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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인권위는 북한인권위원회?"

김귀옥 교수·박석진 활동가 등, 북한인권포럼 위원 사퇴

김귀옥 한성대 교수와 박석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지난 27일 저녁 국가인권위원회 자문기구인 북한인권포럼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인권포럼은 인권위가 지난해 5월 구성한 내부 자문기구다. 북한인권포럼은 '북한인권'과 관련해 연구,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두 달에 한 번씩 포럼을 진행하며 북한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해 왔다.

김 교수와 박 활동가는 이날 사퇴 입장서를 제출하며 "정부에 의해 원칙이 훼손되어 도덕성과 권위가 상실된 국가인권위는 더 이상 국가'인권'위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 이미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고 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더니, 올 들어 행정안전부를 통한 국가인권위 강제 축소, 무자격 인권위원장 도둑 취임 등 국가인권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사퇴 입장서에서 사퇴 결심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인권'이라는 의제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정치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자칫하면 남북관계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이번 현병철 위원장 취임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역할을 강조한 후 위원장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나 현재 한나라당이 북한인권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더욱 이러한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인권 사안은 정치적 압박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질적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정책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병철 위원장이 이끄는 인권위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날 "정치화된 국가인권위가 그동안의 가이드라인마저 무시하고 '북한인권위원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노파심일 뿐이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다음은 이들이 제출한 사퇴 입장서 전문이다.

인권의 횃불이 꺼져 가는 자리,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며

최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개편하려다 인권·사회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하더니,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올해 다시 이어졌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월권을 행사해 국가인권위 조직을 강제로 축소하고 그에 따라 국가인권위의 기능마저 자의적으로 조정해버렸던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웠습니다.

지난 7월 20일에는 시민사회가 강력히 요구한 적절한 인선절차도 무시한 채 국가인권위는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위원장 취임식을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신임 현병철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거나 "어떤 충돌 현장에서건 공권력이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의 반인권적인 발언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아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격에 우려를 갖게 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어떠한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인권의 가치를 기준으로 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하는 국가기관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인권위는 행정·사법·입법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이러한 정치적 독립성을 생명으로 합니다. 이는 유엔이 정한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파리원칙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현 위원장이 이 시대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을 과연 정의의 편에 서서, 반인권적 인권침해를 수호할 수 있을까 심대히 저어됩니다. 만일 국가인권위가 스스로 도덕적 권위를 잃어버리는 순간, 인권위는 그대로 고사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모습에 출범할 당시 갖게 된 자긍심과 기대감이 허물어졌고, 국가인권위가 독립성을 회복하고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퇴'가 최선의 해결책은 아님을 알면서도,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인권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항의의 표시로 결국 사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퇴를 결심하기까지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인권'이라는 의제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정치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주제는 자칫하면 남북관계에 큰 악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는 '북한인권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 표명(2006.12)'을 정하고 국가인권기구로서 합리적으로 북한인권 의제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위원들도 미약하나마 내부적으로 힘을 보태왔다고 자부해 봅니다. 하지만 이번 사퇴 이후 국가인권위의 기존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이번 현 위원장 취임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역할을 강조한 후 위원장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나 현재 한나라당이 북한인권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더욱 이러한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 없습니다. 우리는 줄곧 북한의 인권 사안은 정치적 압박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질적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정책을 통해 비로소 가능함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치화된 국가인권위가 그동안의 가이드라인마저 무시하고 '북한인권위원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노파심일 뿐이겠습니까.

우리의 사퇴는 국가인권위와 단절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퇴를 통해 우리의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국가인권위가 바로 서기를 바라는 간절한 의사의 정당한 표현입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가 독립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정의와 보편적 인권을 바로 세우고 더욱더 날카롭게 권력을 감시하는 존경받는 국가인권기구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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