가 차기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예상하고 지금부터 대비하고 있는 정치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정권 교체를 꿈꾸는 개혁적 정치 세력에게서 '반MB 연대'를 넘어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연합'을 구축하려는 발상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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